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710

멕시코:옥타비오 파스 로사노(Octavio Paz Lozano)

너의 눈동자 너의 눈은 번개와 눈물의 조국, 말하는 침묵, 바람 없는 폭풍, 파도 없는 바다, 갇혀 있는 작은 새, 잠든 황금빛 맹수, 진실처럼 불경한 토파즈, (황옥(黃玉) 보석) 가을날 숲 속의 환한 빈터 거기 나무의 어깨 위에선 빛이 노래하고 모든 잎사귀는 새가 되는 곳, 아침이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눈으로 뒤덮인 해변, 불을 따 담은 과일 바구니, 감정을 고취시키는 거짓말, 이 세상의 거울 저 너머의 세상을 향한 문 정오에 바다의 고요한 맥동, 명멸하는 절대, 아득한 황무지. * * * * * * * * * * * * * * * 옥타비오 파스 로사노(Octavio Paz Lozano, 1914년 3월 31일 ~ 1998년 4월 19일)는 멕시코의 시인, 작가, 비평가 겸 외교관이다. ..

폴 로런스 던바(Paul Laurence Dunbar)

동정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아 언제 그의 날개에 상처가 나고, 그의 가슴이 쓰라린지, 언제 그가 창살을 두드려 대며 자유롭고 싶은지 나는 알고 있네. 그것은 기쁨이나 환희의 축가가 아니라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보내는 기도,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 * * * * * * * * * * * * * * * 폴 로런스 던바(Paul Laurence Dunbar, 1872년 6월 27일 ~ 1906년 2월 9일)는 1890년대와 1900년대 초반에 인기 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각본 작가, 시인이자 소설가였다. 캔터키의 도망 노예 가족에게서 태어난 그는 어린 나이에 소설들과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는 학교에서 자신의 재능을 인정을 받았고, 자신의 고등학교 문학 ..

폴 로런스 던바(Paul Laurence Dunbar)

우리는 가면을 쓰고 있다 우리는 웃고 속이는 가면을 쓰고 있다. 가면은 우리 얼굴을 가리고 눈을 그늘지게 한다, - 인간의 간교함에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이다. 찢어져 피 흘리는 가슴으로 미소 짓고, ​수많은 에두른 언어로 말해야 한다. 왜 세상은 우리의 눈물과 한숨을 세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 아니, 그들이 우리를 보게 내버려 두라, 우리가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만. 우리는 웃고 있다, 하지만, 오, 주여, 들으소서, 고통받는 영혼이 주님께 보내는 외침을. 우리는 노래한다, 하지만, 오, 우리 발밑은 더러운 진흙탕이고, 갈 길은 멀다. 그렇지만 세상이 원하면 달리 꿈꾸도록 하라, 우리는 가면을 쓰리라! * * * * * * * * * * * * * * * * 1895년 쓰인 이 시는 19세기 후반 미국..

헝가리:미할리 초코나이 비테즈(Mihály Csokonai Vitéz)

잠자는 릴라에게 너희들 시원한 바람들아 불어오더라도, 살며시 오너라, 천천히 조용조용하게 흘러가거라, 작은 시내들아, 향기 나는 꽃들아 향기를 뿜어내거라. 쉿! 목동과 소녀들이여 여기 이 숲에서 쉬고 있다네 나의 릴라가 살포시 잠이 든 채로. * * * * * * * * * * * * * * * 미할리 초코나이 비테즈(Mihály Csokonai Vitéz, 1773년 11월 17일 데브레첸 ~ 1805년 1월 28일)는 헝가리의 서정시인으로, 헝가리 계몽주의 문학의 부흥을 이끈 주역이다. 그가 태어난 데브레첸에서 교육을 받은 소코나이는 어린 나이에 그곳의 시 교수직에 임명되었다. 그 후 그는 행위의 부도덕성 때문에 그 직위를 박탈당했다. 남은 짧은 생의 12년은 거의 끊임없이 비참하게 지나갔고, 그는 ..

멕시코:옥타비오 파스 로사노(Octavio Paz Lozano)

침묵 음악의 맨 밑바닥에서 올라오듯 하나의 음계가 올라와 떨면서 커지다가 다시 작아진다 또다시 음악이 오르면 그 음계는 입을 다물고 침묵의 심연에서 또 다른 침묵이 솟아오른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탑이거나 칼 같은 것이 솟아오르다가 커지다가 멈춘다 오르는 동안 또 떨어지는 것은 추억과 희망, 우리의 크고 작은 거짓 언어들 외치려 해도 목구멍에서 외침은 사라지고 수많은 침묵이 입 다문 그곳으로 또 다른 침묵이 되어 튀어나간다 * * * * * * * * * * * * * * * 옥타비오 파스 로사노(Octavio Paz Lozano, 1914년 3월 31일 ~ 1998년 4월 19일)는 멕시코의 시인, 작가, 비평가 겸 외교관이다. 멕시코시티 출신인 그는 진보적인 문화인이었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문학에 ..

