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곡은,
한승기 - 탑돌이(1979년 제 2회 TBC 젊은이의 가요제 대상 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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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탑(石塔)
- 감포 감은사지(感恩寺址)에서 -
高巖
바다를 펴고 누운 구릉
땅을 딛고 받쳐 온 하늘
한때는 불(佛)이었고
빚어진 말(言)이었을 모습
천근불심(天根佛心)을 안고
소리를 눌러
기원(祈願)을 얹고
믿음을 쌓아
경건(敬虔)을 올리고
불심(佛心)은
침묵으로 자라나 이끼를 키우고
침묵은 삭혀져 검은 꽃 피우고
바람 한 줄기 사귀고자
풀잎 하나 키우고자
말 없는 가슴
열릴 문이 아니다
시간에 갇힌
소망(所望)들은 잠을 자고
외치고 싶은
부르고 싶은
머리를 들라
눈 끝에 번져오는 노을
돌 틈으로 머금은 역사의 사연(事緣)들
해
달
별
산
들
풀
그리고 말(言)
무엇이 스치고
무엇이 차 있는가
떠나면 서러운 몸들이여
버티고 견디어 온 넋 앞에
침묵하라
말 없음에
*천근(天根) : 하늘의 맨 끝을 상상하여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