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 490

사금파리

사기그릇의 깨어진 작은 조각. 사금치, 사갑지, 사금팽이, 새금파리로 불림. 모래 위에 벗어두고 온 유년의 발자욱 허리 잘린 유년의 꿈이 사금파리로 반짝이며 살 속에서 반짝이고 있네 (김소엽, '각시풀', "그대는 별로 뜨고", p. 12) 저문 산길을 따라 가면 사금파리 하나로 모습 숨긴 봉황대 (박태일, '駕洛記가락기 · 3-鳳凰臺봉황대', "그리운 주막", p. 59) 사금파리에 햇살 놀듯 유난히 눈물 잦아든 강줄기 (조재훈, '江岸강안에서', "겨울의 꿈", p. 32) 물 속에 흩어진 사금파리를 보더라도 역역히 익사의 빛이 보인다. (이성교, '물결의 인상', "보리필 무렵", P. 71)

아귀아귀

욕심 사납게 음식물을 입에 가득 넣고 억척스럽게 씹는 꼴. 아구찜을 먹으세요, 죽어서도 침 흘리는 고기, 아귀처럼 아귀아귀 먹으세요, 당신도 독한 아귀세상 매운 사람이 되세요. (최승호, '아구찜 요리', "회저의 밤", P. 77) 큰 입 작은 입 보글보글 함께 끓여서 오랜만에 째지게 맛있는 저녁을 아귀아귀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김영석, '아구', "썩지 않는 슬픔", P. 66)

타래난초

잔디밭이나 논둑에 흔히 자라는 난초과의 다년초로 뿌리는 서너 개의 방추형이고 높이는 40~50cm. 잎은 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6~7월에 분홍색 꽃이 피는데 나선으로 꼬여 가며 핀다. 당신이 나를 난초라 부르고 정성들여 키웠을 때 당신 곁으로 달려가 빼어난 자태 뽐내며 한 포기 난초가 되었소 (김종태, '타래난초', "풀꽃", p.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