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71

앙리 미쇼(Henri Michaux)

바다와 사막을 지나(A travers Mers et Desert) 효력 있다 숫처녀와 씹하듯 효력 있다 효력 있다 사막에 물이 없듯 효력 있다 내 행동은 효력 있다 효력 있다 죽일 준비가 되어 있는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따로 서 있는 배반자처럼 효력 있다 물건을 감추는 밤처럼 효력 있다 새끼를 낳는 염소처럼 조그맣고 조그맣고 벌써 비탄에 잠긴 새끼들 효력 있다 독사처럼 효력 있다 상처를 낸 단도처럼 그걸 보존하기 위한 녹과 오줌처럼 강하게 하기 위한 충격, 추락, 동요처럼 효력 있다 내 행동은 효력 있다 결코 마르지 않는 증오의 대양을 가슴에 심어주기 위한 모멸의 웃음처럼 효력 있다 몸을 말리고 넋을 굳히는 사막처럼 효력 있다 내팽개쳐 논 시체를 뜯어먹는 하이에나의 턱처럼 효력 있다 효력 있다 내 행동은 ..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미래의 노래 인간만이 사랑을 가진 자이기에 자기가 품었던 꿈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자기가 불렀던 노래가 다른 사람의 입술로 자기가 걸었던 길이 다른 사람의 길로 자기의 사랑마저 다른 사람의 팔로 성취되고 자기가 뿌렸던 씨를 다른 사람들이 따게 하도록 사람들은 죽음까지도 불사한다 인간만이 내일을 위해 사는 것이다 자기의 몸을 완전히 잊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길이다 인간이란 스스로 기꺼이 나아가는 자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술을 마시도록 인간은 언제나 그 몸을 내미는 혼이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자가 또 자기 몸의 피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그 고통의 보상 따위는 추호도 구하지 않고 그리고 왔을 때처럼 빈 몸으로 나가는 것이다 인간은 분골쇄신 힘을 다하고 목표로 했던 만큼 자기를 넘어 나아간다 ..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행복한 사랑이란 없다 사람에게 확실한 것은 없다 그의 힘도 그의 약함도 마음도 그리고 그가 그의 팔을 벌릴 때 그 그림자는 십자가의 그림자이다 그리고 그가 행복을 손에 거머쥐고 있다고 믿을 때 행복을 깨트려버린다 그의 삶이라는 것은 기이하고 고통스러운 이별이다 행복한 사랑이란 없다 삶이라는 그것은 무기를 들지 않은 병사와 같다 다른 운명을 위해서 군복을 입었던 병사와 같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그들에게 무슨 소용인가 저녁에는 주저하는 무장 해제된 그들을 보게 된다 이 말을 해 봐라 내 삶 그리고 눈물을 참아라 행복한 사랑이란 없다 내 아름다운 사랑이여 내 소중한 사랑이여 내 찢어진 부분이여 나는 그대를 상처 입은 새처럼 내 품에 품는다 그리고 저들은 알지도 못한 채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본다 내가 엮은 ..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죽음이 오는 데에는 죽음이 오는 데에는 거의 일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침 그때 알몸의 손이 와서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 손은 되돌려주었다 내 손이 잃었던 색깔을 내 손의 진짜 모습을 다가오는 매일 매달 광활한 여름의 인간들의 사건에로 업무에로 뭐가 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에 항상 몸을 떨고 있었던 나에게 나의 생활에 바람과 같은 커다란 목도리를 두르고 나를 가라앉히는 데는 두 개의 팔이면 족했던 것이다 그렇다 족했던 것이다 다만 하나의 몸짓만으로 잠결에 갑자기 나를 만지는 저 가벼운 동작만으로 내 어깨에 걸린 잠 속의 숨결이나 또는 한 방울의 이슬만으로 밤 속에서 하나의 이마가 내 가슴에 기대며 커다란 두 눈을 뜬다 그러면 이 우주 속의 모든 것이 나에게 보이기 시작한다 황금빛의 보리..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엘자의 눈 너의 눈은 한없이 깊은 심연, 내가 마시려 몸을 굽히면 이 세상 모든 태양들이 그 속에 와 비추이고 모든 절망한 사람들이 죽기 위해 그 속에 몸을 던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너의 눈은 한없이 깊어 나는 거기서 기억을 상실한다 네 눈은 새들 그림자에 거칠어진 대양 짐짓 날씨가 개면 네 눈도 변한다 여름은 천사들의 앞치마를 잘라 구름을 만들고 밀밭 위에 보이는 하늘만큼 푸른 것은 또 없다 바람이 불어 창공 위의 슬픔들을 날려버려도 소용없어 눈물로 빛날 때 네 눈은 창공보다 더 맑아 비 내린 뒤의 하늘도 네 눈을 시새운다 깨진 유리의 틈살보다 더 푸른빛은 없다 칠고의 어머니, 아 젖은 빛이여 일곱 개의 검이 오색의 프리즘을 꿰뚫어 본다 눈물 속에 돋는 해는 더욱 감독이적이며 검은 점이 박힌 홍채는 ..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잊혀진 여자 권태로운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슬픈 여자 슬픈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불행한 여자 불행한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버려진 여자 버려진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떠도는 여자 떠도는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쫓겨난 여자 쫓겨난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죽은 여자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자는 잊혀진 여자 잊혀진다는 건 가장 슬픈 일 ​* * * * * * * * * * * * * * *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1883년 10월 31일 ~ 1956년 6월 8일)은 프랑스의 화가이자 판화 제작자이며, 시인이기도 했다. 그녀는 섹숑도르와 관련된 입체파의 일원으로서 파리 전위 예술의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파리에서 태어나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평생을 살았다. 18세..

