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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높은바위 2023. 8. 22. 09:15

 

흐르는 곡은,

Jesse Cook - Cancion Triste(슬픈 노래 : 레인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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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

 

                                                高巖

 

먹빛으로 저무는 바다에 선 나날

어둠 속에서 스러져가는 주름진 시간들

세상 제일 낮은 곳에서

이름과 기억도 비워둔 채

사막(沙漠)을 넘던 침묵(沈黙)으로

적막(寂寞)의 껍질에 내 얼굴을 묻었다.

 

길도 아닌 길도 서성이고

앉을 데도 없는 땅을 긁어가며

손마디에 엉겨 붙는 돌밭을 파대었다.

맨살로 파고드는 아픔을

가슴으로

또 가슴으로 문질렀다.

바람이 상처(傷處)를 불어주었다.

외로움을 닦아주었다

 

보여주지 않은 마음

나타나지 않은 모습

그것만이 속상해서 애타하고

갖은 상상으로 나만의 선경(仙境)을 본 것

또 한 번 빈방에 채운 부질없는 욕심들

이 슬픔마저 벼랑 끝에 남겨진 호사(豪奢)였음 에라.

 

가지 마

가지 마

훨훨 떠나가지 마오.

별도 아직 떠있고

달도 이제 오르려는 데

허허벌판의 앞가슴 돌부리에 걸치면

내 바다로 갈 날은 없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