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밑에 매달린 고드름 눈썹 밑에 매달린 고드름 바람이 분다. 흙먼지가 일고 마른 풀잎이 흔들린다. 부재의 손과 마주 흔들며 떠나온 산천. 장병들이 밟고 간 빙판길 따라 남하하는 길은 어디를 가나 얼어붙은 의식이었다. 턱수염에, 눈썹 끝에, 하얗게 매달린 고드름.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는 살을 여.. 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2019.07.02
중공군의 침입 중공군의 침입 중국은 자기들 국경선 가까이 밀어닥치는 UN군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자국의 안전과 조선의 형제를 돕기 위해 인민의용군의 이름으로 1950년 10월~11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아무런 경계도 없이 승승장구 압록강으로 진격하던 한국군(제6사단 2연대 3대대)은 10월 25일 중공.. 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2019.07.02
평양입성 평양입성 우리는 꿈에서도 그리던 평양에 입성했다. 간헐적인 인민군의 저항을 비웃으며 한국군 제1사단 12연대는(1950년 10월 19일) UN군보다 먼저 입성했다. 평양입성과 함께 전쟁이 끝나리라는 기대는 이룰 수 없었지만 유서 깊은 대동강의 푸른 물은 유유히 흘렀다. 아직도 명령에 따라 .. 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2019.07.02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상처하나 없는 목숨이 돌처럼 버려져있다. 우리는 진격도중 대동강 강변에서 인민군의 시체를 만났다. 숨을 거둔 그에게로 누군가 다가서서 어깨부위를 툭툭 차며 동무, 국방군이 오고 있으니 날래 도망가라우야. 그 소리에 부대원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죽.. 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2019.07.01
금단의 벽을 넘어서 금단의 벽을 넘어서 미․소(美蘇)가 만든 38선은 누구도 넘나들 수 없는 금단의 벽이었다. UN이 인정한 한반도는 남녘에만 통치권을 인정했을 뿐 38선 이북은 아니었다. 1950년 6월 UN군 참전 역시 인민군을 38선 이북으로 몰아낸다는 데 있었지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UN군 참전은 아니었다. 그.. 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2019.07.01
전쟁의 주체가 바뀐 뒤안길에서 전쟁의 주체가 바뀐 뒤안길에서 바람은 바람대로 산하를 종횡하고, 자유는 자유의 나라 16개국을 불러 들였다. 한국군 보다 더 많은 UN군의 지원으로 전쟁의 주체가 바뀐 뒤안길에서 내 고향의 초가집은 불타고 비행기 폭격에 숨을 거둔 누님의 시체는 아무렇게나 길섶에 버려져있었다. 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2019.07.01
얼굴 없는 얼굴의 이름 얼굴 없는 얼굴의 이름 이방인 아닌 우리는 우리끼리 피를 흘려야했던 비극. 이념의 무게를 가늠하지 못하고 불행해야했던 그 날의 죽음을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미처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로 이 땅 곳곳에서 숨져간 내 형제의 죽음을, 먼 훗날 후손들은 무어라 말할까. 의로운 죽음.. 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2019.07.01
꿈을 잃은 세월의 강 꿈을 잃은 세월의 강 가을 햇살이 마른 풀밭을 포복 할 때, 우리는 국도를 따라 북으로 진격했다. 사방을 돌아보면 텅 파인 자리. 포탄이 떨어진 자리마다 가슴이 무너지는 허망이었다. 아직은 체온이 가시지 않은 얼굴들, 저승문 앞에서 잘려나간 팔 다리를 찾던 비명, 그것은 동강난 조.. 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2019.07.01
국(Gook) 국(Gook) 미군들은 한국 군속들에게 “국”이란 말을 자주 썼다. “국”이란 “하찮은 티끌”이란 말이다. 이 얼마나 치욕스런 말인가. 가슴으로는 칼을 갈면서도 대꾸 한마디 못하고 머리를 조아려야했던 그 날의 수모 성자처럼 우러러보며 자유를 꿈꾸던 이는 "국“이라는 말을 들을 때.. 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2019.06.30
가면을 쓰고 가면을 쓰고 이것은 내 가슴에 흐르는 피, 팔다리가 잘리고 혈연의 살같이 찢겨지는 아픔이다. 어둠 속으로 뿔뿔이 흩어져간 얼굴들, 손을 흔들며 등을 돌린 바람, 머리칼을 노랗게 물들인 기지촌(基地村)에서 누구도 벗길 수 없는 가면을 쓰고 잊고 싶은 기억들로 얼마나 안쓰러워했던가.. 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2019.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