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그외 나라 116

터키:오르한 벨리 카네크(Orhan Veli Kanık)

아름다운 날들 이 아름다운 날들이 나를 망쳤지 이처럼 아름답던 어느 날에 일을 그만둔 나는 성실한 관리였네 이런 날에 처음 담배를 배웠고 어린 날이면 나는 사랑에 빠졌었지 집으로 빵과 소금을 가져가는 것도 이런 날에는 잊고 말았으니 으레 이런 날이면 시를 쓰려는 아픈 마음이 생겼네 나를 망쳤네, 이토록 아름다운 날들이 * * * * * * * * * * * * * * * 오르한 벨리 카네크(Orhan Veli Kanık, 1914년 04월 13일 ~ 1950년 11월 14일)는 1914년 4월 13일 이스탄불에서 아버지 메흐메트 벨리와 어머니 파트마 니가르 사이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남. 1925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앙카라로 이주함. 앙카라 가지 초등학교와 앙카라 중고등학교 졸업. 학창 시절 ..

아르헨티나,칠레,미국:블라디미로 아리엘 도르프만(Vladimiro Ariel Dorfman)

동시통역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국제회의장에서 유리 칸막이 방에 앉아 딸까에서 온 농부가 고문에 관해 하는 말을 통역하는 통역사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자들이 그를 고문대 위에 눕혔다는 말을 영어로 반복하고 가장 세련되고 섬세한 불어로 전기고문이 지속적인 전이성 후유증을 남긴다고 진술하고 개새끼들한테 강간당했다는 말에 꼭 들어맞는 낱말을 찾아내는 빠우 다다라 나는 그 살인자 놈들에게 욕을 해댔소 당신 등뒤엔 벽이 있고 사격조 조장이 "발사"라고 외치기 시작할 때 그때의 기분을 정확히 담아내는 어구를 아무 감정 없이 찾아내고 -여기서 운율이 느껴진다면 부디 용서하시라- 문장에서 멜로드라마를 덜어내려 애쓰면서 그것이 진짜 하려는 얘기의 어둡고 끈끈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핵심과 느낌을 전달하려 노력하는 놈들은..

아르헨티나,칠레,미국:블라디미로 아리엘 도르프만(Vladimiro Ariel Dorfman)

둘 곱하기 둘 동지여, 감방에서 그 방까지 몇 걸음 걸리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오. 스무 걸음이라면 화장실로 그대를 데려가는 게 아니라오. 마흔다섯 걸음이라면 운동하라고 그대를 데리고 나가는 건 절대 아니라오. 여든 걸음을 세고 나서 장님처럼 고꾸라지듯이 층계를 오르기 시작하면 오, 여든 걸음이 넘는다면 오직 한 군데가 있을 뿐이오 그들이 그대를 끌고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한 군데가 있을 뿐이오 오직 한 군데가 있을 뿐이오 그들이 그대를 끌고 갈 수 있는 곳은 이제는 오직 한 군데밖에 없다오 * * * * * * * * * * * * * * * 블라디미로 아리엘 도르프만 (Vladimiro Ariel Dorfman, 1942년 5월 6일 ~ 현재 81세)은 아르헨티나계 칠레계 미국인으로 소설가, 극..

그리스: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Constantine P. Cavafy)

그것들이 흥분했을 때 애써 붙잡아라, 시인이여, 잡힌 수가 아무리 적더라도. 네 에로티시즘의 전망들을. 집어넣어라 그것들을, 반쯤 접어서, 너의 시구에. 애써 붙잡아라, 시인이여. 그것들이 흥분했을 때, 네 마음속에서, 밤에, 아니면 정오의 빛으로 말이지. * * * * * * * * * * * * * * *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Constantine P. Cavafy, 1863년 4월 29일 ~ 1933년 4월 29일)는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그리스 서정시인이다. 1863년 4월 29일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1933년 4월 29일 같은 곳에서 죽었다.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읜 후 런던에서 유년 및 청년 초기를 보냈다. 그 후 콘스탄티노플에서 1880년에서 1985년까지 보냈으며, 22세에 알렉산..

그리스: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Constantine P. Cavafy)

노인 앉아 있다 시끄러운 카페 한가운데 탁자 위로 몸을 옹송그리고 한 노인이; 신문 그 앞에 두고, 홀로 그리고 비참한 노년의 노여움으로 생각한다 정말 즐기지 못했구나 시절, 활력, 논리와 잘생긴 얼굴 소유자였던 시절을. 그는 안다 자신이 아주 늙었다는 것을; 느끼고 본다. 그렇지만 그가 젊었던 그때 마치 어제 같다. 너무 짧다. 그 간격, 너무 짧아. 그리고 그가 곰곰 생각한다. 사려분별이 날 기막히게 속였군; 그리고 난 언제나 신뢰했지 - 멍청한 놈! - 그 거짓말쟁이 말을; "앞으로 시간은 아주 많아." 회상한다 멈출 수 있었던 충동을; 참으로 많은 기쁨을 희생했구나. 그의 멍청한 지식을 놓쳐버렸던 기회들이 이제 도처에서 비웃는다 ---- 그러나 많이 곰곰 생각하고 많이 기억해 낸 탓에 그 노인 어..

