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그외 나라 116

페루:세사르 바예호(César Abraham Vallejo Mendoza)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항상 산다는 것이 좋았었는데, 늘 그렇게 말해왔는데. 내 전신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내 말 뒤에 숨어 있는 혀에 한 방을 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오늘은 턱이 내려와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잠시 머물게 된 이 바지 안에서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리도 많이 살았건만 결코 살지 않았다니!’ ‘그리도 많은 세월이었건만 또 다른 세월이 기다린다니!’ 우리 부모님들은 돌 밑에 묻히셨다. 부모님들의 서글픈 기지개는 아직 끝나지 았았고, 형제들, 나의 형제들은 온전한데, 조끼 입고 서 있는 나라는 존재. 나는 산다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삶에는 나의 사랑하는 죽음이 있어야 하고, 커피를 마시며 파리의 무성한 밤나무를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해..

고대 그리스:호머(Homer)

오디세이아 말해다오, 시신(詩神) 뮤어즈여, 트로이성을 함락시킨 후 오랜동안 천하를 방랑한 영웅의 이야기를. 그가 알고 있는 많은 도시와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고 자신의 생명과 전우들의 귀환을 위하여 망망대해에서 견디어 낸 수많은 고난을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그의 부하들을 모두 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맹목적 행동으로 결국 파멸해 버린 것이다. 어리석은 자들, 태양의 신의 신성한 소들을 잡아먹었으니. 하이페리온 신은 그들의 돌아갈 날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노래하라, 제우스의 따님이시여, 그 방랑자의 이야기를 가혹한 파멸을 면한 그의 동료들 모두가 전쟁과 해난의 위험을 무사히 피하여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그도 그의 아내에게 돌아가기를 애타게 원했으나 여신 칼립소, 어여쁜 님프가 그를 그녀의 ..

페르시아: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일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거나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들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 * * * * * * * * * * * * * * 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무함메트 젤랄레디니 루미, ..

페르시아: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새 하루 종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입을 뗍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영혼은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생의 끝을 맞고 싶습니다. 이 취기는 다른 주막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곳 언저리로 다시 돌아가면 나는 온전히 취할 것입니다. 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새, 그런데 이 새장에 앉아… 다시 날아오를 그날이 오고 있습니다. 지금 내 귓속에서 나의 목소리를 듣는 이는 누구인가요? 내 입을 통해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요? 내 눈을 통해 밖을 보는 이는 누구인가요? 영혼은 무엇인가요? 질문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 해답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다면, 나는 그 취기로 이 감옥을 부술 수 ..

페르시아: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여행 떠난다는 것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되돌려 주는 일 만일 그대가 어디에도 갈 수 없다면 스스로 내면의 길 위에 올라서 보자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긴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비로소 변할 수 있다 * * * * * * * * * * * * * * * 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무함메트 젤랄레디니 루미, 1207년 9월 30일 ~ 1273년 12월 17일)는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이자 이슬람 법학자이다. '모울라나(مولانا, Mevlânâ →우리의 스승)' 또는 '모울라비(مولوی, Mevlevî →나의 스승)'라는 칭호로도 알려져 있다. 발흐에서 출생하여 소아시아(룸)에서 생애의 태반을 보냈기 때문에 발히(بلخی)..

아일랜드: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어느 자연주의자의 죽음 한 해가 지나갈 때까지 아마는 도심지의 한복판에서 곪아가고 있었다. 커다란 잔디판에 짓눌린 채 둔중한 초록색 아마는 서서히 썩어 들고 있었다. 날마다 아마는 죄를 벌하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숨이 막혔다. 거품이 가볍게 일어나고 국화들이 아마 냄새에다 음향의 파장을 강하게 흔들었다. 잠자리들도 있었고, 얼룩무늬 나비들도 있었지만 시선을 잡아당기는 것은 둑의 그늘진 곳에 고인 물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두터운 개구리알이었다. 이곳에서 봄이 다가올 때마다 나는 젤리처럼 부드러운 개구리알을 병에 가득 채우고 학교의 선반과 집 창틀에 올려두고 관찰했다. 조금씩 커지는 얼룩 반점들이 민첩하게 헤엄치는 올챙이로 자랄 때까지. 윌스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이유로 아빠 개구리가 수캐구리로 ..

