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71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또 하나의 소리 모든 것이 멈출 때 머리칼을 흔들거나 의 재를 뿌리면서 그대는 무슨 몸짓을 시도하려 하는가, 그리하여 존재의 자정이 책상을 비치는 것은 언제인가? 모든 것이 침묵을 지킬 때 그대의 검은 입술 위에서 그대는 어떤 기호를, 어떤 가난한 언어를 지키려고 하는가, 아궁이에 불이 꺼져버릴 때 마지막 불씨를 지키려 하는가? 나는 그대 속에서 살아가리라, 그리고 나는 그대 속에서 모든 빛을 꺼내리라, 모든 화육化肉, 모든 암초, 모든 법을. 그리하여 내가 그대를 끌어올린 허무 속에다 나는 번갯불의 길을 열리라, 아니면 아직껏 소리친 적이 없는 가장 커다란 외침을. * * * * * * * * * * * * * * *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1923년 6월 24일 투르 ~..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미완성이 절정이다 ​ 파괴하고, 파괴하고, 파괴해야만 했다. 구원은 그 대가로써만 이루어졌다. 대리석 속에 떠오르는 벌거벗은 얼굴을 파괴할 것, 모든 형태 모든 아름다움을 파괴할 것. 완성이란 입구이므로 완성을 사랑할 것, 하지만 알게 되면 곧 그것을 부정할 것, ​죽게 되면 곧 그것을 잊어버릴 것, 미완성이 절정이다. ​ * * * * * * * * * * * * * * *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1923년 6월 24일 투르 ~ 2016년 7월 1일 파리)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미술사가이다. 그는 또한 다수의 번역판을 출판했는데, 특히 프랑스어로 최고로 여겨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가장 유명하다. 1981년부터 1993년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로 재직했으며, 미로..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

안녕 안녕! 이 생에서는 두 번 다시 너를 보지 못하리. 신이 지나가며 너를 부르고 나를 잊는다. 너를 떠나며 널 사랑했음을 느끼네. 눈물도 헛된 탄식도 말고, 나는 미래를 존중하려 해. 너를 데려갈 베일이여, 오라, 나는 미소로 떠나는 베일을 바라보겠네. 희망에 가득 차 떠나간 너는 자랑스레 돌아오리. 하지만 너의 빈자리로 고통받을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리. 안녕! 너는 이제 아름다운 꿈을 꾸며 위험한 쾌락에 도취하리니. 길을 가는 도중 떠오르는 별은 여전히 오랫동안 너의 두 눈을 사로잡으리. 어느 날 너는 우리를 이해하는 마음의 값어치를, 그 마음을 앎으로 발견하는 이득과, 그 마음을 잃음으로 받는 고통을 느끼게 되리. ​ * * * * * * * * * * * * * * * 알프레드 드 뮈세(Alf..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

잊지 말고 기억하세요 잊지 말고 기억하세요 만일 운명이 우리를 영영 떼어놓거든 내 슬픈 사랑을 기억하세요 헤어진 그 시절을 기억하세요 내 마음이 살아 있는 동안은 그대에게 말하게 하겠습니다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잊지 말고 기억하세요 차디찬 땅속에 내 마음이 잠들거든 잊지 말고 기억하세요 쓸쓸한 꽃이 하나 둘 내 무덤 위에 피면 다시는 만날 수 없겠지요 하지만 내 영혼은 정다운 누이동생처럼 그대 곁에 돌아갈 것입니다 조용한 밤이 오면 마음 가다듬고 들어보세요 속삭이는 듯한 그 소리 잊지 말고 기억하세요 ​ * * * * * * * * * * * * * * *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 1810년 12월 11일 ~ 1857년 5월 2일)는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이다. Muss..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

사랑의 소네트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고 오직 사랑하리 위선도, 주저도, 수치도, 거짓도 없이 욕망에 속지도, 회한에 절망하지도 않고 늘 그녀를 사랑하며 함께 살리라 그녀를 사랑하는 이 마음 굳게 지켜 언제인가는 내 사랑의 꿈을 이루어 광명 속에서 자유롭게 호흡하리라 이렇게 로레는 듣고 그 연인은 노래했노라 걸음마다 숭고한 은총으로 다가오는 그대여 꽃으로 뒤덮인 머리엔 근심도 없어 보인다 사랑은 이러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대가 아니던가 의혹과 미움으로 겉늙어 버린 아이는 당신의 말을 귀담아듣고 이렇게 말하겠지 다시 또 인생을 산다고 하더라도 사랑만은 이렇게 하겠노라고 ​ * * * * * * * * * * * * * * *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 1810년 12월 1..

