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
상처하나 없는 목숨이
돌처럼 버려져있다.
우리는 진격도중 대동강 강변에서
인민군의 시체를 만났다.
숨을 거둔 그에게로 누군가 다가서서
어깨부위를 툭툭 차며
동무, 국방군이 오고 있으니
날래 도망가라우야.
그 소리에 부대원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식어버린 그의 가슴에선
사상도 조국도 끝내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쯤 그의 영혼은
어느 하늘 은하계에 가서
작은 별로 떠 있을까.
바람으로 울고
꽃빛 노을로 울어도
그의 울음 하나로는
산을 넘고 강을 건널 수 없는 날에
차라리 죽임을 택했어야했을
슬픔의 땅.
북녘 하늘에는 잿빛 총성만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