아일랜드: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예술가 나는 분노에 대한 그의 사고를 자랑한다 바위에 대한 그의 완고함을 푸른 사과의 본질에 대한 그의 판단을 그는 그 자신이 짖는 모습을 보고 짖어대는 개. 단지 그렇게 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것에 대한 증오 감사나 칭찬을 기대하는 심리의 천박함. 그것은 그에게 도둑질을 의미했다.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을 실천했기 때문에 그의 용기는 더욱 견고하게 되었다. 욕을 먹는 의원처럼, 그의 이마는 사과와 산을 뒤로하면서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지역을 여행한다. * * * * * * * * * * * * * * *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1939년 4월 13일 ~ 2013년 8월 30일)는 아일랜드의 시인, 작가 겸 교수이다. 그는 1939년에 북아일랜드의 농가에서 아홉 형제 가운데 장남으로 ..

아일랜드: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신랑의 어머니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목욕하던 아들의 반짝이던 등 그리고 그녀의 발아래에 놓여 있던 아들의 작은 신발. 지금은 텅 비어버린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어머니는 딸이 인사하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은 마치 비눗기 묻은 미끄러운 그녀의 손 안에서 아들이 발버둥 치면서 빠져나가던 것과 같다. 이제 다시 한번 비누가 박수를 치는 그녀의 손안에 영원히 머물게 되는 이 결혼식 종소리를 손쉽게 빠져나가도록 할 수 있다면. * * * * * * * * * * * * * * *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1939년 4월 13일 ~ 2013년 8월 30일)는 아일랜드의 시인, 작가 겸 교수이다. 그는 1939년에 북아일랜드의 농가에서 아홉 형제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1995년에 노벨 문학상..

시리아:아도니스(Adonis)

나의 근심이여 나의 수평선에 있는 어둠이여 나의 근심이여 나의 새로움에 붙어라 찢어라 날려버려라 불태워라 그러면 나는 잿더미 속에서 순수한 새벽을 창조할 것이다 * * * * * * * * * * * * * * * 알리 아흐마드 사이드 에스베르(1930년 1월 1일 ~ )는 필명인 아도니스(Adonis) 또는 아두니스(Adunis)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시리아의 시인, 수필가, 번역가이다. 20세기 후반에 아랍의 시문학에 모더니즘 혁명을 주도하여 영어권 세계에서 T.S. 엘리엇에 필적하는 "지진적인 영향"을 미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도니스의 출판물에는 20권의 시, 13권의 비평 작품이 포함된다. 아도니스가 아랍어로 번역한 책에는 생존 페르스와 이브 본푸아의 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20..

그리스:오디세아스 엘리티스(Odysseas Elytis)

홀로 내 슬픔 다스리고 홀로 나는 내 슬픔을 다스리고, 홀로 나는 버림받은 5월을 정복하고, 고요한 시절의 들판에, 홀로 나는 향기를 가득 내뿜고 … 칼에 찔린 상처는 아픔의 외침보다 깊지 않겠고 불의는 피보다 경건하지 못하다고 나는 말했다. … 나는 홀로 평원에 남고 폭풍을 맞아 홀로 잡혀 성으로 끌려가니 부르짖던 말을 나는 홀로 간직하도다 * * * * * * * * * * * * * * * 오디세아스 엘리티스(Odysseas Elytis, 1911년 11월 2일 ~ 1996년 3월 18일)는 현대 그리스의 시인으로, 그리스의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레스보스 출신의 오래된 올리브유 산업 가문인 알레푸델리스의 후손으로, 엘리티스는 1911년 11월 2일 크레타 섬의 헤라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