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38. 새

높은바위 2005. 7. 28. 06:24
 

138.

 

                  천 상 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븜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1959. 사상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