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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는 길

높은바위 2023. 7. 31. 10:34

 
흐르는 곡은,
 
Daveed - Orang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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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는 길

                                    高巖
                  1
 
황토먼지 올리며 버스는 떠났다.
꺾일 듯 휠 듯 식덕거리는 뒷모습도 사라지고
후끈한 지열에 짊어 온 세상을 곧추 맨다.
부릅뜬 태양아래 파란 창들은 모두 열렸고
홀로 가는 구름하나 가슴에 찬다.
움직이는 것들의 정적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저 너머 무엇이 부르기에 가는가.
 
                        2
 
발아래 밟히는 자갈들의 투덜거림은
풀벌레의 노래를 잦아들게 하고
놀란 새 한 마리 호르르 옆 숲으로 가로지른다.
다가감에 저마다 떠나지만
길은 가라고 있는 것.
 
                         3
 
그늘 베고 누운 떡갈나무 사이로
와르르 바람이 쏟아진다.
격정에 못 이긴 이파리 하나 발등에 부딪는다
뛰쳐나옴은 떠남이 아닐 진데
어제의 생각에 무엇을 채우려 하는가.
가슴에 얼룩진 그림자
이파리 같이 떨어져
오는 만큼 떠나가는 것.
 
                         4
 
헤벌리고 누운 뙤약 길을 지나
산 여울을 돌아선다.
수척해지는 산마루를 넘어
눈 시린 바다까지 이어진 길
목말랐던 그리움에 힘살이 솟는다.
길은 제 몸 풀어 하늘을 맞고
산과 바다를 거느리고 나를 안는다.
가는 만큼 새로 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