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710

고트프리트 벤(Gottfried Benn)

올페 1)의 죽음 어찌 당신은 나를 뒤에 남겼습니까, 사랑하는 이여 - 명부에 부딪히고, 황량한 로도페2)산 숲에 끌어가고, 두 가지 빛깔의 딸기, 붉은빛으로 이글거리는 과일 - 잎이 나면서, 수금(手琴)을 켜네 그 현에 부딪히는 엄지손가락! 이미 북풍 속에서의 3년!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달콤한 일, 그렇게 먼 곳, 맑은 목소리가 들린다. 덧없는, 그러나 깊은 입맞춤이 느껴진다 - . 그대 결국 그림자에서 방황함이여! 1) 그리스 신화, 아폴로아 킬리오프 사이에 난 아들로 시인이며 음악가. 그가 타는 하프가 하도 오묘하여 금수초목까지 매혹당했다고 한다. 아내 오이뤼디케가 죽자 황천에 내려와 음악으로 플루토를 감동시켜 고 약속하고 아내를 데려가기로 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그 약속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설이..

페루:세사르 바예호(César Abraham Vallejo Mendoza)

하얀 돌 위 검은 돌 나 죽을 것이다 파리에서 소나기와 함께,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느 날. 나 죽을 것이다 파리에서- 나 뛰지 않고- 아마도 목요일, 오늘 같은, 가을의. 목요일일 것이다, 왜냐면 오늘, 목요일, 이 시구를 끄적대다, 상박근을 무리했고, 오늘같이는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몸을 돌려, 내 모든 여행으로, 나 혼자 나를 본적이. 세자르 바예호 죽었다, 그를 때렸다 사람들이 모두 그가 그들한테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를 마구 팼다, 막대기로 마구 밧줄로도; 그 증인들은 목요일들과 상박근 뼈들, 외로움, 비, 길들…. * * * * * * * * * * * * * * * 세사르 아브라함 바예호 멘도사(César Abraham Vallejo Mendoza, 1892년 3월 16일 ~ 1938년..

니콜라 미나토(Nicola Minato)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내가 사랑하는 플라타너스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잎이여, 운명은 너희들에게 빛나네 천둥과 번개와 폭풍우가 너희들의 평안을 결코 어지럽히지 못하고, 탐욕스러운 남풍도 너희들을 모독하지 못하도록! 나무 그늘에서 이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울 만큼 유쾌한 일은 없었네 * * * * * * * * * * * * * * * 니콜로 미나토 백작(1627년 베르가모 출생 ~ 1698년 2월 28일 비엔나 사망)은 이탈리아의 시인, 극작가, 임프레사리오(현대의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였다. 그의 경력은 1669년까지 베니스에서 보낸 해와 죽을 때까지 비엔나에서 보낸 세월의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미나토는 오페라 극작가로서의 총 200편이 넘는 방대한 대본을 썼다. 그는 1650년 Francesco C..

페루:세사르 바예호(César Abraham Vallejo Mendoza)

같은 이야기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내가 살아있고, 내가 나쁘다는 걸 모두들 압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나 끝을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나의 형이상학적 공기 속에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아무도 이 공기를 마셔서는 안 됩니다 불꽃으로 말했던 침묵이 갇힌 곳.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형제여, 들어보세요. 잘 들어봐요. 좋습니다. 1월을 두고 12월만 가져가면 안 됩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니까요. 모두들 압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먹고 있음을…… 그러나, 캄캄한 관에서 나오는 無味한 나의 시 속에서 사막의 불가사의인 스핑크스를 휘감는 해묵은 바람이 왜 우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두들 아는 데… 그러나 빛이 폐병환자라는 건 모릅니다 어둠이 통통하다..