체코슬로바키아:야로슬라프 사이페르트(Jaroslav Seifert)

이젠 안녕 세상의 수많은 시에 나도 몇 줄 보탰지만 그것들이 귀뚜라미 소리보다 더 현명할 것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 용서해 달라 이제 그만 작별을 고하리라 그것들은 달에 내디딘 첫 발자국도 아니었으며 어쩌다 잠깐 반짝거렸다 해도 그 자체의 빛이 아니라 반사한 것이었다 나는 다만 언어를 사랑했다 시는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 있어 왔다 사랑처럼 굶주림처럼, 전염병처럼, 전쟁처럼 때로는 나의 시가 당혹스러울 만큼 어리석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변명할 생각은 없다 아름다운 언어들을 찾는 것이 사람을 죽이고 살생하는 일보다 한결 나은 일이라고 믿으니까 * * * * * * * * * * * * * * * 야로슬라프 사이페르트(Jaroslav Seifert, 1901년 9월 23일 프라하 ~ 1986년 1월 1..

멕시코:옥타비오 파스 로사노(Octavio Paz Lozano)

태양의 돌 내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순간 하나만이 이 밤을 되찾고, 꿈 하나에 대항하며 모아 놓은 이미지들을 꿈꾸며, 꿈에 대항하며 모질게 조각된, 이 밤의 허무, 글자글자마다 일어선 맥박을 뽑아 버린 순간만이, 한편 바깥에선 시간이 풀려 내 영혼의 문들을 부순다 잔혹한 시간표를 지닌 세계, 다만 순간 하나 한편 도시들, 이름들, 맛들, 살아 있는 것이, 내 눈먼 이마에서 허물어진다, 한편 밤의 괴로움 내 사고는 고개를 수그리고 내 해골, 이제 내 피는 좀 더 천천히 걸어간다 이제 내 치아는 느슨해지고 내 눈은 흐려지고 하루들과 연도들 그 텅 빈 공포들이 쌓여간다, 한편 시간은 그의 부채를 접는다 이제 그 이미지들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순간이 가라앉아 떠돈다 죽음에 둘러싸여, 밤과 그 음산한 하품..

러디어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만약 만약 네가 얼굴을 들 수 있다면 너에 대한 모든 것을 잃거나 그 사실로 비난받을 때; 만약 모든 사람들이 너를 의심할 때에도 네 스스로 진실할 수 있다면, 그러나 그들의 지나친 의심조차 받아들이는: 만약 네가 기다릴 수 있고 기다림에 의해 지치지 않는다면, 혹은, 거짓되거나 거짓들과 타협하지 않고, 또한 미움받은 것을 미워함으로 되돌려 주지 않고, 그러함에도 너무 착해 보이려거나 고지식하게 말하지 않고; 만약 네가 꿈꿀 수 있다면 – 그리고 꿈들을 네 주인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만약 네가 생각할 수 있다면 – 그리고 생각들을 너의 목표로 만들지 않는다면, 그리고 환희와 불행을 함께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두 사기꾼을 마찬가지로 여긴다면: 바보들을 속이려는 악당들에 의해 왜곡된, 혹은 네 삶을 바..

고대 그리스:소크라테스(Socrates)

가장 불명예스러운 일 무절제와 질병이 만연하면 법정과 병원이 번창하게 될 걸세. 의사나 법률가가 판을 치는 세상이 오겠지. 노예나 천민뿐만 아니라 교양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들까지 의사나 법률가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은 결코 명예로운 일이 아니네. 그러한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교육이 실패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네. 더 불명예스러운 일도 있네. 성정이 고약해서 부정에 능한 자들 말이네. 그런 자들은 툭하면 법정에 의지해 죄를 면하려고 하지. 자신의 생활 태도를 반성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법망을 빠져나갈까만 궁리하면서 일생을 보내는 악취미를 갖고 있지. 특별한 외상이나 유행병 때문이라면 모르지만 생활 습성이나 게으름으로 인해 의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그 역시도 명예스럽지 못..

러디어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백인의 짐 백인의 짐을 져라. 너희가 기른 최선을 최전선에 보내라. 네 포로들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너희 아들들을 보낼 지어다. 퍼드덕대는 사람들과 야생에 맞서 육중한 마구를 차려입으라. 네 불만투성이 표정의 갓 잡아들인 포로들, 반은 악마요, 반은 아이인 자들에게. 백인의 짐을 져라. 끈기 있는 인내로 공포의 위협을 덮어버린 채 긍지를 때맞춰 드러내면서. 공개적인 언설과 단순함으로 몇 번이라도 반복하라. 타인의 이득을 살피고 타인의 성과를 돕기 위해서. 백인의 짐을 져라. 평화의 야만적인 전쟁, 기근의 입을 채워주고 역병이 끝나도록 명하라. 그리하여 너희 꿈이 가까워질 때 타인을 위한 목표도 이뤄질 지니, 너희의 모든 희망을 없애버릴 나태와 이방인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라. 백인의 짐을 져라. 왕들의 천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