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얼굴의 이름
이방인 아닌 우리는
우리끼리 피를 흘려야했던
비극.
이념의 무게를 가늠하지 못하고
불행해야했던 그 날의 죽음을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미처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로
이 땅 곳곳에서 숨져간 내 형제의 죽음을,
먼 훗날
후손들은 무어라 말할까.
의로운 죽음이라 말할까
개죽음이라 말할까.
우리의
귀 멀고 눈먼 기억들.
조국은 눈먼 언어로 새겨둔 비명을
어떻게 설명할까.
전쟁에서 살아남은
나는 조국통일의 푸른 꿈이 떠도는 날에
가슴속 깊이 묻혀있는
얼굴 없는 얼굴의 이름들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