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 489

하늘(3)

지평선 위 까마득하게 높고 먼 궁륭형의 시계(視界). 고대의 사상으로 만물의 주재자. 종교적으로는 절대자, 조물주 및 그러한 절대세계나 이상세계를 상징함. 때로는 아버지나 남편을 뜻하거나 자유나 양심을 표상하기도 한다. 들어 보아라사람이 땅을 죽이고바다를 죽여가고결국 하늘밖에 남지 않을 때그 때하늘에서 한 겨를인들 살 수 있겠는가 오 함께 죽을 저 푸른 하늘이여 어느덧 나 자신이여 (고은, '하늘', "아침이슬", p.33) 슬퍼하는 자는복이 있나니날마다 슬퍼함으로슬픔에 배부를 것이요다른 굶주림은모두 잊으리라 사랑하는 자는복 있나니저들도 끝을 알 것이요끝에선 하나가 먼저 떠나리로다이 날에 하늘을 보리니수식어는 모두 죽고다만하늘이리라 (김남조, '하늘', "바람세례", p. 18)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

사랑상자

사랑으로 가득 찬 상자. 사랑을 상자로 비유한 말. 꼿꼿이 고개 쳐들고 우리는어란같이 수없이 많은 우리들의 아기를세상의 굽이굽이에 낳기 위하여 돌진한다이날 우리는 가슴 두근대면서 등푸른 사랑상자를 하역하고다시 어느 아득하게 휘도는 물너울을 따라우리들을 표박하는 스스로를 향해 그물을 던지러 떠날 것이다. (한승원, '아침 고기잡이배', "열애 일기", p. 15)

다리

도로, 철도, 수로 따위 교통로를 연락하기 위해 하천이나 운하, 계곡의 위, 즉 공중에 가설하여 건너 다니도록 만든 구조물. 시(詩)에서는 흔히 시간, 공간적으로 끊어진 것이나 서로 떨어진 것을 연결하는 이음새 또는 역사 의식의 상징으로 쓰인다. 다리가 되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스스로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꿈 속에서 나는 늘 서럽다 왜 스스로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남만 건네주는 것일까 깨고 나면 더 억울해지지만 이윽고 꿈에서나마 선선히 다리가 되어주지 못한 일이 서글퍼진다 (신경림, '다리', "쓰러진 자의 꿈", p.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