스펜서 그의 사랑에게 어느 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백사장에 썼으나 파도가 몰려와 씻어 버리고 말았네. 나는 또다시 그 이름을 모래 위에 썼으나 다시금 내 수고를 삼켜 버리고 말았다네. 그녀는 말하기를 우쭐대는 분, 헛된 짓을 말아요. 언젠가 죽을 운명인데 불멸의 것으로 하지 말아요. 나 .. 세계의 명시/영국 2015.03.02
영국시의 흐름 앵글로 색슨의 문학은 그들의 3,000행의 서사시 <베이어울프>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6세기경 로마의 치하에 있는 영국에 침입할 때에, 그들의 원주지인 독일의 북부지방으로부터 전해진 이교도적 구전문학인데, 그후 세월이 흐름에 따라서 그리스도교적 요소가 가필되어 10세기경에 .. 세계의 명시/영국 2015.03.02
벤 아름다운 청춘 갈대밭에 오래 누워 있던 처녀의 입은 그렇게도 갉아먹힌 듯이 보였다. 흉부를 해부하자 식도에는 구멍이 숭숭 뚫어져 있었다. 마침내 횡경막 아래 응달진 곳에서 어린 들쥐들의 둥지가 발견되었다. 조그마한 새끼암쥐 한 마리는 죽어 있었다. 다른 쥐들은 췌장과 신장을 ..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7
카로사(Hans Carossa) 옛 샘 등불을 끄고 자거라! 줄곧 일어난 채 언제까지나 울리는 것은 오직 옛 샘의 물줄기소리 하지만 내 지붕 아래 손님이 된 사람은 누구든지 곧 이 소리에 익숙해진다. 네가 꿈에 흠뻑 배어 있을 무렵 어쩌면 집 근방에서 이상스런 소리가 들릴는지 모른다. 거친 발소리에 샘 근방 자갈소리가 나며 기분 좋은 물소리는 딱 그치나니 그러면 너는 눈을 뜬다. 하지만 놀라지 마라! 별이란 별은 모두 땅 위에 퍼지고 나그네 한 사람이 대리석 샘가로 다가가서 손바닥을 그릇삼아 솟는 물을 뜨고 있다. 그 사람은 곧 떠난다. 다시 물줄기소리 들리나니 아아 기뻐하여라, 여기에 너는 혼자 있지 않으니. 먼 별빛 속에 수많은 나그네가 길을 가고 그리고 또 다시 네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 카로사(Hans Carossa : 1..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7
헤세 눈 속의 나그네 한밤 자정에 시계소리 산골을 울리고 달은 헐벗고 하늘을 헤매고 있다. 길가에 그리고 눈과 달빛 속에 나는 홀로 내 그림자와 걸어간다. 얼마나 많은 푸른 봄길을 나는 걸었으며 또 타오르는 여름날의 해를 나는 보았던가! 내 발길은 지쳤고 내 머리는 회색이 되었나니 아..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6
헤세 방랑 — 크눌프에 대한 기념 슬퍼하지 말아라, 머지 않아 밤이 온다. 그때 우리는 창백한 들판을 넘어 싸늘한 달의 미소를 보게 될 것이고 손과 손을 마주 잡고 쉬게 되리라. 슬퍼하지 말아라, 머지 않아 때가 온다. 그때 우리는 안식하며 우리 십자가는 해맑은 길섶에 나란히 서게 되고..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5
헤세 흰 구름 오오 보라, 흰 구름은 다시금 잊혀진 아름다운 노래의 희미한 멜로디처럼 푸른 하늘 저쪽으로 흘러간다! 기나긴 나그네길을 통해서 방랑과 슬픔과 기쁨을 한껏 맛본 자가 아니고는 저 구름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나는 태양과 바다와 바람같이 하얀 것, 정처없는 것을 좋아하나니..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5
헤세 안개 속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 모두들 다 혼자다. 나의 삶이 밝던 그때에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에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그 어..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4
릴케 오오 주여, 어느 사람에게나 오오 주여, 어느 사람에게나 그 사람 자신의 죽음을 주십시오. 죽음, 그것은 그가 사랑을 알고, 의미와 위기가 부여되어 있던 저 생 가운데서 나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과일의 껍질과 나뭇잎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나 내부에 품고 있는..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4
릴케 표범 — 파리의 식물원에서 그의 시선은 지나가는 쇠창살들로 너무나 지쳐 아무것도 담지 않고 있다. 그 시선에는 수천의 창살들만이 있고 그 창살들 뒤에는 세계가 없는 듯. 유연하고 힘찬 발걸음의 포근한 행로는 아주 작은 원을 이루어 맴을 도는데, 거대한 의지가 그 속에 마비되..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