자끄 프레베르(Jacques Prevert)

꽃다발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소녀여 갓 꺾은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젊은 처녀여 시든 꽃을 들고 거기서 무얼 하시나요, 늙은 여인이여 죽어가는 꽃을 들고 승리자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 * * * * * * * * * * * * * * *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1900년 2월 4일 ~ 1977년 4월 11일)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 각본가였다. 그의 시는 프랑스어 세계, 특히 학교에서 매우 유명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가 쓴 영화 가운데 몇 가지는 사상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천국의 아이들과 더불어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이브 몽탕이 부른 유명한 샹송 '고엽'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프레베르는 뉘이 쉬르 센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자랐다. 1차..

자끄 프레베르(Jacques Prevert)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우선 문이 열린 새장을 하나 그릴 것 다음에는 새를 위해 뭔가 예쁜 것 뭔가 단순한 것 뭔가 쓸 만한 것을 그릴 것 그다음엔 정원이나 숲이나 혹은 밀림 속 나무에 그림을 걸어 놓을 것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때로는 새가 빨리 오기도 하지만 맘먹고 오는 것이 여러 해가 걸리기도 하는 법 실망하지 말 것 기다릴 것 필요하다면 여러 해를 기다릴 것 새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것은 그림의 성공과는 무관한 법 새가 날아올 때는 혹 새가 날아오거든 가장 깊은 침묵을 지킬 것 새가 새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릴 것 그리고 새장에 들어가거든 살며시 붓으로 새장을 닫을 것 그리고 모든 창살을 지우되 새의 깃털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리고는 가장 아름다운 가지를 골라 새의 초..

자끄 프레베르(Jacques Prevert)

아침 식사 그이는 잔에 커피를 담았지 그이는 커피잔에 우유를 넣었지 그이는 우유 탄 커피에 설탕을 탔지 그이는 작은 숟가락으로 커피를 저었지 그이는 커피를 마셨지 그리고 그이는 잔을 내려놓았지 내겐 아무 말 없이 그이는 담배에 불을 붙였지 그이는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었지 그이는 재떨이에 재를 털었지 내겐 아무 말 없이 나는 보지도 않고 그이는 일어났지 그이는 머리에 모자를 썼지 그이는 비옷을 입었지 비가 오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이는 빗속으로 가버렸지 말 한마디 없이 나는 보지도 않고 그래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어버렸지 * * * * * * * * * * * * * * * *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1900년 2월 4일 ~ 1977년 4월 11일)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 각..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병에 우유를 담는 일, 살갗을 찌르는 꼿꼿한 밀 이삭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를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듯한 달걀을 거두어들이는 일 * * * * * * * * * * * * * * * * 프랑시스 잠은 운동주 시인의 과 백석 시인의 에 등장하는 프랑스 시인이다. 어머님, 나는 ..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

마른 잎 두드리는 빗방울 하나 마른 잎 두드리는 빗방울 하나. 느릿느릿, 오래도록, 그 빗방울은 늘 한 장소에서 두드리고 다시 또 일념으로 두드린다...... 초췌한 이 마음을 두드리는 그대 눈물 한 방울. 느릿느릿, 오래도록, 그 괴로움은 늘 한 장소에서 시간처럼 집요하게 소리 울린다 하지만 그 잎과 마음에는 밑 빠진 공허가 안에 들어 있기에, 나뭇잎은 빗방울을 끝없이 받아내고 견딜 것이다. 마음도 송곳 같은 그대를 끝없이 받아내고 견딜 것이다 * * * * * * * * * * * * * * * *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 그의 이름은 잼스dʒɛms가 아니라 잠ʒam으로 발음됨)은 1868년 12월 2일 오트피레네 주 투르네에서 태어나 1938년 11월 1일 바스피레네 주 아스파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