폴 엘뤼아르(Paul Éluard)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모든 여자를 위하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모든 시간을 위하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큰 바다와 따뜻한 빵의 향기를 위하여 첫 번째 꽃들을 위하여 녹는 눈을 위하여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들을 위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모든 여자를 위하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에게 너를 반영하지 못한 것에서는 나는 거의 볼 수가 없다 네가 없다면 나는 황량한 사막만 볼뿐이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짚 위에서 내가 넘었던 이 모든 죽음들이 있었다 나는 내 거울의 벽을 통과할 수가 없었다 나는 말 그대로의 삶을 배워야 했다 사람들이 잊는 것처럼 나는 내 것이 아닌 너의 지혜를 위해서 너를 사랑한다 건강을 위해서 환상일 뿐인 모든 것에 대..

폴 엘뤼아르(Paul Éluard)

사랑의 힘에 대하여 모든 괴로움 사이 죽음과 나 사이에 나의 절망과 삶의 이유 사이에 용서할 수 없는 부정과 인류의 불행이 있고 나의 분노가 있다. 스페인 핏빛 마끼단이 있고 그리스의 하늘빛 *마끼단이 있다 악을 미워하는 모든 선의의 사람들을 위해 빵과 피와 하늘과 희망에의 권리가 있다. 빛은 언제나 꺼져들 듯하며 인생은 언제나 보잘것없는 것이 되어버리더라도 봄은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는 법이고 새싹은 어둠 속에서 돋아나고 열기는 뿌리내리는 법 열기는 이기주의자들을 격파할 것이고 그들의 감각은 위축되어 저항하지 못할 것이고 미지근한 것을 비웃는 불의 소리 들려오고 괴롭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의 소리 들려오리니 내 육체의 민감한 의식이었던 너 영원히 사랑하는 너 나를 만들었던 너 너는 억압과 불의를 참지 않..

폴 엘뤼아르(Paul Éluard)

정의(定義)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고 숯으로 불을 피우고 키스로 인간을 만드는 것 이것이 인간의 뜨거운 법칙이다 전쟁의 비참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가혹한 법칙이다 물을 빛으로 꿈을 현실로 적을 형제로 변하게 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부드러운 법칙이다 어린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최고 이성에 이르기까지 계속 자체를 완성시켜 가는 낡고도 새로운 법칙이다 ​ * * * * * * * * * * * * * * * 폴 엘뤼아르(Paul Éluard, 1895년 12월 14일 ~ 1952년 11월 18일)는 프랑스의 시인이다. 본명은 외젠 에밀 폴 그랭델(Eugène Émile Paul Grindel)이다. 다다이즘 운동에 참여하고, 초현실주의의 대표..

이브 장 본느프와(Yves Jean Bonnefoy)

나무들에게 두브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지우며 그 위로 모든 길들을 막아 버렸던 그대들 죽어서조차 두브는 단지 빛에 지나지 않음을 냉정히 보증하는 그대들. 허기와 추위 그리고 침묵의 동전을 입속에 꼭 물고는 사자(死者)들의 나룻배에 그녀가 몸을 실을 때 치밀한 섬유질인 나무들 그대들은 내 곁에 있었지. 개떼들과, 형체를 알 수 없는 뱃사공과 그녀가 나누려는 대화를 그대들을 통해 듣게 되면 그토록 많은 밤을 뚫고 강줄기 전체를 무릅쓰는 두브의 전진에 의해 나도 그대들의 일원이 된다. 나뭇가지 위로 구르는 우렁찬 천둥이 여름의 정점에서 불사르는 축제들은 그대들의 준엄한 중재 속에서 두브의 운명과 내 운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 * * * * * * * * * * * * * * * 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