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은 세월의 강
가을 햇살이 마른 풀밭을 포복 할 때,
우리는 국도를 따라 북으로 진격했다.
사방을 돌아보면 텅 파인 자리.
포탄이 떨어진 자리마다 가슴이 무너지는
허망이었다. 아직은 체온이 가시지 않은 얼굴들,
저승문 앞에서
잘려나간 팔 다리를 찾던 비명,
그것은 동강난 조국의 뼈아픈 피울음이었다.
내 고향 산촌에는
흙 묻는 농부가 대신 불 꺼진 잿더미만 쌓여 있었고
전쟁이 할퀴고 간 세월의 강은
푸른 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핏빛으로 누워 있었다.
꿈을 꾸는 아이들도
꿈을 잃은 어른들의 역사도
눈물로 얼룩진 울음, 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