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479

수명이 늘어나고 안색이 좋아져도

거울을 볼 때 우리는 주름이 없는지, 기미는 안 생겼는지, 이런 걸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다른 것도 살펴보게 된다. "오늘은 왜 이렇게 얼굴이 어둡지? 꼭 화난 사람 같네..." "요즘은 얼굴에 짜증이 배어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도통 웃지를 않았네." 나이가 들면 얼굴 살부터 빠진다. 그래서 푸근하고 넉넉해 보이는 얼굴이 점점 예쁘게 보이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화장을 하나 안 해도 반짝반짝 윤이 난다. 하지만 아무리 잘 가꾼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 푸석푸석해지고, 주름도 늘고 검버섯도 거뭇거뭇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筆者)같이 동안(童顔)이던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세월의 강물에 풀어져 있는 그림자를 건져낼 수 없으니 말이다. 사람들 가운데는 나이를 먹었는데도 얼굴에서 빛..

누구나 갖고 있는 이기심(利己心)

사람의 본성에는 자기를 위하는 마음이 언제나 존재한다. 이기심은 인간성의 주된 동기이다. 우리들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특징이어서, 우리들의 존재는 이 특질에 의하여 결정된다. 사람이 생존하는 데 필수로 작용하며, 모든 지각 있는 사람들은 이기주의자다. 그러한 이기심을 우리는 악덕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가장 추악한 악덕이기는 하나 그것은 또한 우리들 미덕의 본바탕이기도 하다. 이기심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오늘의 우리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無)와 다름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끝없이 노력하여 그것의 주장을 누르지 않으면 안 된다. 전력을 다하여 이기심을 억제할 때 비로소 훌륭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 남자가 사랑의 상대로 반드시 순결한 여자를 택하려는 것은 에고이즘이다. ..

사리분별을 가로막는 건

감춘다고 해도 사람의 마음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저 사람 왜 저러지 정말? 티 난다 티나..." "왜 저렇게 성질을 부리고 난리야. 자기 성질에 못 이겨서 저러는 거지..." 본인은 감춘다고 해도 결국에는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자기 욕심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정말로 전체를 위해서 그러는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지게 되는 법이다. 욕심이 나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이것은 해도 되는지 하면 안 되는 것인지 구별을 못하게 되는 법이다. 화가 났을 때도 그렇다. 눈에 한 꺼풀 뭐가 쓰인 것처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를 못하고 자꾸 오해를 하고 확대해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눈도 멀게 하고, 귀도 멀게 하고, 사리분별을 가로막는 건 역시 마음속의 욕심과 분노 때문이다. 나이가 적어서 ..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

사람이 무슨 일이든 급하게 마음먹고 일을 추진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빨리빨리 좀 하라니까 다들 왜 이렇게 답답해!" "일이 되는 게 중요하지 뭐 저렇게들 따지는 게 많아?" 무슨 일이든 정도가 있게 마련이다. 너무 서두르다 보면 정도에서 벗어나게 되는 법이다. 결과만 생각하다 보니 잘못된 요령도 부리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게 된다. 급하게 먹은 밥이 체하게 마련이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이 생기는 법이다. "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너무 내 입장만 생각했나 본데..." "요즘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보다. 그래서 몸도 안 좋을 게 아닐까?" 목표한 게 있고 계획한 게 있더라도 차근차근 앞뒤를 살피고, 다른..

