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그외 나라 116

헝가리:아틸라 요제프(Attila Jozsef)

여름의 오후 가위 소리 짤깍짤깍,잔디를 다듬던 누이가일손을 멈춘다. 뒷모습으로도하품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디오 소리는 꿈틀꿈틀,창가에는 벌들이 윙윙.산들산들 춤추는 바람은 빙빙푹신한 잔디를 돌아다닌다. 더운 웅덩이, 시간이허무의 놀이를 하다 멈춘 듯하여도여전히 흘러가는 것은 꽃잎이 지기 때문이리. 또한 알 수 없음은, 내가 잠들었는지글을 쓰고 있는지, 둘 다인지라.아내가 흰 천으로식탁을 덮으니 여기는 하늘마저 아마포의 눈부신 흰빛으로 넘치고의자 위의 유리그릇은산딸기의 빛으로 반짝인다. 나는 행복하다. 임은내 곁에서 바느질하고 우리는 함께 멀어져 가는 화물선의경적 소리를 가만히 듣는다.  * * * * * * * * * * * * * ** 아틸라 요제프(Attila József, 1905년 4월 11일..

헝가리:아틸라 요제프(Attila Jozsef)

묘비명 그는 명랑하고 친절했으며,고집스러운 구석도 있었다. 부당한 취급을 받으면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먹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면에서는 하느님을 닮았다.코트는 유태인 의사의 선물이지만가족에게서 받은 것이라고는 오직안 보게 되어 속 시원하다는 말.그리스 정교회에서 발견한 것이라고는 오직사제들. 평화는 없었다―그는 절명하고서야 전국에 알려졌지만,슬픔을 억누르십시오.  * * * * * * * * * * * * * * * 아틸라 요제프(Attila József, 1905년 4월 11일 ~ 1937년 12월 3일)는 20세기 헝가리의 가장 위대한 민중시인이다.그는 1905년 4월 11일 부다페스트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1937년 12월 3일 발라톤사르소 기찻길에서 화물열차에 몸을 던져 자살한 비..

헝가리:아틸라 요제프(Attila Jozsef)

일곱 번째 사람(The Seventh) 세상에 나가면일곱 번 태어나라ㅡ불난 집에서눈보라 치는 병원에서광란의 정신병원에서바람이 휘몰아치는 밀밭에서종이 울리는 수도원에서비명을 지르는 돼지우리 속에서여섯 아이가 울었어도 충분하지 않아ㅡ너 자신이 일곱 번째 아이라야 해!​생존을 위한 싸움을 할 때에는적에게 일곱 사람을 보여라ㅡ일요일 하루는 쉬는 사람월요일에 일하기 시작하는 사람대가 없이 가르치는 사람물에 빠져 수영을 배운 사람숲을 이룰 씨앗이 되는 사람야만의 선조들이 보호해 주는 사람하지만 그들의 재주로는 충분하지 않아ㅡ너 자신이 일곱 번째라야 해!​사랑하는 사람을 원하면일곱 남자를 보내라ㅡ가슴을 담아 말하는 남자자신을 돌볼 줄 아는 남자꿈꾸는 사람임을 자부하는 남자스커트로 그녀를 느낄 수 있는 남자호크와 단추..

아르헨티나: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비​가랑비가 내리니갑자기 오후가 개인다.내리다인지 내렸다인지분명 비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지.​빗소리를 듣는 이는그지없는 행운이라 부르는 꽃과 유채색 신기한 색조를현현시켰던 그 시간을 회복하였네.​유리창을 눈멀게 하는 이 비가상실된 아라발의 지금은 가버린 어느 정원 포도 덩굴검붉은 알갱이에 생기를 돋우리.​젖은 오후는 내가 갈망하던 목소리죽지 않고 회귀하는아버지의 목소리를 돌려주네 ​ * * * * * * * * * * * * * *   * 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1899년 8월 24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 1986년 6월 14일 스위스 제네바)는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시인, 평론가이다. 보르헤스는 20세기 지성..

아르헨티나: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시학(詩學) 시간과 물로 이루어진 강을 보며시간은 또 하나의 강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우리 또한 강처럼 흘러간다는 것과얼굴들도 물처럼 흐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깨어있음은 꿈꾸지 않음을 꿈꾸는또 하나의 꿈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우리들의 삶이 두려워하는 죽음은, 꿈이라고 부르는,매일 밤 찾아오는 그 죽음을 느끼는 것. 하루와 일 년에서 인간의 나날과해(年)들의 상징을 보며그 해들의 모욕을 음악 한 소절, 작은 중얼거림,혹은 하나의 상징으로 바꾸는 것. 죽음 속에서 꿈을 보는 것.황혼 속에서 슬픈 황금을 보는 것.그것이 가련하지만 불멸하는 시(詩).시는 여명과 황혼처럼 돌아온다. 때때로 오후에는 어느 얼굴 하나가거울 저쪽에서 우리를 보고 있다. 예술은 진짜 자기 얼굴이 비치는그 거울 같은 것. 경이(驚異)..

