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팡이'와 '놈팽이'... '직업이 없이 빌빌 거리며 노는 사내를 얕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한국어 사전에 등재되어 있죠?
현재 표준어는 '놈팡이'이지만 현실에서는 비표준어인 '놈팽이'로 훨씬 많이 쓰입니다.
'놈팡이'는 20세기 초 사전에 역행동화가 일어난 '놈팽이'로 나옵니다.
'조선말 표준어 모음'(1936년)에서도 '놈팽이'를 표준어로 정하고 있다가, '조선말 큰사전'(1949년) 이후 오늘날까지 '놈팡이'를 표준어로 삼고 있지요.
'놈팡이'의 어원에 대해,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놈'과의 관련성을 떠올릴 겁니다.
'놈팡이'는 '놈'에 접미사 '-팡이'가 결합된 어형으로 추정되는데요.
'놈'은 15세기에 '남자' 또는 '사람'을 지칭하는 평칭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6세기 이후 '놈팡이'가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므로, 이는 적어도 '놈'이 비하화한 16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단어로 추정됩니다.
어떤 사람은 '-팡이'를 '지팡이, 곰팡이'의 그것과 같은 것으로 보고, '놈팡이'를 '지팡이'처럼 여자에게 의지하고 '곰팡이'처럼 여자에게 들러붙어 사는 족속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팡이'는 동사 어간 '짚-'에 접미사 '-앙이'가 결합된 어형이고, '곰팡이'는 동사 어간 '곰피-'에 접미사 '-앙이'가 결합된 어형이어서 이러한 설명은 미덥지 않지요.
추정컨대, '-팡이'는 '좀팡이(좀팽이), 잡팡이(잡팽이)' 등의 그것과 같으며,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그러므로 '놈팡이'는 '놈'을 더욱 낮잡는, '정말 형편없는 놈' 정도의 말이 되는 겁니다.
'놈팡이'의 또 다른 어원 중, 지식층에서 사용되는 독일어 '룸펜(lumpen)'이라는 단어가 서민층에서 '놈팽이'로 변형되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확실치 않습니다.
'룸펜(lumpen)'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카를 마르크스에게서 왔는데 1850년에 마르크스가 발표한 글에서 사회 최하층인 빈민, 부랑자, 창녀 등을 일컫는 말로 '룸펜 프롤레타리아트(lumpen proletariat)'라는 말을 만든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 '룸펜 프롤레타리아트'의 '룸펜(lumpen)'은 독일어에서 누더기, 부랑아를 의미하는 'lump'에서 왔습니다.
의미와 어형이 유사하다고 해서, 15세기 우리말의 어원을 독일어에까지 연결한 것은 지나친 거죠.
그렇다면, '백수'와 '놈팡이'의 차이는 무얼까요?
'백수(白手)'는 '백수건달'과 같은 말로, 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사람을 가리키고, '놈팡이' 역시 직업 없이 빌빌 거리며 노는 사람을 뜻하지만, 특히 그런 '사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지요.
'백수'는 평이한 말이고, '놈팡이'는 비하하는 말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