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710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

이정표(Der Wegeiser) 왜 나는 다른 방랑자들이 다니는 큰길을 피해 눈 덮인 바위 벼랑 사이로 난 은밀한 오솔길을 찾아가는가? 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할 만한 나쁜 짓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그 어떤 어리석은 열망 때문에 황야를 헤매는 걸까? 길가마다 이정표들이 서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주지만 나는 이렇게 끝없이 방황하면서 쉬지 않고, 안식을 찾아 헤맨다. 나의 눈앞에 이정표 하나가 꼼짝 않고 서 있는 게 보인다. 나는 그 길을 가야 한다. 돌아온 사람 아무도 없는 그 길을 * * * * * * * * * * * * * * *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 1794년 10월 7일 ~ 1827년 9월 30일)는 독일의 시인이다. 데사우에서 출생하여, 베를린 대학을 졸업하였다. 1813년 프..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

보리수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서 수많은 단꿈을 꾸었네. 보리수 껍질에다 사랑의 말 새겨 넣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그곳을 찾았네. 나 오늘 이 깊은 밤에도 그곳을 지나지 않을 수 없었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두 눈을 꼭 감아 버렸네. 나뭇가지들이 살랑거리면서, 꼭 나를 부르는 것 같았네: 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세차게 때렸네, 모자가 바람에 날려도, 나는 돌아보지 않았네. 이제 그곳에서 멀어진 지 벌써 한참이 되었네, 그래도 여전히 속삭이는 소리 들리네: * * * * * * * * * * * * * * Am Brunnen vor dem Tore Da steht ein Lindenbaum: Ich träumt in seinem Schatten So ..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 고독한 나는 내가 믿는 것처럼 믿지 못하고 그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를 못합니다. 고독한 나는 남들이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하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그대처럼 언젠가는 나도 죽을 것이고 그전에 더 이상은 망설이지 않고 그대를 사랑할 것입니다. 그대와 내게는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란 없습니다. 그대의 사랑은 그대가 내 우주를 채울 때에만 피어납니다. 그대의 흔들리는 마음도 나의 사랑을 위해서만 삽니다. * * * * * * * * * * * * * * *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혼전성 스티븐(Stephen) Adeline Virginia Woolf, 1882년 1월 25일 ~ 1941년 3월 28일)는 20세기 영국의 모더니즘 작가이다. 울프는 의식의 흐름 장르를 탄생시키고,..

페르시아: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일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거나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들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 * * * * * * * * * * * * * * 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무함메트 젤랄레디니 루미, ..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이런 사랑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나 이 세상에 하나뿐인 다정한 엄마도 가끔 멀리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당신은 아직 한 번도 싫은 적이 없습니다.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벨트나 예쁜 색깔의 매니큐어까지도 몇 번 쓰고 나면 바꾸고 싶지만 당신에 대한 마음은 아직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새로 산 드레스도 새로 나온 초콜릿도 며칠만 지나면 곧 싫증 나는데 당신은 아직 한 번도 싫증난 적이 없습니다. 오래 숙성된 포도주나 그레이프 디저트도 매일 먹으면 물리는데 당신은 매일매일 같이 있고 싶습니다. * * * * * * * * * * * * * * *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혼전성 스티븐(Stephen) Adeline Virginia Woolf, 1882년 1월 25일 ~ 1941년 3월 28일)는 20세기..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사랑이란 사랑이란 생각이다. 사랑이란 기다림이다. 사랑이란 기쁨 사랑이란 슬픔 사랑이란 벌 사랑이란 고통이다. 홀로 있기에 가슴 저려오는 고독, 사랑은 고통을 즐긴다. 그대의 머릿결 그대의 눈 그대의 미소는 누군가의 마음을 불태워 온몸을 흔들리게 한다. 꿈을 꾸듯 생각에 빠지고 그대들은 그대들의 육체에, 영혼에, 삶에 그대들의 목숨까지 바친다. 그리고 둘이 다시 하나 될 때 아, 그대들은 한 쌍의 새처럼 노래한다. * * * * * * * * * * * * * * *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혼전성 스티븐(Stephen) Adeline Virginia Woolf, 1882년 1월 25일 ~ 1941년 3월 28일)는 20세기 영국의 모더니즘 작가이다. 울프는 의식의 흐름 장르를 탄생시키고, 완성한 작가 중 ..

페르시아: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새 하루 종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입을 뗍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영혼은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생의 끝을 맞고 싶습니다. 이 취기는 다른 주막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곳 언저리로 다시 돌아가면 나는 온전히 취할 것입니다. 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새, 그런데 이 새장에 앉아… 다시 날아오를 그날이 오고 있습니다. 지금 내 귓속에서 나의 목소리를 듣는 이는 누구인가요? 내 입을 통해 말하는 이는 누구인가요? 내 눈을 통해 밖을 보는 이는 누구인가요? 영혼은 무엇인가요? 질문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 해답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다면, 나는 그 취기로 이 감옥을 부술 수 ..

페르시아: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여행 떠난다는 것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되돌려 주는 일 만일 그대가 어디에도 갈 수 없다면 스스로 내면의 길 위에 올라서 보자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긴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비로소 변할 수 있다 * * * * * * * * * * * * * * * 잘랄레딘 모하마드 루미(Muhammed Celâleddîn-i Rumi 무함메트 젤랄레디니 루미, 1207년 9월 30일 ~ 1273년 12월 17일)는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이자 이슬람 법학자이다. '모울라나(مولانا, Mevlânâ →우리의 스승)' 또는 '모울라비(مولوی, Mevlevî →나의 스승)'라는 칭호로도 알려져 있다. 발흐에서 출생하여 소아시아(룸)에서 생애의 태반을 보냈기 때문에 발히(بلخی)..

마르틴 니묄러(Friedrich Gustav Emil Martin Niemöller)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사민당원들을 감금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당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유태인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나를 위해 항의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 * * * * * * * * * * * * * Als sie mich holten Als die Nazis die Kommunisten holten, habe ich geschwiegen; Ich war ja kein Kommunist. Als sie die Sozialdemokraten e..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홍진(紅塵)에 묻혀 우리는 너무나 홍진(紅塵)에 묻혀 산다. 꼭두새벽부터 밤늦도록 벌고 쓰는 일에 있는 힘을 헛되이 탕진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도 보지 못하고, 심금마저 버렸으니 이 누한 흥정이여! 달빛에 젖가슴을 드러낸 바다 혹은 두고두고 울부짖다 시들을 꽃포기처럼 잠잠해지는 바람 이 모든 것과 우리는 남남이다. 매사에 시큰둥하다. 신이여! 차라리 사라진 옛 믿음으로 자라는 이단(異端)이나 되고 지고 이 아름다운 풀밭에 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위안이 되도록 바다에서 솟아나는 프로테우스를 볼 수 있고 트라이튼의 조가비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 * * * * * * * * * * * * * *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 1770-1850)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이며, 그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