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710

아일랜드: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어느 자연주의자의 죽음 한 해가 지나갈 때까지 아마는 도심지의 한복판에서 곪아가고 있었다. 커다란 잔디판에 짓눌린 채 둔중한 초록색 아마는 서서히 썩어 들고 있었다. 날마다 아마는 죄를 벌하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숨이 막혔다. 거품이 가볍게 일어나고 국화들이 아마 냄새에다 음향의 파장을 강하게 흔들었다. 잠자리들도 있었고, 얼룩무늬 나비들도 있었지만 시선을 잡아당기는 것은 둑의 그늘진 곳에 고인 물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두터운 개구리알이었다. 이곳에서 봄이 다가올 때마다 나는 젤리처럼 부드러운 개구리알을 병에 가득 채우고 학교의 선반과 집 창틀에 올려두고 관찰했다. 조금씩 커지는 얼룩 반점들이 민첩하게 헤엄치는 올챙이로 자랄 때까지. 윌스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이유로 아빠 개구리가 수캐구리로 ..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수선화 골짜기와 언덕 위를 하늘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가 문득 나는 보았네, 수없이 많은 황금빛 수선화가 크나큰 무리 지어 호숫가 나무 밑에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은하수를 타고 빛나고 반짝이는 별들처럼 잇따라 수선화는 호반의 가장자리에 끝없이 줄지어 뻗쳐 있었네. 나는 한눈에 보았네, 흥겨운 춤추며 고개를 살랑대는 무수한 수선화를. 호숫물도 옆에서 춤추었으나 반짝이는 물결보다 더욱 흥겹던 수선화, 이토록 즐거운 벗과 어울릴 때 즐겁지 않을 시인이 있을 건가, 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그 광경이 얼마나 값진 재물을 내게 주었는지 나는 미처 몰랐었다. 이따금 하염없이 수심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으면 고독의 축복인 속눈에서 반짝이는 그들 내 마음은 차오르는 기쁨 속에서 수선화와 더..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무지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 * * * * * * * * * * * * * *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 1770-1850)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이며, 그의 시집 (초판 1708, 개정판 1800)의 서문은 고전주의에 대한 낭만주의 선언으로 유명하다. 쉬운 언어로 감동을 전하려고 한 그에게는 자연을 솔직하게 노래한 작품이 많다. 무지개나 수선화나 뻐꾸기를 노래하고, 순진한 어린이와 노래하는 아가씨 및 풍경 등 얼핏 생각하기에 감동의 대상이 되지 않을 듯한 것에 대해서 놀..

아일랜드: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예술가 나는 분노에 대한 그의 사고를 자랑한다 바위에 대한 그의 완고함을 푸른 사과의 본질에 대한 그의 판단을 그는 그 자신이 짖는 모습을 보고 짖어대는 개. 단지 그렇게 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것에 대한 증오 감사나 칭찬을 기대하는 심리의 천박함. 그것은 그에게 도둑질을 의미했다.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을 실천했기 때문에 그의 용기는 더욱 견고하게 되었다. 욕을 먹는 의원처럼, 그의 이마는 사과와 산을 뒤로하면서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지역을 여행한다. * * * * * * * * * * * * * * *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1939년 4월 13일 ~ 2013년 8월 30일)는 아일랜드의 시인, 작가 겸 교수이다. 그는 1939년에 북아일랜드의 농가에서 아홉 형제 가운데 장남으로 ..

아일랜드: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신랑의 어머니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목욕하던 아들의 반짝이던 등 그리고 그녀의 발아래에 놓여 있던 아들의 작은 신발. 지금은 텅 비어버린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어머니는 딸이 인사하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은 마치 비눗기 묻은 미끄러운 그녀의 손 안에서 아들이 발버둥 치면서 빠져나가던 것과 같다. 이제 다시 한번 비누가 박수를 치는 그녀의 손안에 영원히 머물게 되는 이 결혼식 종소리를 손쉽게 빠져나가도록 할 수 있다면. * * * * * * * * * * * * * * *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1939년 4월 13일 ~ 2013년 8월 30일)는 아일랜드의 시인, 작가 겸 교수이다. 그는 1939년에 북아일랜드의 농가에서 아홉 형제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1995년에 노벨 문학상..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타락한 처녀 "아, 밀리어, 정말, 이런 일도 있구나! 시내에서 널 만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 한데 이 멋진 옷과, 이런 화려함이 어디서 온 거니?" - "아, 넌 몰랐니, 내가 타락한 것을?" 그녀는 말했네. - "넌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신발도 양말도 없었잖아, 감자 캐고, 고들빼기 뽑는 데 지쳐 우릴 떠날 때는, 지금은 예쁜 팔찌에 고운 깃털을 세 개나 꽂았네!" - "그래, 우린 이렇게 입어, 타락했을 땐," 그녀는 말했네. - "시골 고향에 있을 땐, '니', '너', 그리고 '이거', '저거', '딴 거'라고 말하더니, 지금은 네가 말하는 것이 상류 사회 말투야!" - "타락하면 제법 세련되어져," 그녀는 말했네. - "그때는 네 손이 거칠었어, 얼굴은 윤기 없이 파랬고, 한데 이제는 네..