그리스: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Constantine P. Cavafy)

알렉산드리아 왕들 모였다 알렉산드리아인들 본다 클레오파트라의 아이들, 카이사리온과 그의 남동생들, 알렉산드로스와 프롤레마이오스, 처음으로 데려왔다 경기장으로, 거기서 선포될 참이지 왕으로, 찬란한 부대 대형의 와중. 알렉산드로스 - 사람들이 그를 왕으로 칭했다 아르메니아, 메디아와, 파르티아의, 프톨레마이오스 - 사람들이 그를 왕으로 칭했다 킬리키아, 시리아와, 페키니키아의. 카리사리온이 서 있었다 좀 더 앞에. 장밋빛 비단옷 차림. 가슴에 히아신스 부케, 벨트는 사파이어의 자수정의 두 열, 신발을 묶은 하얀 핑크빛 리본이 진주로 장식되었고. 사람들이 그를 칭했다 동생들보다 더 높이, 그를 칭했다 왕중왕으로. 알렉산드리아인들 분명 느꼈다. 이런 것들 단어이고 연극이라는 것을. 그러나 날이 따스하고 시적이..

팔레스타인: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내 어머니께 어머니의 빵이 그립습니다 어머니의 커피도 어머니의 손길도 아이의 마음이 내 속에서 자라납니다 하루 또 하루 저는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제가 죽으면, 어머니의 눈물이 부끄러우니까요! 저를 받아주세요, 언제고 제가 돌아간다면 어머니 속눈썹의 장식 띠로 당신의 순결한 영광으로 세례를 받은 풀로 저의 뼈를 덮어주세요 그리고 저의 몸을 꼭 묶어주세요 당신의 머릿단으로 당신의 치맛자락에 나풀거리는 실밥으로 어쩌면 저는 신이 될 거예요 신이 될 거예요, 당신의 가슴 그 깊은 곳을 만지기만 한다면! 저를 써주세요, 제가 돌아만 간다면 당신의 빵틀에 불 지필 땔감으로 당신 집 지붕의 빨랫줄로 당신의 낮 기도가 없으면 저는 어디에고 머무를 수가 없으니까요 저도 늙었습니다, 그러니 유년의 별들을 돌려주세요 당신..

팔레스타인: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희망에 대하여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예멘의 목동이나 되어 부활을 노래했으면’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하바나의 급사나 되어 억압받는 사람들의 승리나 기원했으면’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아스완댐의 젊은 수문장이나 되어 바위를 위해 노래했으면’ 나의 친구여 나일강은 볼가강으로 흐르지는 않네 콩고강이나 요단강이 유프라테스강으로 흐르는 것도 아닐세 모든 강은 그 자신의 시원(始原)이 따로 있고 제 가는 길이 따로 있고 제 삶이 따로 있지. 우리의 조국은 친구여, 황폐한 나라가 아니라네. 때가 되면 모든 나라는 새로 태어나고 모든 전사(戰士)는 새벽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니. ​ * * * * * * * * * * * * * * *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1941년 3..

팔레스타인: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신분증 적어둬라! 나는 아랍인 내 등록번호는 50000번이다 아이가 여덟이고 아홉 번째 아이가 올여름 태어난다 … 적어둬라! 나는 아랍인 내게 직함 따윈 없다 인내하라, 그곳 분노한 이들이 사는 곳에선. … 내게 증오는 없다 남의 권리를 앗을 마음도 없다 하지만 내가 굶주린다면 착취자의 살점이 내 밥이 되리라 조심하라 조심하라 내 굶주림을 내 분노를. ​ * * * * * * * * * * * * * * *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1941년 3월 13일 ~ 2008년 8월 9일 향년 67세)는 팔레스타인의 시인이다. 다르위시는 1941년 팔레스타인의 한적한 갈릴리 호숫가의 작은 마을 아크레(Acre)에서 태어났다. 십 대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60년 첫 시집 를 펴낸 이..

팔레스타인: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유랑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강 언덕 위의 이방인, 강처럼 물은 너의 이름에 나를 묶는다. 그 무엇도 이 먼 곳으로부터 나를 오아시스로 돌려보내 주지 않는다. 평화도, 전쟁도 그 무엇도 내가 복음서로 들어가는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그 무엇도 티그리스 강과 나일 강 사이의 썰물과 밀물의 해안에서는 빛나지 않는다. 그 무엇도 파라오의 전차에서 나를 내려주지 않는다. 그 무엇도 나를 돌봐주거나, 혹은 내게 생각을 품게 해 주지 않는다. 향수도, 전망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그리고 강물을 응시하는 긴 밤이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강물은 나를 너의 이름에 묶는다. 그 무엇도 꿈의 나비들로부터 나를 빼내지 못한다. 그 무엇도 나에게 현실을 주지 못한다. 먼지도 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