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2 3

오드리 로드(Audrey Geraldine Lorde)

여성이 말한다(A Woman Speaks) 해의 흔적과 손길을 받은 달 내 마술은 쓰이지 않았으니 바다는 되돌아올 때 내 형체를 뒤에 남겨 두겠지. 나는 호의가 필요 없다 혈연에 연연하지 않고 사랑의 저주만큼 가차 없으며 내가 저지른 실수만큼 또는 자만만큼 영원하기를 나는 혼동하지 않는다 사랑을 동정과 증오를 경멸과 만약 나를 알고 싶다면 끊임없이 바다가 철썩거리는 천왕성의 내장을 들여다보길. 나는 출생에도 신성에도 깃들지 않으며 늙지 않고 반쯤 자라 여전히 찾고 있다 내 자매들을 다호메이*의 마녀들은 우리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둘둘 감은 옷 안에 나를 입고 애도한다. 나는 여성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미소를 조심하라 나는 오래된 마법과 정오의 새로운 분노 당신에게 약속된 드넓은 미래를 품은 위험한 ..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면, 과연 어떤 하루를 보내야 할까? 어느 영화 속의 주인공이 그랬다. 매일매일을 지루하게 사는 주인공에게 어느 날 아침,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아침에 눈을 뜨는데 다른 날 아침이 아니라,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똑같이 반복돼서 펼쳐지는 것이다. 내일이 없는 오늘만이 계속되는 끔찍한 형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삶이 지겹다고 늘 불평만 하던 사람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지옥이 따로 없는 것이다. 후회를 하고 용서를 빌어도 눈을 뜨면 늘 그날이 그날, 결국 주인공이 내일에 대한 기대를 접고 체념하게 되고서야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에 관심 없이 지나쳤던 사람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관심을 갖다 보니까 그들이 겪는 고통이 보이고, 그 고통을 나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