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71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

집 안은 온통 장미들로 가득하리라... 집 안은 온통 장미와 벌들로 가득하리라. 오후에는, 만도의 종소리 들려오고, 투명한 보석 빛깔의 포도알들은 느리게 움직이는 그늘 아래 햇살을 받으며 평화롭게 잠들어 있으리라. 아, 그곳에서 나는 그대를 마음껏 사랑하리! 나는 그대에게 바치리, 스물네 살의 내 온 마음을, 그리고 장난기 넘치는 내 마음을, 나의 오만과 백장미 같은 나의 시를. 하지만 나는 그대를 알지 못하고, 그대는 아직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나는 알고 있을 뿐이다, 만일 그대가 살아있다면, 그래서 나처럼 초원 한 복판에 있다면, 우리는 황금빛 꿀벌 아래에서, 시원한 시냇물가, 무성한 나뭇잎 아래에서, 웃으며 입 맞추리라는 것을, 귀에 들리는 건 오직 태양의 열기뿐. 그대의 귓가엔 개암나무..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

슬픔 나는 힘과 생기 친구들과 쾌활함을 잃었다 천재성을 믿게 했던 자존심도 잃었다 진리를 접했을 때 그것이 나의 벗이라 믿었다 진리를 이해하고 느꼈을 때 이미 그것에 진저리 치고 있었다 하지만 진리는 영원하고 진리를 모르고 산 사람들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셈이다 신이 말씀하시니 우리는 답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이다 * * * * * * * * * * * * * * Tristesse J'ai perdu ma force et ma vie, Et mes amis et ma gaieté; J'ai perdu jusqu'à la fierté Qui faisait croire à mon génie. Quand j'ai connu la Vérité, J'ai ..

쥘 피에르 테오필 고티에(Jules Pierre Théophile Gautier)

지는 해 노트르담 성당 얼마나 아름다운가 빅토르 위고 어느 저녁 뚜르넬 다리를 지나가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노트르담 사원 뒤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불타는 지평선에는 장엄한 구름 하나가 막 비상하려는 거대한 새처럼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금빛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빛이 있었지. 정면이 돌 레이스로 장식된 탑들,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 전나무 숲처럼 솟아있는 첨탑, 이상한 얼굴에 강인한 육체를 지닌 천사들이 올라앉아 있는 박공들이, 밝은 배경 때문에 까맣게 보인다. 주교저택은 엄마 발치에 잠든 아이처럼 성당발치에 그 모습을 보이고, 그 그림자는 신비롭고 어둡게 주위에 늘어져 있다. 저 멀리, 붉은 햇살이 강변의 어느 집 십자창에 불을 붙인다. 공기는 상쾌하다. 물을 아치다..

쥘 피에르 테오필 고티에(Jules Pierre Théophile Gautier)

비둘기 무덤이 있는 저 언덕 위에 푸른 깃털처럼 아름다운 종려나무가 머리를 쳐들고 있는데, 저녁마다 비둘기는 보금자리를 만들고 몸을 폅니다. 하지만 아침이면 그 비둘기는 목걸이를 빼놓듯이 거기를 떠나는데, 우리들은 푸른 하늘에 하얀 것이 날거나 멀리 어느 지붕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봅니다. 나의 영혼도 비둘기처럼 그 나무 위에 머무는데, 저녁때마다 희망의 상징, 비둘기는 새벽빛이 들자마자, 날개를 파닥거리며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 * * * * * * * * * * * * * * * Les colombes Sur le coteau, là-bas où sont les tombes, Un beau palmier, comme un panache vert, Dresse sa tête, où le soir le..

