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32

아르헨티나: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시학(詩學) 시간과 물로 이루어진 강을 보며시간은 또 하나의 강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우리 또한 강처럼 흘러간다는 것과얼굴들도 물처럼 흐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깨어있음은 꿈꾸지 않음을 꿈꾸는또 하나의 꿈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우리들의 삶이 두려워하는 죽음은, 꿈이라고 부르는,매일 밤 찾아오는 그 죽음을 느끼는 것. 하루와 일 년에서 인간의 나날과해(年)들의 상징을 보며그 해들의 모욕을 음악 한 소절, 작은 중얼거림,혹은 하나의 상징으로 바꾸는 것. 죽음 속에서 꿈을 보는 것.황혼 속에서 슬픈 황금을 보는 것.그것이 가련하지만 불멸하는 시(詩).시는 여명과 황혼처럼 돌아온다. 때때로 오후에는 어느 얼굴 하나가거울 저쪽에서 우리를 보고 있다. 예술은 진짜 자기 얼굴이 비치는그 거울 같은 것. 경이(驚異)..

이야기가 있는 사자성어:(畵龍點睛)화룡점정

말을 하거나 글을 지을 때 한두 마디 긴요한 말로 중심 내용을 포착한다는 뜻. 고대 중국의 양(梁) 나라 승려 장승유(張僧繇)가 절의 벽에 용(龍) 네 마리를 그렸다.모두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였지만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으니,승려는 눈을 그리면 용이 다 날아간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자 승려가 두 마리의 용에 눈을 그려 넣었는데, 갑자기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리더니 벽에 금이 가면서 용이 날아가 버리고 눈을 그리지 않은 두 마리만 남아 있게 되었다고 한다.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아르헨티나: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축복의 시​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내리지 말기를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그 오묘함에 대한 나의 심경을​신은 빛을 잃은 이 눈을책들의 도시의 주인으로 만들었네꿈들의 도서관에서 새벽이 건네는초점 잃은 구절들밖에 읽을 수 없는 이 눈을​낮은 헛되이 끝없는 책들을이 두 눈에 선사하네알렉산드리아에서 소멸된 필사본들처럼읽기 힘든 책들을​그리스 신화에서는 어떤 왕이샘과 과일나무들 사이에서 갈증과 허기로 죽었지나는 이 높고 긴 눈먼 도서관의 이곳저곳을길을 잃고 헤매네​벽들은 백과사전, 지도책, 동방과서방, 모든 세기들, 왕조들,상징들, 우주와 우주 이론들을건네지만 모두 무의미하네​도서관을 낙원으로 상상하곤 하던 나는지팡이를 더듬거리며나의 어둠에 싸여 천천히공허한 어스름 속을 탐색하네​단지 우연..

지적 허영심(知的 虛榮心)

인간은 태어나 자라면서 허영심이 생기고, 타인의 성공을 시기하며, 자기의 이익 추구에 대해 탐욕이 커져간다. 지식 또는 지성과 관련된 자신의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 필요 이상의 겉치레나 외관상의 화려함에 들뜬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마음을 '스노비즘(snobbism)'이란 문화사회학 용어로 표현하는데, 영국에서 영단어 'snob'은 처음에는 '하류층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쓰였으나, 19세기부터는 '지성인인 척하며 젠체하는 허영심 많은 사람들'을 의미하게 되었다. 세간에서 '지적 허영심(知的 虛榮心)'은 '얕은 지식으로 허세를 부리는 눈꼴사나운 태도'를 가리키는 의미로, 이 스노비즘에서 유래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문화 허영'으로 순화하려 했다.  외래어 등을 아파트의 명칭이나 상품, 상호 등..

이야기가 있는 사자성어:(狐假虎威)호가호위

다른 존재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는 뜻. 호랑이가 여우를 잡아먹으려 하자, 여우는 "천제(天帝)가 나를 백수(百獸)의 우두머리로 삼았으니, 믿지 못하겠으면 따라오라."라고 하였다.여우가 호랑이를 데리고 짐승들에게 가니, 짐승들은 호랑이를 보고 모두 겁을 내었지만, 호랑이는 여우 때문에 겁을 먹는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가족(家族)

흐르는 곡은, 김도훈 - 숨 * * * * * * * * * * * * * * * 가족(家族) 古岩 이명신 나도 한때 남부럽지 않은 때가 있었다. 한여름 바다로 산으로 돌더니 나를 놔두고 가족들이 떠났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달궈진 아스팔트 국도(國道)를 가족의 자동차를 따라 죽어라 뛰었다. “주인님 같이 가요.” 싸늘한 에어컨의 물방울 자국만 남기고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 그 먼 곳을 찾아갈 수 없었다. 이렇게 떠돌아다니며 쓰레기 봉지를 뒤지며 밤에는 들로 산으로 도망 다녔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다. 어느덧 가족은 밤하늘의 먼 별로 사라지고 서러운 내 울음소리는 밤공기를 가르며 하늘로 하늘로 퍼져갔다. 찬 이슬을 덮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왜 나를 버렸을까?’ 지나간 행복하고 즐거웠던..

사람에 대한 사랑

우리의 삶 중에는 많은 사랑들이 있다. 제 블로그 소개 글에도 "시(詩)는 말에 대한 사랑. 철학은 삶에 대한 사랑. 과학은 미지에 대한 사랑. 사랑은 사람에 대한 사랑. 음악은 사랑에 대한 사랑. 남은 생애의 행복을 위해 사랑하세요.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할 자격이 있어요. 당신은......" 했듯, 천국에 오르는 최고 최상의 사랑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닌가 싶다. 그중 남녀 간의 사랑을 꼽고 싶다. 미국의 대표적인 불가지론(不可知論, agnosticism : 종교와 상관없이 "믿음"에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 자(者)인 로버트 그린 밥 잉거솔(Robert Green Bob Ingersoll, 1833년 8월 11일 ~ 1899년 7월 21일)은, "나는 천국에서 사나이끼리 살기보..

이야기가 있는 사자성어:(兎死狗烹)토사구팽

韓信(한신)이 劉邦(유방)을 도와 項羽(항우)의 초나라를 평정하자, 유방이 한신의 세력을 우려하여 체포하려 하였다. 불안을 느낀 한신은 자신에게 항복한 항우의 장군 鍾離昧(종리매)의 목을 들고 갔으나 결국 체포되었다. 호송되는 수레에서 한신은, "사람의 말이 틀리지 않았구나. 날랜 토끼가 잡히고 나면 부리던 사냥개가 솥에 삶기고, 날던 새가 다 잡히고 나면 활은 활집 속으로 들어가며, 적국이 망하고 나면 도모하던 신하가 죽임을 당한다고 하더니, 천하가 이렇게 평정되었으니 내가 솥으로 들어가 삶기는 것이 당연하구나."라고 하였다. 이렇듯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이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走狗烹(주구팽)이라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