아르헨티나: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축복의 시​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내리지 말기를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그 오묘함에 대한 나의 심경을​신은 빛을 잃은 이 눈을책들의 도시의 주인으로 만들었네꿈들의 도서관에서 새벽이 건네는초점 잃은 구절들밖에 읽을 수 없는 이 눈을​낮은 헛되이 끝없는 책들을이 두 눈에 선사하네알렉산드리아에서 소멸된 필사본들처럼읽기 힘든 책들을​그리스 신화에서는 어떤 왕이샘과 과일나무들 사이에서 갈증과 허기로 죽었지나는 이 높고 긴 눈먼 도서관의 이곳저곳을길을 잃고 헤매네​벽들은 백과사전, 지도책, 동방과서방, 모든 세기들, 왕조들,상징들, 우주와 우주 이론들을건네지만 모두 무의미하네​도서관을 낙원으로 상상하곤 하던 나는지팡이를 더듬거리며나의 어둠에 싸여 천천히공허한 어스름 속을 탐색하네​단지 우연..

캐나다: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겨울의 새벽 밤의 늪 위에는 별이 여전히 빛나고, 서리가 내린 언덕 위에는 침울한 소나무가 섬뜩한 바람을 품고 있다. 동양의 창백한 아치를 통해 아침은 새로 태어난 우유처럼 하얀 광채를 뿜어내고, 진홍색의 검이 그림자 무리의 회색 깃발을 자르고, 오, 그날! * * * * * * * * * * * * * * * *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1874년 11월 30일 ~ 1942년 4월 24일 향년 67세)는 캐나다의 소설가, 시인, 기자, 여성 작가로 그녀의 대표 작품 《빨간 머리 앤》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빨간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시리즈(1908~1939)를 비롯해, 평생 20편의 장편 소설과 530편의 단편 소설, 50..

캐나다: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옛 집이 부른다 내게로 돌아와라, 넓은 세상을 배회하는 작은 춤추는 발들아, 나는 다시 한번 내 고요한 방에서 날아다니는 너의 발걸음을 갈망한다. 내게로 돌아와, 웃음과 노래가 있는 작은 목소리들, 돌아와라, 희망으로 높이 뛰는 작은 심장들아, 나는 너를 오랫동안 그리워하고 슬퍼했어. 내 정원에 피어난 장미는 이슬에 흠뻑 젖어 달콤하게 걷고, 긴 언덕길에는 내 불빛이 내리쬐고, 저물어 가는 황혼은 내 처마 주위를 펄럭이고, 제비는 옛날처럼 내 처마 주위를 펄럭이고, 내 주위에는 굳건한 팔로 잣나무가 접힌다. 그러나 나는 아침과 저녁에 너희를 위해 피곤하노라, 오, 내 사랑의 자녀들아, 너희의 순례의 길에서, 너희가 돌아다녔던 바다와 평원으로부터, 초원을 넘어 길을 따라 활짝 열린 내 문으로 오너라, 그리..

캐나다: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행복을 찾는 사람 행복을 찾아 해메었어요. 오 간절한 열망으로 멀리멀리 탐험했지요 산과 사막과 바다까지 뒤졌어요 동쪽에 가서 묻고 서쪽에서도 물었지요, 사람들이 북적이는 아름다운 도시로 가고 햇살 많은 푸른 바닷가도 찾아다녔지요 궁전 같은 집에 묵으며 서정시도 짓고 웃으며 즐겼지요 오 세상은 내가 간청하고 빌었던 것을 많이도 줬어요 그러나 그곳에선 행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실개천 가에 자그마한 흙벽 집 한 채가 있는 내 오랜 골짜기로 발길을 달렸습니다 산마루 호위하는 보초병 전나무 숲에 온종일 바람이 휘휘 부는 그곳 골짜기 위에 자리 잡은 고사리숲을 지나 어린 시절 걷던 오솔길을 구불구불 걸었습니다 들장미 정원 앞에 이르러 달콤한 향기를 들이켜는데 옛 시절처럼 내 집의 불빛이 어스름한 땅거미를 밝혔..

오스트리아:프란츠 제라피쿠스 그릴파르처(Franz Seraphicus Grillparzer)

키스 손 위에 하는 것은 존경의 키스, 이마 위에 하는 것은 우정의 키스, 뺨 위에 하는 것은 감사의 키스, 입술 위에 하는 것은 사랑의 키스; 내리감은 눈 위에 라면 기쁨의 키스, 손바닥 위에 라면 간구의 키스, 팔과 목에 하는 것은 욕망의 키스, 그밖에 하는 것은 모두 미친 짓. * * * * * * * * * * * * * * * * 프란츠 제라피쿠스 그릴파르처(Franz Seraphicus Grillparzer, 1791년 1월 15일 ~ 1872년 1월 21일)는 오스트리아의 작가, 시인, 극작가, 정치인이다. 괴테, 실러의 고전주의에 영향을 받은 오스트리아 최초의 고전적인 극작가로서, 19세기 초엽의 낭만주의 연극으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빈에서는 1808년 이후 낭만주의의 거성 슐레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