덥고 힘든 날이 반복되어도

여름이 오면 일하기가 힘이 든다. 무더운 데다가 습도가 높아서 끈적끈적한 날씨가 지속되면 은근히 지치고 짜증이 난다. 그리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회사에도 한 두 사람씩 자리가 비어 있다. 당연히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들썩거리기 마련이다. 무더위에 지치지 않는 사람은 없고 일하기가 마냥 좋은 사람도 없다. 그러나 그 무더위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리의 가판대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를 생각하자. 좁은 가판대에서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겠다 싶다. 음식점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사람도 그렇고, 건설 현장이나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 하나 편하게 사는 사람은 없다. 덥고 짜증이 나는 힘든 날이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자신..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고

우리는 모두 연기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늘 들어서 아는 말이지만 생활하면서는 자주 잊어버리는 것도 사실이다. "나 아니면 누가 그렇게 일을 제대로 하겠어. 나나 하니까 지금처럼 어려울 때 이렇게 성과를 내는 거지... 다른 사람 같으면 도저히 못했을 거야." 은근히 이런 생각에 속으로 으쓱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혼자 힘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없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멋진 기획을 했다고 해도 곁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의 도움이 알게 모르게 다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이란 하나하나 따져보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루어지는 건 하나도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챙겨주는 어머니가 계시고, 밤길 조심하라고 염려해 주는 아버지가 계시고, 옷을 다려주고 건강을 챙겨주는 아..

절하는 유행

유행이란 재미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절이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한다. TV에서 절이 건강에 얼마나 유익한지 과학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나서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운동 삼아서 절을 한다고 한다. 동맥경화 예방에 좋고, 디스크와 척추교정에 좋고, 경락운동과 단전호흡의 효과가 있으며, 다이어트에도 좋다. 이렇게 절의 효과는 끝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제2의 국민체조로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불자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게 그렇게 운동효과가 있었나? 늘 하던 거라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좋기야 좋겠지." 운동 삼아서 시작한다고 해도 절은 할수록 좋을 수밖에 없다. 운동으로 시작해도 하다 보면 마음수양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깊이 머리 숙여 절을 하는 그 순간, 마..

내 자식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요즘 아이들은 아는 것도 많고 자기주장도 강해서 부모와 자식 간에 의견차이도 더 많아지는 모양이다. 옛날처럼 부모의 생각대로 아이들을 키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아이들의 입장만 맞춰줄 수도 없는 일이다. 요즘은 부모는 부모대로, 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따로국밥처럼 자기 생활에 바쁘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빨리 학원에 가라, 숙제부터 해라 챙기느라 바쁘고, 아이는 아이대로 갈수록 부모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부모와 자식들 간에 정작 중요한 이야기들은 얼마나 나누고 있는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거리는 무엇인지, 힘든 일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얼마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부모로서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자식을 사랑하되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는 매우..

자신만의 인생길

뉴스나 신문, 잡지를 통해서 덕망 높은 인사나 종교인에 대한 기사나 회고담을 읽을 수 있을 때가 있다. 오랜 시간 한 길로 자신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역시 행운이다. 평생을 대장경 한글화에 몸 바친 월운스님께서 인터뷰를 하신 적이 있다. "낙엽과 인생이 다른 점은 무엇이겠는가. 그저 바람을 따라서 흘러가면 낙엽의 길이고 한 생각 놓지 않고 그 목적지를 찾아가면 수행자의 길이 아니겠는가." 스님께서는 죽어서 사리를 남기는 대신 후학을 남기고 싶다 말씀하셨다. 평생 역경(譯經)이라고 하는 한 길을 걸어가신 분답게 꼿꼿한 기상 같은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한 길의 수행도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 재산이나 명예라는 잣대로 보면 스님..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는 오히려 실천이 어렵다

경전을 읽다 보면 때로는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라서 오히려 무시하고 넘어갈 때가 있다. "그걸 누가 모르나...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당연한 이야기지." 어떻게 생각하면 부처님의 가르침도 그렇고 공자님이나 예수님이나 모두 같은 말씀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표현이 다르고 강조하는 뉘앙스가 달라서 그렇지 결국에는 바른 마음과 바른 행동으로 살라는 의미인 것이다. 당나라의 백낙천이라는 유명한 시인이 도림선사에게 불교의 핵심이 되는 가르침을 물어보았다. 그때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쁜 짓은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행하라. 이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백낙천은 당연히 콧방귀를 뀌었고 이렇게 되물었다. "그거야 세 살 먹은 아이도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도림선사가 다시 허허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