시리아:아도니스(Adonis)

나의 근심이여 나의 수평선에 있는 어둠이여 나의 근심이여 나의 새로움에 붙어라 찢어라 날려버려라 불태워라 그러면 나는 잿더미 속에서 순수한 새벽을 창조할 것이다 * * * * * * * * * * * * * * * 알리 아흐마드 사이드 에스베르(1930년 1월 1일 ~ )는 필명인 아도니스(Adonis) 또는 아두니스(Adunis)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시리아의 시인, 수필가, 번역가이다. 20세기 후반에 아랍의 시문학에 모더니즘 혁명을 주도하여 영어권 세계에서 T.S. 엘리엇에 필적하는 "지진적인 영향"을 미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도니스의 출판물에는 20권의 시, 13권의 비평 작품이 포함된다. 아도니스가 아랍어로 번역한 책에는 생존 페르스와 이브 본푸아의 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20..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그가 죽인 남자 "그와 내가 단지 오래되고 허름한 술집에서 만났다면 우리는 함께 앉아 술을 마셨으리라 거리낌 없이 여러 잔의 술을! 하지만 보병으로 배치되어, 서로 얼굴을 노려보며, 난 그를 쏘았고, 그는 나를 쏘았네, 그리고 거기 있는 그를 죽였네. 난 그를 쏘아 죽였네, 왜냐하면 - 왜냐하면 그가 나의 적이었기 때문에 단지 그뿐이지, 물론 그는 나의 적이었어, 그건 확실해, 하지만 그는 군인이 되겠다고 생각했겠지, 아마, 깊이 생각하지 않고 - 바로 나처럼 - 일자리를 잃고 - 가진 것도 팔았고 - 다른 이유는 없었을 거야. 그랬어, 전쟁이란 이상하고 알 수 없는 거야! 넌 사람을 쏘아 죽이는 거야 만약 어느 술집에서 그를 만났더라면 술도 사고, 약간의 돈도 보태어 주었을 텐데." * * * * * ..

그리스:오디세아스 엘리티스(Odysseas Elytis)

홀로 내 슬픔 다스리고 홀로 나는 내 슬픔을 다스리고, 홀로 나는 버림받은 5월을 정복하고, 고요한 시절의 들판에, 홀로 나는 향기를 가득 내뿜고 … 칼에 찔린 상처는 아픔의 외침보다 깊지 않겠고 불의는 피보다 경건하지 못하다고 나는 말했다. … 나는 홀로 평원에 남고 폭풍을 맞아 홀로 잡혀 성으로 끌려가니 부르짖던 말을 나는 홀로 간직하도다 * * * * * * * * * * * * * * * 오디세아스 엘리티스(Odysseas Elytis, 1911년 11월 2일 ~ 1996년 3월 18일)는 현대 그리스의 시인으로, 그리스의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레스보스 출신의 오래된 올리브유 산업 가문인 알레푸델리스의 후손으로, 엘리티스는 1911년 11월 2일 크레타 섬의 헤라클리..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우연 만약 어떤 양심 깊은 신이 하늘에서 내게 소리쳐 웃으며 "너 괴로운 중생아, 네 슬픔이 내 환희임을, 네 사랑의 상실이 내 증오의 독임을 알라"라고 말한다면 그러면 나 그것을 견디리라, 이 악물고, 그리고 죽으리라 풀 길 없는 분에 강철같이 굳어진 마음으로 나보다 ‘더 강한 누군가’가 뜻하여 내가 흘릴 눈물을 주었음에 반쯤은 위로받겠지. 허나 그렇지 않아, 왜 기쁨이 학살되어 눕고, 씨 뿌린 것 중 최상의 희망은 꽃피지 않는 것인가? - 우둔한 기화(奇禍)가 태양과 비를 가로막고, 애꾸눈의 심판자들이 내 행로의 주위에 고통만큼 행복도 뿌렸으련만. * * * * * * * * * * * * * * *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1840년 6월 2일 ~ 1928년 1월 11일)는 영국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