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478

싸가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람들이 있죠? 물건을 허락 없이 빌려가고, 도움을 받았거나 피해를 주었는데도 표시 하나 하지 않고, 함부로 반말하고,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다 밑으로 깔아뭉개는 사람들을 우리는 '예의나 개념 없다는 의미의 말'로 '싹수가 노랗다', '싸가지가 없다'라고 말합니다. 이 '싸가지'라는 말은 '싹수'의 방언으로, '싹수'는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 같은 느낌이나 징조' 또는 '식물의 씨앗에서 제일 먼저 트이는 잎'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싹수가 노랗다'라는 말은 식물은 단풍이 들지 않은 이상 병이 들면 노래지는데, 싹부터 노랗다는, 즉 날 때부터 글러 먹었다는 소리지요. '싸가지가 없다' 이 말은 '싹'+'아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싹'은 말 그대로 막 움..

북한의 언어 : '손이 어지럽다', '노래에 태워서 춤을 춘다'

우리가 보통 손이 지저분할 때 '손이 더럽다', '손이 지저분하다'라고 표현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이를 '손이 어지럽다'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요. "얘야, 손이 어지럽구나. 손 씻고 먹어라." 또는 "어지러운 손으로 토마토를 먹었구나."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손이 보기 싫게 더러워진 상태에 있는 것'을 '손이 더럽다'라고 하지 않고 '손이 어지럽다'라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춤을 출 때 보통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고 하지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지 못합니다. 이럴 때는 '노래에 태워서 춤을 춘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무엇 무엇에 맞추다'가 '무엇 무엇에 태우다'가 된 거죠? 응용을 해본다면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가 아니고 '박자에 태워서 노래를 부른다'라고 해야 합..

팔자(八字)의 유래

우리는 주변에서 '팔자려니 한다', '제 팔자다', '팔자가 드세다'라는 푸념이나 자조(自嘲) 섞인 말을 많이 들었을 겁니다. 이 '팔자(八字)'라는 말은 '사주팔자'의 줄임말로 '사람의 타고난 운수나 분수'를 말합니다. '사주'는 2,400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서 노자의 도덕경으로부터 시작, 주역 등 꾸준히 발전되어 내려온 동양의 도교 사상에서 비롯되었죠. 이후 명리학으로부터 사람의 태어난 해(年), 달(月), 날(日), 때(時)를 4개의 기둥(柱)이라 하고, 이 '사주'를 각각 간(干)과 지(支)로 표기하면 여덟 글자가 되는데 그것을 '팔자'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갑자 년, 을축 월, 병인 일, 정묘 시'일 경우, 사주를 이루고 있는 간지가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 정묘(..

북한의 언어 : '효과를 얻다'를 '은을 낸다'고 하는군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외래어를, 우리 고유어로 바꿔 쓴다는 점에서는 환영할만한데 정치용어에서 만큼은 예외로 한다니 글쎄 북한에서는 언어까지도 정치적이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꿔 쓰고 있는 예를 보니까 '견인선'은 '끌배'로 쓰고 외래어인 '볼펜'은 '원주필'로 또 일상용어인 '도시락'을 '곽밥'으로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곽밥'이 '도시락'이고, '원주필'이 '볼펜'이라고 하는데 그냥 들으면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나중에 통일이 돼서 남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의사소통을 할지, 이대로 가다간 혹시 남북한 언어소통에 동시통역사가 필요하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효과를 얻다'라는 말이 ..

옹고집(壅固執)

살면서 고집(固執)도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주변 사람들이 피곤합니다. 상대의 배려 없는 자기만의 아집(我執)을 '똥고집' 또는 '옹고집(壅固執)'이라고 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에 관여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억지로 내세우는 태도, 또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끝까지 우기는 일이 '옹고집(壅固執)'입니다. 은 조선 시대에 쓰인 작자 미상의 소설로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판소리 열두 마당 가운데 하나인 ,은 이 소설을 판소리로 제작한 것이지만 현재는 전하지 않습니다. 목판본이나 활자본은 전하지 않으며 1950년 김삼불(金三不)이 국문 필사본을 책으로 간행한 국제문화관본(國際文化館本)이 전해지죠.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옛날 황해도(黃海道) 옹정, 옹연(雍井, 雍淵)에 위치한 마을인 옹진(雍眞)골..

북한의 언어 : '설레다'가 아니고 '설레이다'라고요?

