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710

헨리 앨퍼드(Henry Alford)

그대와 나 내 손은 그대가 붙잡아주길 기다리느라 쓸쓸합니다. 임이여. 내 귀는 당신의 부름을 기다리느라 지쳤죠. 날 도와줄 당신의 힘, 쾌활함을 불러일으킬 당신의 웃음을 찾습니다. 마음과 영혼과 감각들이 하나같이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당신의 완전하고 솔직한 공감이 없는 난 의기소침해집니다. 우리는 함께여야 합니다 - 그대와 나; 우리는 서로를 원합니다. 하여 꿈과 희망, 계획하고, 보고, 세심히 완성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동반자, 위로자, 그리고 안내자며 친구로서, 사랑이 사랑을 구하는 만큼, 마음속의 생각은 생각을 구합니다. 인생은 너무 짧고, 혼자인 시간은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우리는 함께여야 합니다 - 그대와 나는. * * * * * * * * * * * * * * * * You An..

한산자(寒山子)

한산길(寒山道) 可笑寒山路(가소한산도) : 우스워라, 내 가는 한산(寒山) 길이여! 而無車馬蹤(이무거마종) : 거마(車馬)의 자국이야 있을 턱 없네. 聯溪難記曲(연계난기곡) : 시내는 돌고 돌아 몇 굽이던고. 疊嶂不知重(첩장부지중) : 산은 첩첩 싸여 몇 겹인 줄 몰라라. 泣露千般草(읍로천반초) : 풀잎 잎잎마다 이슬에 눈물짓고 吟風一樣松(음풍일양송) : 소나무 가지마다 바람에 읊조린다. 此時迷徑處(차시미경처) : 내 여기 이르러 길 잃고 헤매나니 形問影何從(형문영하종) : 그림자 돌아보며 “어디로?” 물어보네. * * * * * * * * * * * * * * * * 한산길(寒山道)은 거마(車馬) 자국이 없는, 그러니까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은 곳이다. 찰찰 시린 소리를 내며 첩첩 산을 굽이도는..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강변의 숲 속에서 강변의 숲 속에 숨어 있는 아침 해. 우리는 강가에 배를 띄웠다. 아침 해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강물 위에서 반짝이며 우리에게 인사를 하였다. * * * * * * * * * * * * * * * *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1878년 12월 15일 ~ 1956년 9월 12일)는 독일의 의사이자 작가이다. 1903년 의사 시험에 합격하여 결핵 전문의인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의사가 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 때에는 군의관으로 참가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시를 썼으나 《뷔르거 의사의 운명》을 비롯하여 자기의 체험에 바탕을 둔 자전적인 소설을 쓰게 되었다. 괴테의 휴머니즘을 계승하는 작가로서 현대 독일 문단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작품으로 《루마니아 전쟁기》, 《의사 기온》, 《유년 ..

한산자(寒山子)

돼지는 죽은 사람의 살을 먹고 豬吃死人肉(저흘사인육) : 돼지는 죽은 사람의 살을 먹고 人吃死豬腸(인흘사저장) : 사람은 죽은 돼지 창자를 먹네. 豬不嫌人臭(저불혐인취) : 돼지는 사람 냄새 꺼리지 않고 人反道豬香(인반도저향) : 사람은 돼지 냄새 구수하다 하네. 豬死抛水內(저사포수내) : 돼지가 죽으면 물에 던져버리고 人死掘土藏(인사굴토장) : 사람이 죽으면 흙 속에 파묻는다. 彼此莫相啖(피차막상담) : 사람과 돼지가 서로 먹지 않으면 蓮花生沸湯(연화생비탕) : 끓는 물속에서라도 연꽃이 피어나리. * * * * * * * * * * * * * * * * * 탐욕과 인과와 육도윤회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욕심을 말하면서 사람 아닌 돼지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 돼지는 이야기 속에서와 달리 자기 배가 부르면 ..

한산자(寒山子)

