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479

어떤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가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어떤 사람들하고 자주 만나느냐 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고 하지만 비단 어렸을 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은 좋은 건 배우기가 참 어려운데 나쁜 건 금방 배우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어떤 분위기나 흐름 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밝고 화사한 분위기는 누군가가 애쓰고 노력해서 만드는 것이지만, 어둡고 다들 말도 없고 자기 일에만 바쁜 그런 분위기는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생기는 분위기이다. 한 두 사람이 바꾸려고 해도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빠지고는 한다. "우리 부서 사람들은 아무튼 못됐어. 윗사람한테만 잘 보이려고 저러고, 동료들은 생각도 안 해주고... 정이 안 간다 진짜." 처음에는 그것이 문제다 싶..

궂은일을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살다 보면 남모르게 궂은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네에서 통장, 반장 일을 보는 사람도 그렇고, 학교 학부모회에서 일을 맡아보는 사람도 그렇다. 회사에서도 경조사비를 모으고 직원들 회식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긴 해도 귀찮은 일도 많고 그렇다고 누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니 웬만하면 그런 궂을 일들은 잘 맡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 누가 정했어? 음식이 이게 뭐야. 좋은 데 다 놔두고 참..." "이번에 누가 연락했어? 회원들이 다 오지도 않았잖아." 잘하면 그만이지만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화살은 온통 그 사람에게 돌아간다. 사람마다 생각들이 각양각색이니 조율하기도 힘이 들고, 여기저기 전화하다 보면 '내가 왜 이 일을 맡아서 고생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어느 단체에서나 모임에는 ..

이 순간이 인생의 최고 순간

때로 스포츠에 열광할 때가 있다. 평소에는 잘 볼 수도 없었고 관심이 없다가도 큰 대회를 앞두고 있으면 유독 관심이 가기도 한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더니 변화무쌍한 경기상황과 희비가 엇갈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속에서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엿보기도 한다. 과거 아테네 올림픽에서 있었던 핸드볼 경기를 소재로 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거기서 보면 한 점 한 점 엎치락뒤치락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치다가 결국에는 우리나라가 은메달에 머물렀던 당시의 상황이 그려진다. 그때 우리나라 선수들은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그들은 당당했고 후회 없는 모습이었다. 영화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한다.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

소중한 존재들에 대한 감사

사람의 마음이란 참 재미있다. 물 컵에 반 정도 남은 물을 보면서도 어떤 사람은 "벌써 반을 먹었네."라고 부정적으로 보지만, 또 어떤 사람은 "아직도 반이나 남았네. 이걸로도 충분하지."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며 만족해한다. 무슨 일이든 보기에 따라 다르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부족한 게 많은지 몰라, 힘들어 죽겠어 정말..." "나야말로 언제 집 장만하고 언제 애들 키우나, 앞길이 참 막막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을 하면 가지고 있는 것도 많다. 사랑으로 키워주시는 부모님도 계시고, 알뜰살뜰 살면서 서로를 위해주는 남편과 아내도 있고, 특별하게 잘하는 건 없어도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이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가진 것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

항상 따스한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

무더운 여름이면 사소한 일로도 짜증이 난다. 지하철 안에서 조금만 심하게 몸을 부딪쳐도 불쾌해지고, 집안에서도 청소하고 살림하다 보면 온몸에 금세 땀이 흐르니 조그만 일 가지고도 불쑥 화를 내게 된다. 가장 존경스러운 사람은 늘 웃는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누구나 미소를 띠우려고 애를 쓰지만 항상 웃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안 그러려고 해도 이미 얼굴에 기분이 쓰여 있는 것이다.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접대용 억지웃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언제나 편안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존경스럽고 부럽기도 하다. 그렇게 항상 따스한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해도 도와주고 싶고 함께 하고 싶다.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이 푸근해지기..

자존심(自尊心)을 위하여

자존심이란 결코 배타(排他)가 아니다. 또한 교만도 아니다. 다만 자기 확립이다. 자기 강조다. 자존심이 없는 곳에 비로소 얄미운 아첨이 있다. 더러운 굴복이 있다. 넋 빠진 우상 숭배가 있다. 천지 간에 "나"라는 것이 생겨난 이상, 나 자신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강력한 신념, 그것이 곧 자존심이다. 위대한 개인, 위대한 민족이 필경 다른 것이 아니다. 오직 이 자존심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다. * 자존심은 악마의 정원에 피는 꽃이다. - 영국 * 스스로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추한 냄새가 풍긴다.(自大則臭 / 자대즉취) - 중국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껏 정을 나누는 노력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먼저 부모님이 생각나고 아이들이 생각나는 법이다. 좋은 일이 있어도 가족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이거 진짜 맛있네. 우리 어머니가 참 좋아하시던 음식인데..." "이 소식을 들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아버지가 계시면, 정말 좋아하실 텐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문득문득 이런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누는 게 가족이기도 하지만, 즐거운 일 좋은 일을 함께하는 것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혼자 먹으면 맛이 나지 않는다. 재미있는 공연도 그렇고 멋진 여행지도 그렇다. 아무리 즐거운 일도 같이 이야기 나누며 함께할 사람이 없으면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사람이 살면서 해야 할 많은 일들 가운데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이야기..

더 이상 묻지 않는 것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견의 차이도 있고 잘잘못도 생기기 마련이다. 생각이 다른 만큼 충돌이 있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너는 항상 그게 문제야. 적당히 넘기고, 대충 넘어가고..." "너는 뭐 문제가 없는 줄 알아? 네 생각만 옳은 줄 알고 다른 사람들 생각은 안중에도 없잖아? 그렇게 말을 하는데도 어떻게 하나도 고쳐지는 게 없어?"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가 좀 심하다 싶을 때는 서로가 충분히 설명을 해서 납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고칠 수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쉽게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빨리 고치지 못한다고 너무 다그치는 것도 바..

욕망과 두려움

구약성경 '잠언'의 메시지는 내가 좋아하는 글이다. "존경받고 싶은 욕망에서, 저를 해방하소서. 사랑받고 싶은 욕망에서, 칭찬받고 싶은 욕망에서, 대우받고 싶은 욕망에서, 위로받고 싶은 욕망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서, 저를 해방하소서. 업신여김을 받을까, 헐뜯음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잊힐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조롱당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의심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저를 해방하소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기 위하여, 저를 해방하소서."

우리 혹시 전에 어디서 만난 적 없나요?

사람은 가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만나서도 잘 아는 사람을 떠올릴 때가 있다. 때로는 어떤 특별한 냄새를 통해서, 또 어떤 때는 독특한 분위기나 물건을 통해서 누군가를 추억하기도 한다. 옥수수 냄새, 토란 냄새, 자두의 새콤한 향을 맡으면 문득 어머니나 할머니가 떠오르기도 하고, 중절모나 자전거 차임벨 소리를 들으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른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어떨 때는 정말 비슷한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아무리 봐도 진짜 닮았다. 꼭 그 친구 같은데... 혹시 형제 아니야?" "저기요. 우리 혹시... 전에 어디서 만난 적 없나요?" 고향을 떠나와서 여기저기 이사도 다니고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떠나는 이도 생기니, 다른 사람들도 아주 남 같지는 않다. 친정어머니 같고, 형이나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