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오드리 로드(Audrey Geraldine Lorde)

높은바위 2023. 12. 12. 07:40

 

여성이 말한다(A Woman Speaks)

 

해의 흔적과 손길을 받은 달

내 마술은 쓰이지 않았으니

바다는 되돌아올 때

내 형체를 뒤에 남겨 두겠지.

나는 호의가 필요 없다

혈연에 연연하지 않고

사랑의 저주만큼 가차 없으며

내가 저지른 실수만큼

또는 자만만큼 영원하기를

나는 혼동하지 않는다

사랑을 동정과

증오를 경멸과

만약 나를 알고 싶다면

끊임없이 바다가 철썩거리는

천왕성의 내장을 들여다보길.

 

나는 출생에도 신성에도

깃들지 않으며

늙지 않고 반쯤 자라

여전히 찾고 있다

내 자매들을

다호메이*의 마녀들은

우리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둘둘 감은 옷 안에 나를 입고

애도한다.

 

나는 여성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미소를 조심하라

나는 오래된 마법과

정오의 새로운 분노

당신에게 약속된

드넓은 미래를 품은 위험한 존재

나는

여성이고

백인이 아니다.

 

* 다호메이(Dahomey) 1600~1904년 사이 오늘날의 베냉 지역에 있었던 아프리카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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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로드(Audrey Geraldine Lorde, 1934년 2월 18일 ~ 1992년 11월 17일)은 미국의 작가, 교수, 철학자, 교차 페미니스트, 시인 및 시민권 운동가였다.

그녀는 자칭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사회주의자, 어머니, 전사, 시인"이었으며, "억압의 위계는 있을 수 없다"라고 믿었기 때문에 모든 형태의 불의에 맞서는 데 자신의 삶과 재능을 바쳤다.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시인이며, 흑인이며 다양한 인종 people of color의 인권을 위해 싸운 전사, 문학과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 도서관 사서, 출판인, 암 생존자, 엄마, 페미니스트, 사회주의자, 그리고 레즈비언이다.

그녀는 차별과 혐오의 대상일 수 있는 여러 교차적인 얼굴을 숨기지 않고, 다양한 정체성을 자신의 멀티 페르소나로 거침없이 드러낸 여성 시인이다.

1934년에 뉴욕시 할렘에서 카리브해 국가인 그레나다 이민자 가정의 세 딸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 서인도 제도에 관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네 살 때부터 읽기, 말하기, 쓰기를 익혔다.

 

1951년, 헌터 고등학교 재학 중에 학교 문예지에서 자신의 시 게재를 거부하자 10대를 위한 잡지〈세븐틴〉에 처음으로 시를 투고해 실었다.

1959년에 헌터 칼리지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도서관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아 공립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그리니치빌리지의 레즈비언 게이 공동체에 활발히 참여하며 게이인 에드워드 롤린스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1968년에 첫 번째 시집 『최초의 도시들 The First Cities』을 출간했고, 1973년에 시집 『타인이 사는 땅으로부터 From a Land Where Other People Live』에서 정체성으로 인한 악전고투와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분노를 다뤘다.

1976년에 대형 출판사인 노튼 Norton에서 인종 정의와 흑인 정체성에 관한 시집 『석탄 Coal』을 펴내 흑인 예술 운동 진영의 영향력 있는 목소리로 자리했다.

44세 되던 해인 1978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시집『블랙 유니콘 The Black Unicorn』출간해, 아프리카 여성 신화를 주제로 삼아 범아프리카주의 pan-Africanism에 대한 기존 담론에 대항하며 블랙 페미니즘 전사의 이미지를 소환했다.

 

같은 해,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1982년에는 자기 인식의 진화와 섹슈얼리티에 다룬 자전 소설『자미 : 내 이름의 새로운 철자 Zami : A New Spelling of My Name』를 발표했으며, 1984년에는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페미니즘 에세이와 연설문 모음집인 『시스터 아웃사이더 Sister Outsider』출간했다.

1986년에 자신이 공동 설립한 유색 인종 여성들을 위한 출판사 키친 테이블 Kitchen Table : Women of Color Press에서 에세이 『나는 너의 자매다 I Am Your Sister』를 펴냈다.

유방암 선고 이후 6년 만에 간암 진단을 받은 그녀는 산타크루즈 섬에서 아프리카학 교수인 글로리아 조셉과 살며 투병하다 1992년,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아웃사이더로서 로드는 레즈비언 공동체에서는 흑인으로, 흑인 공동체에서는 레즈비언으로, 페미니스트 공동체에서는 흑인 레즈비언으로 평생을 인종차별과 성차별, 동성애 혐오에 맞서 싸웠다.

“흑인, 레즈비언, 여성, 페미니스트, 시인, 엄마, 교사, 암 투병 생존자, 활동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이 모두 존중받는 온전한 자아를 찾고자 분투한 그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받은 아프리카 이름은 감바 아디사 GAMBA ADISA, “전사, 자신의 의미를 분명히 보여 준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