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고
이것은 내 가슴에 흐르는 피,
팔다리가 잘리고
혈연의 살같이 찢겨지는 아픔이다.
어둠 속으로 뿔뿔이 흩어져간
얼굴들,
손을 흔들며 등을 돌린
바람,
머리칼을 노랗게 물들인
기지촌(基地村)에서
누구도 벗길 수 없는
가면을 쓰고 잊고 싶은 기억들로
얼마나 안쓰러워했던가.
닫혀진 어둠이
태초의 암흑기 같고
종말의 무서움 같은 조국의 앞날에
저마다 짐승처럼 울어야했다.
때로는
어둠 속에 갇힌 하늘이 두려워
수제비대신 풀뿌리, 나무뿌리를 씹어야 했고
수돗물대신
빗물을 마셔야만했던 나의 황달.
그것은 황폐한 벌판의
표정 잃은 신음이었다.
죽음 곁으로 뛰어내리는
겨울날의 눈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