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2 3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9월 밤의 불평(九月の夜の不平) 지도 위 놓인 조선국 강토 위로 地図の上朝鮮国に 새카매지게 먹을 칠하며 黒々と墨を塗りつつ 가을바람 소리 듣네 秋風をきく 누군가 나를 誰そ我に 피스톨 가지고서 쏴 주지 않으려나 ピストルにても撃てよかし 얼마 전 이토처럼 죽어 보여주련다 伊藤のごとく死にて見せなむ * * * * * * * * * * * * * * * * 위와 같이 한일 강제 병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담은 시를 짓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제국주의 일본에 저항하길 독려하는 산문을 발표하는 등 반제국주의적 성향을 지닌 일본인이었다. 위의 단카는 실제로 일본과 같은 색으로 표기된 조선 지도 위에 먹을 칠하면서 지었다는 이야기도 그의 지인으로부터 전해진다. 천황 암살을 추진하다가 체포되어 사형을 당한 고토쿠 슈스이의 대..

흔히 사람의 한평생을 '길'에 비유하기도 하고, 하루하루의 삶을 '배움'이나 '수행'에 비유하기도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또 짧은 것이 우리 인생이다. 세상의 수많은 생명 중에서 하필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도, 어지간한 인연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가 여간 소중한 시간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매일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열심히 일하고, 충분히 자고, 만족한 자신의 기호 시간을 가지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나름대로 수행을 하는 사람도 제 자신을 잘 보지 못하고, 늘 남에게 먼저 초점을 맞추기가 십상이다. 누군가 못마땅한 말을 한다거나 못마땅한 행동을 하면, '말을 왜 저렇게 할까? 행동을 또 왜 저렇게 할까?',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소중한 ..

사람

영장과의 사람과에 딸린 동물.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동물로 사유 능력과 언어를 가지며 도구를 만들어 쓰는 특징을 지님. 인격을 지닌 사회적 구성원. 날이 저문다. 먼 곳에서 빈 뜰이 넘어진다. 無限天空(무한천공) 바람 겹겹이 사람은 혼자 펄럭이고 조금씩 파도치는 거리의 집들 (강은교, '自轉자전 · Ⅰ', "풀잎" P. 30) 저 뒷울 댓이파리에 부서지는 달빛 그 맑은 반짝임을 내 홀로 어이 보리 섬돌 밑에 자지러지는 귀뚜리랑 풀여치 그 구슬 묻은 울음 소리를 내 홀로 어이 들으리 누군가 금방 달려들 것 같은 저 사립 옆 젖어드는 이슬에 목 무거워 오동잎도 툭툭 지는데 어허, 어찌 이리 서늘하고 푸르른 밤 주막집 달려가 막 소주 한 잔 나눌 이 없어 마당가 홀로 서서 그리움에 애리다 보니 울너머 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