똑같은 우리말이지만 북한과 우리나라의 표현방식이 다른 말들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설레다'보다는 '설레이다'가 더 잘 쓰이고 뜻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설레다'라는 표현을 사람의 마음 상태만 쓰지만, 북한에서는 '마음'뿐만 아니라 '나무 벼이삭 물결, 바람, 어떤 상태' 등이 흔들리거나 일렁거리거나 울렁거릴 때 '설레이다'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쉬임 없이 설레이는 바닷가'라든가, '벼이삭 설레이는 황금빛 전야... ' 이렇게 '설레이다'란 표현을 다양하게 쓰고 있는데요. '설레이다'란 단어 말고도 '사람'에게만 쓰일 법한 말들을 '사물이나 상태'에 견주어 많이 쓰는 북한의 문화어... 앞으로도 더욱더 연구해야 할 대목입니다.

놈팽이 → 놈팡이

'놈팡이'와 '놈팽이'... '직업이 없이 빌빌 거리며 노는 사내를 얕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한국어 사전에 등재되어 있죠? 현재 표준어는 '놈팡이'이지만 현실에서는 비표준어인 '놈팽이'로 훨씬 많이 쓰입니다. '놈팡이'는 20세기 초 사전에 역행동화가 일어난 '놈팽이'로 나옵니다. '조선말 표준어 모음'(1936년)에서도 '놈팽이'를 표준어로 정하고 있다가, '조선말 큰사전'(1949년) 이후 오늘날까지 '놈팡이'를 표준어로 삼고 있지요. '놈팡이'의 어원에 대해,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놈'과의 관련성을 떠올릴 겁니다. '놈팡이'는 '놈'에 접미사 '-팡이'가 결합된 어형으로 추정되는데요. '놈'은 15세기에 '남자' 또는 '사람'을 지칭하는 평칭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6세기 이후 '놈..

북한의 언어 : '눈맛', '손맛', '귀맛'

'맛'이란 혀에 느껴지는 음식물을 비롯한 물질들의 속성을 말하는데, 따라서 '입맛'은 얼른 떠올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합성어지만 '귓맛', '눈맛', '손맛'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듣는 기관인 '귀'와 보는 기관인 '눈', 촉각 기관인 '손'은 맛 감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낱말들은 공감각적인 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장맛은 손맛이다'라는 말이 있어서 '손맛'은 어느 정도 우리도 들어 본 말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리 낯익은 말은 아닙니다. 그럼 북한에서 '귓맛', '눈맛', '손맛'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먼저 '귓맛'은 말이나 소리를 듣고 느끼는 느낌을 말하는데 '모진 세월 바람에 변해 버린 사투리, 그래도 '귓맛'좋게 향수를 불러주는 아, 고향의 목소리....

히스테리(Hysterie)의 유래

우리가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상태'의 분을 보면, '히스테리'라는 표현으로 뒷말을 하거나, 짜증스러운 성격, 주로 과도할 정도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성격 구조의 소유자로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합니다. 이 '히스테리'란 단어를 우리말 사전에서 찾아보면 '정신적 원인으로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병적인 흥분 상태를 통틀어 이르는 말', '정신적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신경증의 하나', '신체적 기질적 장애가 없음에도 신체의 일부분이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히스테리'는 자궁(子宮) 가리키는 '히스테라(hystera)'라는 그리스어에서 비롯됐다고 하지요. 본래 '히스테리'라는 말 자체가 히포크라테스의 저서에서 등장하였으며, 히포크라테스는 이러한 성격이 자궁의 뜨거운 기운이 올라와서 비롯된다고 보..

북한의 언어 : '시동'을 '첫돌림'이라 하는군요.

북한은 이미 60년대부터 외래어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외래어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외래어나 일본식 말투, 어려운 한자와 새로 유입되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은 자동차 관련 용어 즉 교통용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특히 교통용어는 학문 자체가 서양에서 생겨 일본을 거쳐왔기 때문에 언어의 오염이 아주 심한 분야죠. 우선 '시동'부터 걸어볼까요? 북한에서는 '시동'을 '첫돌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공회전'은 '헛돌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기어'를 '넘이'라고 합니다. '1단 넘이', '2단 넘이'...... '후진 기어'는 '뒤 넘이'라고 합니다. 또 '브레이크'는 '제동 장치'라고 하는데, '풋 브레이크'는 '발 제동기', '핸드 브레이크'는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