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폴 로런스 던바(Paul Laurence Dunbar)

높은바위 2023. 6. 24. 05:16

 

우리는 가면을 쓰고 있다

 

우리는 웃고 속이는 가면을 쓰고 있다.

가면은 우리 얼굴을 가리고 눈을 그늘지게 한다, -

인간의 간교함에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이다.

찢어져 피 흘리는 가슴으로 미소 짓고,

수많은 에두른 언어로 말해야 한다.

 

왜 세상은 우리의 눈물과 한숨을

세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 

아니, 그들이 우리를 보게 내버려 두라,

우리가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만.

 

우리는 웃고 있다, 하지만, 오, 주여, 들으소서,

고통받는 영혼이 주님께 보내는 외침을.

우리는 노래한다, 하지만, 오, 우리 발밑은

더러운 진흙탕이고, 갈 길은 멀다.

그렇지만 세상이 원하면 달리 꿈꾸도록 하라,

우리는 가면을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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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5년 쓰인 이 시는 19세기 후반 미국 흑인으로서 겪는 경험과 그에 대한 심경을 말하고 있다.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난 후 흑인의 삶은 표면적으로는 이전보다 나아져 보이나 실제로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러한 억압된 분위기에서의 삶을 가면을 쓰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세상에는 웃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내면으로는 눈물과 한숨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시는 당시 흑인의 암담한 상황을 읊고 있으나, 언제 어디서든 박해받는 사람들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첫째 연에서, 우리 - 흑인 또는 박해받는 사람 - 는 현재의 억압된 사회 하에서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가면을 쓴다.

웃는 가면 뒤에는 피 흘리는 가슴이 있다. 수많은 말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에둘러 이야기해야 한다. (myriad subtleties)

둘째 연에서, 우리는 묻고 있다. 왜 뻔히 보이는 우리의 눈물과 한숨, 즉 억압되고 박해받는 상황을 그들은 바로 말하지 않고 온갖 구실을 붙여(over-wise) 설명하는가?

그들이 그런 식으로 자기들의 일방적인 방식으로 세겠다면(count), 그들에게 우리의 가면 쓴 모습만 보이겠다고 냉소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셋째 연에서, 우리는 웃지만 그 이면에 고통받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노래하지만 우리 발밑은 온통 진흙탕이고, 이러한 고통스러운 상황은 앞으로도 오래(long the mile)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흑인들의 상황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세계만을 원한다면(the world dream otherwise), 우리는 가면을 쓰겠다고 재차 냉소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마지막 말은 단순히 패배적 선언이 아니다.

박해받는 상황을 우리는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고통스러운 상황이 아무리 지속되더라도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이겨나가겠다는 자부심의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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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로런스 던바(Paul Laurence Dunbar, 1872년 6월 27일 ~ 1906년 2월 9일)는 1890년대와 1900년대 초반에 인기 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각본 작가, 시인이자 소설가였다.

 켄터키 도망 노예 가족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는 학교에서 자신의 업무로 인정을 얻었고, 자신의 고등학교 문학 동아리의 회장을 지냈다.

던바는 16세의 나이에 데이턴 신문에서 자신의 첫 시를 발간하였다.

그의 작품의 대부분은 흑인 사투리의 영어로 써졌다.

 

던바는 미국 흑인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그가 가사를 쓴 뮤지컬 "다호메이" (In Dahomey)는 흑인이 쓴 첫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그의 시와 소설은 20세기 후반에 들어 다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았던 결핵으로 33세에 일찍 죽었다.

 

뉴욕 타임스는 그를 "백인 혹은 흑인들의 진실한 시인"으로 임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