천운만수간(千雲萬水間) 千雲萬水間(천운만수간) : 자욱한 구름과 골짝 물 中有一閑士(중유일한사) : 그곳에서 나는 한가롭다. 白日有靑山(백일유청산) : 낮에는 푸른 산속을 거닐고 夜歸巖下睡(여귀암하수) : 밤 들어 바위 아래 잠들면 倏爾過春秋(숙이과춘추) : 하루하루 그렇게 세월이 가도 寂然無塵累(전연무진루) : 세상 먼지 들붙지 않는다. 快哉何所依(쾌재하소의) : 기댈 곳 없는 이 자유로움 靜若秋江水(정약추강수) : 고요한 이 마음 가을 강물 같네. * * * * * * * * * * * * * * * * 모양으로도 닮고, 성품으로도 닮으라고 말하는 물조차도 더 맑아지고 깊어지고 고요해지는 때가 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들의 활동이 줄어드는 때다. 가을 물이 깊어 보이고 맑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별의 노래 내일이면 숱한 별들이 비치겠지 내일이면 너는 나를 찾아 울겠지 잠잠한 창(窓) 안을 엿보고 있겠지 끝내는 아스라이 반짝이는 곳으로 네 마음은 달아나겠지 환하게 두 눈에 눈물이 어리면 수천의 별, 하나같이 고요한 별들 태양(太陽)들 마냥 커다랗게 떨고 있는 모습 네 눈에 비치겠지 * * * * * * * * * * * * * * *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1878년 12월 15일 ~ 1956년 9월 12일)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튈츠 출생의 소설가, 시인이다. 의사인 부친의 뒤를 이어 뮌헨 ㆍ 라이프치히 ㆍ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며, 1903년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개업의가 되어 진료를 하면서 시, 수필, 소설 등을 발표하여 1931년 고트프리트 켈러상, 193..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오래된 샘 램프를 끄고 잠이 들라. 오직 들려오는 소리는 오래된 샘의 잠들지 않는 물 흐르는 소리이다. 곧 당신은 알게 되리라, 모든 나의 집 손님들이 그러했듯이, 당신이 그 물 흐르는 소리에 익숙해짐을. 그러나 가끔씩, 꿈꾸던 중에, 온 집안에 어떤 이상스러운 편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무거운 발걸음이 안마당 자갈을 저벅저벅 밟고 들어와, 낭랑하게 울리던 물소리가 조용히 멈추고, 그러면 당신은 깨어난다.— 그러나 두려워 말라. 땅 위에 수많은 별들은 고요히 머물러 있다. 그것은 다만 한 여행자가 돌로 된 샘터에서 그의 손에 약간의 물을 받는 것이다. 곧 그는 떠날 것이다, 그리고 물 흐르는 소리는 다시 이어진다. 기뻐하라, 이곳에서 당신은 혼자가 아님을. 수많은 이들이 별빛 가운데 어딘가로 걸어간..

베트남:응오 쑤언디에우(Ngo Xuan Dieu)

감촉 시인이란 잔잔한 바람이다 달을 따라 꿈을 꾸며 구름과 함께 떠돈다 영혼을 영원히 붙들어 매기 위하여 아니면 萬情(만정)을 나누려는 것인가. 이곳은 萬客(만객)이 드나드는 넉넉한 주점이고 이곳은 수만 가지 향기로운 지식을 담는 병이고 花粉(화분)과 毒(독)을 함께 담아 논 접시이다. 두 눈에는 겹겹이 쌓인 하늘을 담으며 양 귀로는 모든 소리를 듣는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모든 움직이는 소리를 수만 가지 식물들의 색깔이 내는 소리를 가슴에 손을 얹으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고 그 심장 속에서 만물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물소리와 새들의 이야기도 이해하며 비가 우는 소리와 빛이 움직이는 소리도 날개는 없지만 여전히 오르내릴 수 있으며 땅 위를 걸으면서도 天上(천상)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천년을 일분으로 줄이기..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흑인 신부 검은 피 묻은 베개 위에 금발의 백인 아내의 목이 누워 있다. 태양은 그녀의 머리칼 속에서 광란하면서 그녀의 희뿌연 넓적다리에 길게 핥고 있고, 음탕한 일도 했고, 출산도 했지만 아직 그 모습이 흉하진 않다. 한 흑인 남자가 그녀 곁에 있다. 말굽으로 때려 그녀의 두 눈과 이마가 찢겼다. 그는 더러운 왼쪽 발의 발가락 두 개를 그녀의 작고 흰 귓속으로 쑤셔 넣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부처럼 누워서 잠잤다. 첫사랑 행복의 가장자리에서, 그리고 젊은, 따뜻한 피가 도는 천국순례를 번번이 떠나기 전처럼, 마침내 그녀의 흰 목에 칼이 꽂히고 그녀의 엉덩이에 죽은 피로 범벅이 된 자줏빛 팬티가 던져졌다. * * * * * * * * * * * * * * * *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작은 아스터 꽃 익사한 술배달꾼이 테이블 위에 받쳐져 있다 누군가 그의 이빨 사이에 짙은 자색 아스터 꽃을 끼워넣었군 가슴에서 피부 아래로 긴 메스를 들고 혀와 입을 잘라낼 때 난 그 꽃과 부딪치지 않을 수 없었지 옆으로 누운 그 머리에서 꽃이 미끄러져 내렸으니까 시신을 꿰맬 때 대팻밥 사이 가슴 구멍 속으로 그만 나는 그 꽃을 싸 넣어버렸다 네 꽃병 속에서 실컷 마시거라! 편안히 쉬거라 작은 아스터 꽃아! * 이 시는 이른바 벤의 처녀 연작시 에 나오는 작품으로서, 연작시는 등 모두 다섯 편으로 구성되었다. * * * * * * * * * * * * * * * *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1886년 5월 2일 ~ 1956년 6월 7일)은 독일의 시인, 수필가, 의사이다. 고트프리트 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