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32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Mis ojos, din tus ojos)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눈이 아니요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 고약한 가시 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 없이는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나의 마음은 엉겅퀴 우거지고 회향 시들어지는 십자가 길입니다. 그대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 내 귀는 어찌 될까요? 그대의 별이 없다면 나는 어느 곳을 향해 떠돌까요? 그대의 대꾸 없는 내 목소리는 약해만 집니다. 그대 바람의 냄새, 그대 흔적의 잊혀진 모습을 좇습니다. 사랑은 그대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서 끝납니다. * * * * * * * * * * * * * * * * 미겔 에르난데스 길라베르트(1910년 10..

이야기가 있는 사자성어:(野壇法席)야단법석

들판에 단을 설치하고 불법을 베푸는 의식을 이르는 말인데, 그 의식이 요란하였기에 후대에는 매우 소란한 것을 이르는 말로 바뀌었다. 理判事判(이판사판)이라는 말도 불교 용어로, 막다른데 이르러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을 말한다. 본디 수행에 전념하는 이판승과 절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판승이 서로 다투었던 데서 유래한 말이다.

스웨덴:넬리 작스(Nelly Sachs)

죽음의 극복 등진 채 나는 기다린다. 너는 산 위로부터 멀리 또는 가까이 머무른다. 등진 채 나는 너를 기다린다. 왜냐면 자유인은 동경의 사슬에 묶여서도, 유성먼지의 관을 써서도 안되기 때문에 사랑은 모래 나무 불에 타지만 결코 소진(燒盡) 되지 않는― 등진 채 사랑은 너를 기다린다. * * * * * * * * * * * * * * * * 넬리 작스(Nelly Sachs, 본명 Leonie Sachs, 1891년 12월 10일 ~ 1970년 5월 12일, 향년 78세 )는 스웨덴의 시인·극작가다. 주로 독일어로 작품을 썼다. 196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유대인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공장주인 아버지의 서재에 파묻혀 어려서부터 모든 시대의 민담과 동화를 읽고 문학적 소양을 키운 작스는 낭만주의..

아쉬움

"아쉬움"이란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것이 모자라거나 없어서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이라고 한다. 세상사가 언제나 만족한 것은 아니다. 아쉬움이 있고 부족함이 있어야 심기일전( 心機一轉 ) 발동의 활력이 된다. 어떤 독일의 학자는 현대의 병을 가리켜 부족에서 오는 병이 아니라 과다(過多)에서 오는 병이라고 했다. 많이 먹고, 많이 소비하고, 많이 생산하고, 많이 즐겼기 때문에 육체나 정신이 항상 건전치 못한 상태다.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즐거움[樂]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고통이 없으면 즐거움이 즐거움인 줄 모르고, 출산의 고통이 없이 모성애(母性愛)를 어찌 알겠는가. 남보다 먼저, 남보다 높이, 남보다 탁월하게 등의 경쟁 사회가 요즘 사람들을 조그마한 아쉬움..

이야기가 있는 사자성어:(守株待兎)수주대토

우연을 필연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한비자(韓非子)》의 에 나오는 말로, 중국 송나라의 어떤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데, 토끼 한 마리가 큰 짐승에 쫓겨 달아나다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었다. 농부는 기뻐하여 농사를 그만두고,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토끼가 와서 부딪혀 죽기만을 기다렸다. 한 가지 일에만 얽매여 발전을 모르는 오류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andez)

부상자 전쟁이 있는 저 들판에는 시체가 널려 있고 부상자들이 널려 있는 그곳에 사방으로 뜨거운 핏줄기가 솟아오른다 분수에서 뿜어대는 물줄기처럼 피는 항상 하늘을 향해 토하고 파도처럼 상처에서 피가 한꺼번에 솟구칠 때 소라껍데기처럼 상처의 외침 소리가 들린다. 피는 바다 냄새가 나고, 바다맛이 나고, 술 창고 맛이 난다. 바다의 술 창고에서 사납게 포도주가 폭발한다 그곳에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부상자가 빠져서, 피를 쏟고 죽어가네 나는 부상당했다. 아직 더 생명이 필요한데 남은 피는 자유를 위한 것 나의 상처로 솟을 피가 누가 부상당하지 않았는지 말해보라 나의 삶은 행복스러운 젊음에 생긴 상처 부상을 입지도, 삶에서 고통을 느껴보지도 못한 나 살아서도 마음이 편하지 못하리 나, 기쁘게 부상을 입었어 ..

스웨덴:넬리 작스(Nelly Sachs)

누구든 누구든 달을 만지려고 혹은 하늘의 꽃 피는 다른 광물체를 향해 지구를 떠나는 자― 기억의 상처와 갈망의 폭발물과 함께 튀어 오르리라. 색칠한 지상의 밤으로부터 영혼의 눈에 비친 가로(街路)를 찾는 그의 기도는 하루하루의 절멸(絶滅)로부터 날아오르기에. 눈물에 젖은 달의 분화구와 바닥 마른 바다 별들의 정거장을 지나 티끌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 지구는 어디에나 향수병의 식민지를 건설한다. 음탕한 피의 바다에 내려앉지 않기 위해 오직 썰물과 밀물의 경음악에 맞추어 흔들리기 위해 삶과 죽음의 상처 없는 영원한 리듬에 맞추어―. * * * * * * * * * * * * * * * * 넬리 작스(Nelly Sachs, 본명 Leonie Sachs, 1891년 12월 10일 ~ 1970년 5월 12일,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