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0 3

나이가 들수록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이, 손가락 사이로 물이 새듯이 줄줄 새는 것같이 느껴진다. 언젠가 어느 스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이제는 웰빙이 아니라, 웰다잉을 생각하며 살 때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음이 있고, 누구나 예외 없이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마련이다. 꼭 나만은 예외일 것 같은 것이 바로 이 죽음이다. 그래서 천년만년 살듯이 '네 것이다, 내 것이다.', '네가 옳다, 내가 옳다.'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 중생의 삶인 것이다. 나이가 들면 알 것은 알게 된다. 주변에 먼저 가신 분들을 보더라도 그렇다. 살아서 아무리 큰 재산을 이루고, 명예를 이루고, 성공을 이루었다고 해도, 갈 때는 먼지 한 톨도 가져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우리가 가지고 ..

앙리 미쇼(Henri Michaux)

서울에서 서구 문명은, 물론, 온갖 결점을 다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모든 문명을 쓸어가는 자력(磁力)을 갖고 있다. 세계에는 얕은 즐거움, 흔들림을 향한 일방적인 충동이 있다. 일본의 옛 음악은 바람의 신음 소리와 같다. 새것은 이미 명랑해지고 있다. 중국의 옛 음악은 순수한 경이이다. 가슴에 순하고 느리다. 새것은 다른 것과 같다. 한국의 옛 음악은 비극적이고 무시무시하지만 그것을 부른 것은 기생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 즐겁게 춤을 춥시다’ (그들의 현재의 음악은 망할 놈의 빠른 곡이며, 황인종 중에서도 한국인의 특색을 이루는 그 특이한 격정을 보여준다). 사람은 이제 세계의 먹이가 아니지만, 세계는 사람의 먹이이다. 사람은 오랜 침체에서 빠져나온다. 전에는 정말 울적해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