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와 음악 동영상 213

기러기 아빠

흐르는 곡은, Paul Anka - Papa * * * * * * * * * * * * * * * 기러기 아빠 高巖 그대 생각으로 해가 지고 그대 생각으로 별이 뜨는 오늘, 미친 듯 부둥켜안고 싶은 그대는 없다. 지금. 목마름으로 버틴 날이 많았음에도 이리도 그리움 펄럭일까. 헤어진 길이 멀어서 떨어진 날이 길어서 그대 모습 보일 때까지 마음 고플 것이고 이 밤 내내 추억 뒤척일 것이다. 실없는 기차는 빈 사연을 달고 가을밤을 내닫고 빈손을 숨긴 주머니엔 서러운 동전만 데워져 있는데.

아들에게

흐르는 곡은, Freddie Aguila - Anak(아들) * * * * * * * * * * * * * * 아들에게 高巖 무슨 말을 하겠니. 먹고사는 일에 네가 지은 죄는 아비의 죄다. 세상길가다 고통스러울 때 네 고통 대신해 줄 수 있었던 사람이 아버지였음을 기억했을 텐데. 네 뒤를 뉘며 대신 힘쓰던 엄마의 소리를 기억했을 텐데. 네가 꿈을 앓으면 아비는 피를 흘린다. 네 엄마의 텅 빈 눈을 바라보며.

귀뚜리 여파(餘波)

흐르는 곡은, 조영남 - 여보 * * * * * * * * * * * * * * * 귀뚜리 여파(餘波) 高巖 쇠잔한 몸을 뉘었다. 흐느적이는 TV화면에 멀건 눈을 흘리는데 옆에 누운 마눌의 억 소리와 함께 웬 시커먼 놈이 화면 앞으로 튄다. 팬티 두툼한 부근이 서늘해서 손을 스치니 튀었다고 한다. 불 올리니 세상 밑으로 들어간다. 엊그제 저녁부터 서투른 울음 울던 녀석이 틀림없다. 보일러소리인 줄 알았는데 일찍 세상 맛보러 나온 녀석 같았다. 발정 난 숫놈일 거라는 마눌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가을 논은 영글어만 가는데 뉘리끼리한 묏등의 잔디는 왜 떠오르나. 고얀 놈, 세상 맛보는 데 하필 나냐.

아내

흐르는 곡은, 하수영 -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 * * * * * * * * * * * * * * 아내 高巖 조그맣고 통통한 여자가 제 몸무게만큼 들은 옷 가방을 메고 올라올 것이다. 남대문 지하계단을. 노숙자(露宿者)들의 노리착지근한 통로를 지나. 가방은 멨는데 키가 크다. 일산(一山) 가는 옷장수로군. 또 한 여자, 너무 뚱뚱한 데 옷 가방이 잘 어울려. 새벽 1시 40분. 오늘 장 보러 오지 않았나 보구나. 어제 봤나. 에구, 이런 건 우린 연때가 안 맞아. 귀갓길에 같이 가려고 우줅 이곳까지 왔는데. 못 만나네. 이젠 막차 타야지. 아내의 짐을 받아 들고 함께 향하려던 바람은, 부유스름한 가로등 불빛아래 주저앉는다. 세상 살아가는 아픔과 몸부림을 아내는 나 대신 짊어지고 다닌다. 제 몸보다 버겁게.

소망(消亡)을 위한 소망(所望)

흐르는 곡은, Lou Christy - Saddle The Wind(바람에 실려) ​ * * * * * * * * * * * * * * 소망(消亡)을 위한 소망(所望) 高巖 원하옵고 바라 건데 온 산하를 푸르게 물들여놓고 가는 봄만 아니기를. 마른하늘아래 상심의 땅을 찢어놓는 된 가뭄이 아니기를. 서럽게 내리는 낙엽 위로 춤추며 오는 흰 바람이 아니기를. 뿌리째 뽑혀 동강 난 그루터기에 달린 고드름이 아니기를. 환희도 절망도 슬픔도 아픔도 소망(消亡)인 채로 간직하게 하소서.

문산(文山)의 가을

흐르는 곡은, 1. 가곡 - 기러기(하모니카연주) 2. 동요(이선희) - 오빠 생각 * * * * * * * * * * * * * * * 문산(文山)의 가을 高巖 푸른 새벽 밝은 달빛 아래로 기러기들이 남으로 남으로 줄지어 날아가고, 천변(川邊)엔 억새와 갈대들이 하얗게 흔들리네. 보기만 해도 풍성하게 고개 숙인 황금빛 논은 아직 벼베기가 시작도 안 됐는데, 넉넉한 가을맞이에 마음은 덩달아 벅차오르네. 뻐꾸기와 소쩍새가 떠난 뒷산에 상수리와 키재기 하던 밤송이들은 껍질을 열었고, 아이야, 날이 밝으면 밤 주우러 가지 않으련.

꽃과 별의 꿈 이야기

흐르는 곡은, 1. 최갑동 - 별에게 부치는 글 2. 김만수 - 별·달·장미·백합 3. 높은음자리(김장수&임은희) - 나 그리고 별 * * * * * * * * * * * * * * * * * * * * * * * * 꽃과 별의 꿈 이야기 高巖 가슴에 담은 스케치북에 매일 그림을 그리는 꽃 하나. 산에 안기고 강에 출렁이는 몸짓으로 고고하게 지녀온 일편단심. 별에 닿을 줄이야. 구석진 하늘가에 시나브로 빛 잃은 별 하나. 의식의 밑바닥에서 부스럭거리던 꿈 잊었던 기억의 실마리. 꽃에 있을 줄이야. 언제나 홀로 지키던 날들이 서럽고 외롭지만은 않았습니다. 꽃대궁 들어 채색하는 붓질 꽃을 향해 반짝이는 별. 꽃은 별을 우러렀고 별은 꽃을 꿈꾸었습니다. 시간 속에 사는 우리 다가서면 가까울 줄 알았습니다. 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