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장 콕토(Jean Cocteau)

높은바위 2023. 1. 21. 07:07

 

    몽마르트르의 축제


                      - 장 콕토 : 옮긴이 전채린(田彩麟)

 

이 세상은 만인의 것이요

너무 그네를 높이 굴리지 말아요

민물의 수병(手兵) 같은 이, 어두운 밤은

그대들의 금빛 닻일랑 비웃으며

말없이 선 채로

큰 길가에 체취를 흠뻑 흩뜨리는

수병복의 그대들을

마치 압지가 물 빨아들이듯

마셔버리고 있소.

 

 

  Fe^te de Montmartre


                       - Jean Cocteau


 
  Ne vous balancez pas si fort

  Le ciel est a` tout le monde

  Marin d'eau douce la nuit profonde

  Se moque de vos ancres d'or

  Et boit debout en silence

  Comme du papier buvard

  Votre dos bleu qui encense

  Puissamment le boulevard.


 

 〈몽마르트르의 축제〉는 9행의 짧은 시다. 저물어가는 축제의 저녁, 세일러복의 수병(水兵)들의 모습을, ‘어둠이 수병복의 그대들을, 압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마셔버리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미지가 섬세하고 엷게 번진 수채화 같다.
 
  〈몽마르트르의 축제〉의 이미지에 상상력을 보태면 이렇다.
 
  어디선가 축제의 고적대 소리가 들리고, 한쪽에선 작은 배 모양의 그네를 타고 있다. 몽마르트르 축제의 가장 오래된 전통이 그네 타기라고 한다.
 
  세일러복의 수병들은 마치 그네를 높이 올리듯 술에, 흥겨움에 젖어 있다. 목조계단을 삐걱삐걱 오르듯 잔뜩 취기가 올랐다. 비틀거린다. 그들의 베레모에 단 ‘금빛 닻 모양’의 배지. 수많은 파고(波高)를 견뎠을 테지만 오늘 밤엔 닻도, 삿대도 잊는다.
 
  길을 걷다, 음정 박자 무시한 채 떼창으로 몰려가는 사육제(謝肉祭)의 사내들과 만날 것만 같다. 그 곁에 여인들이 헤프게 깔깔거릴 테고. 왁자지껄한 인파 사이로 대머리의 차력사가 팔씨름을 하고 있다면?
 
  다트가 빙글빙글, 월광 소나타가 어울리는 밤이다. 후크 선장 같은 외눈박이 갈고리 손이 럼주병을 쳐들자, 가슴 파인 드레스가 쿵쾅쿵쾅 피아노를 친다. 어느덧 수병들이 하나 둘 곯아떨어진다. 축제의 밤은 점점 깊어간다.

이 시는 전채린 교수(충북대)가 번역했다.

 

******************************

* 장 콕토(Jean Cocteau)

1889년 파리 근교 메종 라피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1889년 49세의 나이로 아버지가 자살하였다. 1907년 세 번째에 걸쳐 고등학교 졸업 시험에 낙방하자 학업을 포기하였다.
유년 시절부터 상류사회에 적을 두고 다수의 문인, 예술가와 교류했으며 1908년 최초로 자신의 시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였다. 1909년 20세의 나이에 출판된 처녀시집 『알라딘의 램프』로 일약 시대의 총아가 된다. 그해 잡지 《셰에라자드(Scheherazade)》도 창간한다.
1919년 시인 레몽 라디게를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그와 함께 잡지 《수탉(Le Coq)》 등을 창간하며 예술적 작업에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 1923년 레몽 라디게 사망 뒤 아편에 빠지는 등 괴로운 시간을 보내며 가톨릭에 의지하기도 한다.
이후 전방위에서 정력적인 예술 활동을 펼치며 연극, 음악, 그림, 영화 등에서도 다양한 재능을 발휘한다. 1936년에는 친구 마르셀 킬과 함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실행에 옮겼다.
1950년 영화 <오르페우스>로 베니스 국제 비평가상 수상, 1951년 작사ㆍ작곡가 조합 대표 선출, 1953년 칸 국제 영화제 배심원 의장, 1955년 벨기에의 프랑스어문학 아카데미 및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 195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박사학위 수여, 1957년 뉴욕 예술문학연구소 명예회원이 된다. 1952년에는 뮌헨에서 최초의 그래픽 및 회화 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고전과 전위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고, 꿈과 현실, 질서와 무질서 등이 표리일체가 된 수많은 명작을 남기며 왕성한 활동을 하다 1963년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