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눈썹 밑에 매달린 고드름

높은바위 2019. 7. 2. 18:48


 

눈썹 밑에 매달린 고드름

 

 

바람이 분다.

흙먼지가 일고 마른 풀잎이 흔들린다.

 

부재의 손과 마주 흔들며 떠나온 산천.

장병들이 밟고 간 빙판길 따라

남하하는 길은

어디를 가나 얼어붙은 의식이었다.

 

턱수염에, 눈썹 끝에, 하얗게 매달린 고드름.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는 살을 여몄다.

 

포격에 내려앉은

대동강 철교의 난간을 잡고

눈밭 속을 뒹굴던 비명,

그것은 나의 형제,

나의 부모가 울고 간

날개 잃은 죽음의 길이었다.

 

엿가락처럼 꼬인 철교에서

더러는 떨어져 죽고

더러는 살아서 행방을 알 수 없는

지금 그날의 전쟁을 이끌던 훈령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