페루:세사르 바예호(César Abraham Vallejo Mendoza)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나는 오늘 이 고통을 세사르 바예호로 겪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가로도, 인간으로도, 살아 있는 존재로도 겪는 것이 아닙니다. 가톨릭 신자, 이슬람교도, 무신론자로도 겪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고통스러워할 뿐입니다. 내가 세사르 바예호가 아니었다 해도 이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예술가가 아니었다 해도 겪었을 것이며, 인간이 아니었다 해도,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해도 이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가톨릭 신자, 이슬람교도, 무신론자가 아니었다 해도 겪었을 것입니다. 오늘은 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단지 고통을 겪을 뿐입니다. 지금 나는 이유 없이 아픕니다. 나의 아픔은 너무나 깊은 것이어서 원인도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원인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페루:세사르 바예호(César Abraham Vallejo Mendoza)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항상 산다는 것이 좋았었는데, 늘 그렇게 말해왔는데. 내 전신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내 말 뒤에 숨어 있는 혀에 한 방을 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오늘은 턱이 내려와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잠시 머물게 된 이 바지 안에서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리도 많이 살았건만 결코 살지 않았다니!’ ‘그리도 많은 세월이었건만 또 다른 세월이 기다린다니!’ 우리 부모님들은 돌 밑에 묻히셨다. 부모님들의 서글픈 기지개는 아직 끝나지 았았고, 형제들, 나의 형제들은 온전한데, 조끼 입고 서 있는 나라는 존재. 나는 산다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삶에는 나의 사랑하는 죽음이 있어야 하고, 커피를 마시며 파리의 무성한 밤나무를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해..

랭스턴 휴스(Langston Hughes)

꿈 꿈을 꽉 잡고 있어라 꿈이 죽어 없어지면 삶은 날개가 부러져 날지 못하는 새. 꿈을 꽉 잡아라 꿈이 사라지면 삶은 눈으로 얼어붙은 황량한 들판이 되니까. * * * * * * * * * * * * * * Dreams Hold fast to dreams For if dreams die Life is a broken-winged bird That cannot fly. Hold fast to dreams For when dreams go Life is a barren field Frozen with snow. * 랭스턴 휴즈는 1920년대 ‘재즈 시’(jazz poetry)라 불리던 흑인문학을 주도한 시인이며 소설가 극작가이다. 재즈처럼 리듬이 강한 휴즈의 시를 온전히 음미하려면 영어로 소리 내어 읽어야 ..

랭스턴 휴스(Langston Hughes)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시 아들아, 난 너에게 말하고 싶다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다는 걸 계단에는 못도 떨어져 있었고 가시도 있었다 그리고 판자에는 구멍이 났지 바닥엔 양탄자도 깔려 있지 않았다 맨바닥이었어 그러나 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계단을 올라왔단다 층계참에도 도달하고 모퉁이도 돌고 때로는 전깃불도 없는 캄캄한 곳까지 올라갔지 그러니 아들아, 너도 돌아서지 말아라 계단 위에 주저앉지 말아라 왜냐 하면 넌 지금 약간 힘든 것일 뿐이니까 너도 곧 그걸 알게 될 테니까 지금 주저앉으면 안 된다 왜냐 하면 얘야, 나도 아직 그 계단을 올라가고 있으니까 난 아직도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인생은 내게 수정으로 된 계단이 아니었지 * * * * * * * * * * * * * * Mother to ..

고대 그리스:호머(Homer)

오디세이아 말해다오, 시신(詩神) 뮤어즈여, 트로이성을 함락시킨 후 오랜동안 천하를 방랑한 영웅의 이야기를. 그가 알고 있는 많은 도시와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고 자신의 생명과 전우들의 귀환을 위하여 망망대해에서 견디어 낸 수많은 고난을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그의 부하들을 모두 구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의 맹목적 행동으로 결국 파멸해 버린 것이다. 어리석은 자들, 태양의 신의 신성한 소들을 잡아먹었으니. 하이페리온 신은 그들의 돌아갈 날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노래하라, 제우스의 따님이시여, 그 방랑자의 이야기를 가혹한 파멸을 면한 그의 동료들 모두가 전쟁과 해난의 위험을 무사히 피하여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그도 그의 아내에게 돌아가기를 애타게 원했으나 여신 칼립소, 어여쁜 님프가 그를 그녀의 ..

랭스턴 휴스(Langston Hughes)

할렘강 환상곡 새벽 두 시에 홀로 강으로 내려가본 일이 있는가 강가에 앉아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일이 있는가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이미 작고하신 어머니, 신이여 축복하소서 연인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그 여자 태어나지 말았었기를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할렘강으로의 나들이 새벽 2시 한밤중 나 홀로 하느님 나, 죽고만 싶어 하지만 나 죽은들 누가 서운해할까 * * * * * * * * * * * * * * * 랭스턴 휴스(Langston Hughes, 1902년 2월 1일 ~ 1967년 5월 22일)는 미국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이다.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시를 많이 썼다. 그는 새로운 문학예술 형식 재즈 시의 초기 혁신자 중 한 명이었다. 휴즈는 할렘 르네상스 동안 그의 작품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