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221

140. 紫霞門 밖

140. 紫霞門(자하문) 밖 김 관 식 나는 아직도 청청히 어우리진 수풀이나 바라보며 병을 다스리고 살 수 밖엔 없다. 혼란한 꾀꼴새의 매끄러운 울음 끝에 구슬 목청을 메아리가 도로 받아 얼른 또 넘겨 빽빽한 가지 틈을 요리조리 휘돌아 구을러 흐르듯 살아가면 앞길은 열리기로 마련이다. 사람이 사는 길은 물이 흘러가는 길. 山마을 어느 집 물항아리에 나는 물이 되어 고여 있다가 바람에 출렁거려 한 줄기 가느다란 시냇물처럼 여기에 흘러왔을 따름인 것이다. 여름 햇살이 열음처럼 여물어 쏟아지는 과일밭. 새까맣게 그을은 구리쇠빛 팔다리로 땀을 적시고 일을 하다가 가을철러 접어들면 몸뚱아리에 살오른 실과들의 내음새를 풍기며 한번쯤 흐물어지게 익을 수는 없는가. 해질 무렵의 석양 하늘 언저리 수심가같이 스러운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