쥘 피에르 테오필 고티에(Jules Pierre Théophile Gautier)

바닷가에서 드높은 창공에서 달님이 손에 든 오색 찬란한 큰 부채를 잠시 방심한 사이 바다의 푸른 융단 위에 떨어뜨렸소. 건지려고 달님은 몸을 숙여 은빛 고운 팔을 내밀었으나 부채는 흰 손을 빠져나가 지나는 파도에 실려나갔소. 그대에게 부채를 돌리기 위해, 달님이시여, 천 길 물속에라도 뛰어들리다, 그대가 하늘에서 내려오신다면 이 몸이 하늘로 올라갈 수만 있다면! * * * * * * * * * * * * * * * * Au bord de la mer La lune de ses mains distraites A laissé choir, du haut de l'air, Son grand éventail à paillettes Sur le bleu tapis de la mer. Pour le ravoir el..

장 콕토(Jean Cocteau)

몽마르트르의 축제 - 장 콕토 : 옮긴이 전채린(田彩麟) 이 세상은 만인의 것이요 너무 그네를 높이 굴리지 말아요 민물의 수병(手兵) 같은 이, 어두운 밤은 그대들의 금빛 닻일랑 비웃으며 말없이 선 채로 큰 길가에 체취를 흠뻑 흩뜨리는 수병복의 그대들을 마치 압지가 물 빨아들이듯 마셔버리고 있소. Fe^te de Montmartre - Jean Cocteau Ne vous balancez pas si fort Le ciel est a` tout le monde Marin d'eau douce la nuit profonde Se moque de vos ancres d'or Et boit debout en silence Comme du papier buvard Votre dos bleu qui encense..

장 콕토(Jean Cocteau)

귀 내 귀는 소라껍데기 바닷소리를 그리워한다 **************************** * 장 모리스 외젠 클레망 콕토(Jean Maurice Eugène Clément Cocteau : 1889년 7월 5일 ~ 1963년 10월 11일)는,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영화감독. 전문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다재다능하여 여러 예술 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1889년 파리에서 약 20km 떨어진 위치한 메종-라피트라는 소도시에서 사회적 명성이 있는 조르주 콕토(Georges Cocteau)와 외제니 르콩트(Eugénie Lecomte)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기에 콕토는 어릴 적부터 사교계와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아버지 조르주는 변호사였는데, 장이 9세..

베를렌느(Paul Veraine)

자주 보는 꿈 이상하게도 가슴 설레이는 이 꿈을 나는 자주 봅니다. 내가 사랑하고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는, 그러면서 누군지도 모르는 한 여인입니다. 그리고 볼 적마다 항상 다르나 그렇다고 전연 딴 사람도 아닌, 그러면서 나를 사랑하고, 그러면서 나를 이해해 주는 한 여인입니다. 그 여인은 나를 이해해 줍니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만 내 마음은 환히 밝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만 내 마음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창백한 내 이마의 진땀을 그 여인만이 그의 눈물로 깨끗하게 닦아 줄 수 있습니다. 그 여인의 머릿털이 어떤 빛깔을 하고 있는가도 실상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 여인의 이름조차 나는 생각해 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다만 한결같은 사랑만을 속삭이던 옛날의 애인들의 이름처럼 그렇게 고운 ..

베를렌느(Paul Veraine)

흰 달 흰 달이 숲 속에서 빛난다. 가지마다 소리가 난다 나뭇잎 밑에서...... 아, 사랑하는 사람아, 연못이 반사한다. 깊은 거울처럼, 바람이 우는 까만 실버들의 그림자를...... 꿈꾸자, 이제 우리들은. 넓고 부드러운 고요가 달빛이 빛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는 순간. * P. 베를렌느(Paul Veraine : 1844-1896)는 1844년 3월, 프랑스 북부 메츠(Metz)의 윤택한 가정에서 외아들로 자라났다. 부친의 퇴직으로 파리로 이사한 그는 파리대학 법학부를 중퇴한 후 파리시청의 서기로 근무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여읜 이듬해인 1866년에 을 발표하면서 세상엥 알려진 그는 이후 , , 등의 시집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당대의 중심 문학인으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