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木馬와 淑女 125. 木馬와 淑女 박 인 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고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5
124. 꽃을 위한 서시 124. 꽃을 위한 서시 김 춘 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4
123. 꽃 123. 꽃 김 춘 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4
122. 나비와 광장 122. 나비와 광장 김 규 동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잊어버리고 피 묻은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기계처럼 작열한 심장을 축일 한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 진공의 해안에서처럼 과..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3
121. 풀 121. 풀 김 수 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3
120.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20.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 수 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3
119. 瀑 布 119. 瀑 布 김 수 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사이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3
118. 눈 118. 눈 김 수 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3
117. 달 밤 117. 달 밤 이 호 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趙雄傳에 잠..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3
116. 강 있는 마을 116. 강 있는 마을 김 상 옥 한굽이 맑은 강은 들을 둘러 흘러가고 기나긴 여름날은 한결도 고요하다. 어디서 낮닭의 울음소리 귀살푸시 들리고 마을은 우뜸 아래뜸 그림같이 놓여있고 邑내로 가는 길은 꿈결처럼 내다뵈는데 길에는사람 한 사람 보이지도 않더라. 1947. 시집 ꡔ초적ꡕ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