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꿈을 잃은 세월의 강

높은바위 2019. 7. 1. 16:44


  

꿈을 잃은 세월의 강

 

 

가을 햇살이 마른 풀밭을 포복 할 때,

우리는 국도를 따라 북으로 진격했다.

사방을 돌아보면 텅 파인 자리.

포탄이 떨어진 자리마다 가슴이 무너지는

허망이었다. 아직은 체온이 가시지 않은 얼굴들,

저승문 앞에서

잘려나간 팔 다리를 찾던 비명,

그것은 동강난 조국의 뼈아픈 피울음이었다.

 

내 고향 산촌에는

흙 묻는 농부가 대신 불 꺼진 잿더미만 쌓여 있었고

전쟁이 할퀴고 간 세월의 강은

푸른 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핏빛으로 누워 있었다.

 

꿈을 꾸는 아이들도

꿈을 잃은 어른들의 역사도

눈물로 얼룩진 울음, 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