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와 음악 동영상 226

문산(文山)의 가을

흐르는 곡은, 1. 가곡 - 기러기(하모니카연주) 2. 동요(이선희) - 오빠 생각 * * * * * * * * * * * * * * * 문산(文山)의 가을 高巖 푸른 새벽 밝은 달빛 아래로 기러기들이 남으로 남으로 줄지어 날아가고, 천변(川邊)엔 억새와 갈대들이 하얗게 흔들리네. 보기만 해도 풍성하게 고개 숙인 황금빛 논은 아직 벼베기가 시작도 안 됐는데, 넉넉한 가을맞이에 마음은 덩달아 벅차오르네. 뻐꾸기와 소쩍새가 떠난 뒷산에 상수리와 키재기 하던 밤송이들은 껍질을 열었고, 아이야, 날이 밝으면 밤 주우러 가지 않으련.

꽃과 별의 꿈 이야기

흐르는 곡은, 1. 최갑동 - 별에게 부치는 글 2. 김만수 - 별·달·장미·백합 3. 높은음자리(김장수&임은희) - 나 그리고 별 * * * * * * * * * * * * * * * * * * * * * * * * 꽃과 별의 꿈 이야기 高巖 가슴에 담은 스케치북에 매일 그림을 그리는 꽃 하나. 산에 안기고 강에 출렁이는 몸짓으로 고고하게 지녀온 일편단심. 별에 닿을 줄이야. 구석진 하늘가에 시나브로 빛 잃은 별 하나. 의식의 밑바닥에서 부스럭거리던 꿈 잊었던 기억의 실마리. 꽃에 있을 줄이야. 언제나 홀로 지키던 날들이 서럽고 외롭지만은 않았습니다. 꽃대궁 들어 채색하는 붓질 꽃을 향해 반짝이는 별. 꽃은 별을 우러렀고 별은 꽃을 꿈꾸었습니다. 시간 속에 사는 우리 다가서면 가까울 줄 알았습니다. 섞..

3인조(三人組)

흐르는 곡은, 1. 영화 '넘버 3' 대사 중 : 송강호 - 무대뽀 정신 2. 배칠수의 음성 모사 : 김대중 - 독도 ----------------------------- 3인조(三人組) 高巖 지구의 생명바다 지켜도 힘들건만 온난화 쓰레기에 방사능 오염수를 손잡고 버리고 있는 인류의 적 ¹기시다 무언의 공조자인 옆나라 지도자여 만인이 분노한다 네 조국은 어디인가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선열들이 탄한다 이보오 친일매국 남조선 동무들 우리 핵 수입해서 저놈들 날리라우 ²범보고 애보라기지 밸도 없는 종간나 너 죽고 나 살자고 모두가 죽는 거지 개고기 설삶은 듯 씬득씬득 말 안 듣는 3인조 그대들에게 후대들은 뭐랄까 1.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1957년 7월 29일~ ) : 일본의 제100·101대 내각총리대..

거북

흐르는 곡은, Jesse Cook - Cancion Triste(슬픈 노래 : 레인버젼) --------------------------------------- 거북 高巖 먹빛으로 저무는 바다에 선 나날 어둠 속에서 스러져가는 주름진 시간들 세상 제일 낮은 곳에서 이름과 기억도 비워둔 채 사막(沙漠)을 넘던 침묵(沈黙)으로 적막(寂寞)의 껍질에 내 얼굴을 묻었다. 길도 아닌 길도 서성이고 앉을 데도 없는 땅을 긁어가며 손마디에 엉겨 붙는 돌밭을 파대었다. 맨살로 파고드는 아픔을 가슴으로 또 가슴으로 문질렀다. 바람이 상처(傷處)를 불어주었다. 외로움을 닦아주었다 보여주지 않은 마음 나타나지 않은 모습 그것만이 속상해서 애타하고 갖은 상상으로 나만의 선경(仙境)을 본 것 또 한 번 빈방에 채운 부질없는 욕..

석탑(石塔)

흐르는 곡은, 한승기 - 탑돌이(1979년 제 2회 TBC 젊은이의 가요제 대상 수상곡) ------------------------------ 석탑(石塔) - 감포 감은사지(感恩寺址)에서 - 高巖 바다를 펴고 누운 구릉 땅을 딛고 받쳐 온 하늘 한때는 불(佛)이었고 빚어진 말(言)이었을 모습 천근불심(天根佛心)을 안고 소리를 눌러 기원(祈願)을 얹고 믿음을 쌓아 경건(敬虔)을 올리고 불심(佛心)은 침묵으로 자라나 이끼를 키우고 침묵은 삭혀져 검은 꽃 피우고 바람 한 줄기 사귀고자 풀잎 하나 키우고자 말 없는 가슴 열릴 문이 아니다 시간에 갇힌 소망(所望)들은 잠을 자고 외치고 싶은 부르고 싶은 머리를 들라 눈 끝에 번져오는 노을 돌 틈으로 머금은 역사의 사연(事緣)들 해 달 별 산 들 풀 그리고 말(言..

순(純)살 아파트

흐르는 곡은, ​ 김건모 - 아파트 ​ ------------------------- ​ 순(純)살 아파트 高巖 쥐약이나 좀약~ 벼룩 약이나 빈대 약 있어요~ 먹으면 즉사(卽事)하는 거, 맛보고 사요~ 때깔 좋은 아파트 있어요~ 자, 돈 내면 짓습니다~ 짓기 전에 사요~ 살다가 뼈 없으면 돈 대신 갈게요, 몇 년 살고 나오면 돼요~ 이 무더위에 납량 특집(納涼 特輯)이냐? 턱없는 귀신 얘긴 들었어도, 뼈 없는 아파트 얘긴 정말 서늘하구나. ​ * 순(純)살 아파트 : 건물을 지으면서 철근이 누락 되어, 맨 콘크리트 기둥으로 안전이 심히 염려되는 부실시공 아파트. 2016년 대만 남부에서 발생한 규모 6.4의 강진으로 116명이 매몰되어 숨진 빌딩도, 건물 벽 안에 철근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식용유통과 스티..

길가는 길

흐르는 곡은, Daveed - Orange Road ---------------------------------- 길가는 길 高巖 1 황토먼지 올리며 버스는 떠났다. 꺾일 듯 휠 듯 식덕거리는 뒷모습도 사라지고 후끈한 지열에 짊어 온 세상을 곧추 맨다. 부릅뜬 태양아래 파란 창들은 모두 열렸고 홀로 가는 구름하나 가슴에 찬다. 움직이는 것들의 정적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저 너머 무엇이 부르기에 가는가. 2 발아래 밟히는 자갈들의 투덜거림은 풀벌레의 노래를 잦아들게 하고 놀란 새 한 마리 호르르 옆 숲으로 가로지른다. 다가감에 저마다 떠나지만 길은 가라고 있는 것. 3 그늘 베고 누운 떡갈나무 사이로 와르르 바람이 쏟아진다. 격정에 못 이긴 이파리 하나 발등에 부딪는다 뛰쳐나옴은 떠남이 아닐 진데 어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