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56

자주 보는 꿈

흐르는 곡은, Wolfgang Amadeus Mozart의 교향곡 40번 1악장의 주제를 변주한 곡, Sylvie Vartan - Caro Mozart(친애하는 모짜르트) * * * * * * * * * * * * * * * 자주 보는 꿈                                                                                  高巖 밭두렁 길을 걸어오고 있다.흙을 어루만지는 봄 햇살이 뜨겁다.얼마나 굶고 걸었는지 모른다. 어디서부터 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다 헤진 도포에 찢어진 갓을 쓰고.이 밭만 지나면 내 초막으로 접어드는 산길인데. 예닐곱 마리의 승냥이가 언제부턴가 따라왔다.놈들도 며칠을 굶었을 게다.나를 따라온 지 며칠째다. 갈증이 심하다.힘..

사토 하루오(佐藤春夫)

꽁치의 노래 가련하다가을바람이여마음 있으면 전해다오― 사나이 있어서저녁상에 혼자꽁치를 씹으며생각에 잠긴다고. 꽁치, 꽁치,그 위에 푸른 밀감(蜜柑)의 초를 떨어뜨려서꽁치를 씹음은 그 사나이의 고향의 버릇이었다그 버릇을 이상히 여기고 그리워서 여자는몇 번이고 푸른 밀감을 따와 저녁상에 차렸다.가련하다, 사나이에게 버림을 받으려는 유부녀와아내에게 배반당한 사나이와 식탁에 앉으니,박정(薄情)한 아버지를 가진 계집애는조그만 젓가락을 다루다 고민해아버지 아닌 사나이에게 꽁치의 창자를 주겠노라 하는 것이다. 가련하다가을바람이여너만은 보았으리세상의 얄궂은 저 단란(團欒)을.어째서가을바람이여그렇다 하더라도 증명하려무나저 한때의 단란은 결코 꿈이 아니라고. 가련하다가을바람이여마음 있으면 전해다오.남편에게 버림받은 아내와..

이씨네와 김씨네

옛날 어느 마을에 이씨네와 김씨네라는 대조적인 두 집안이 있었다.김씨네는 무척 가난하고 자식들도 많았지만. 늘 화목해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반면 이씨네는 집안살림도 넉넉하고 자식도 적었지만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서로 다투고 시끄럽기만 했다.이 씨는 김씨네가 뭣 때문에 매일 즐거운 것인지 의아해하던 중에, 하루는 그 까닭을 물어보기 위해 김 씨 집을 찾았다.이때 갑자기 김씨네 막내아들이 뛰어들어오며 외쳤다.『아버지 큰일 났어요. 소가 보리밭에 들어가 보리를 마구 뜯어먹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식구들은 모두 집 앞 보리밥으로 달려갔다. 가보니 소가 보리를 뜯어먹고 있다가 사람들이 몰려오자 놀라서 이리저리 뛰며 보리를 마구 짓밟는 것이 아닌가.온 식구들이 합심하여 간신히 소를 붙잡아 외양간에다 넣었..

나막코신

4~50 년대의 구식 나막신. 통나무를 파서 만든 나막신으로 신의 앞 모양이 버선코처럼 되어서 버선을 신던 남자들이 비 오는 날에 자주 신었음. 마치 여자들의 코고무신 모양의 남자용 나막신.  사랑채 툇마루에 팔모진 높은 댓돌할아버님 나막코신에 담겨 졸던 금빛 가을볕. (유안진, '악수귀천이요 예별존비니라',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어라", P. 45)

말짱 도루묵

'말짱 도루묵'이란 말은 '열심히 공들여 노력한 일이 아무런 보람도 없이 쓸모없게 되었을 때' 쓰는 표현이다. '도루묵'은 도루묵과에 속한 바닷물고기로 몸길이는 25센티미터 내외로 입과 눈이 크며, 비늘과 옆줄이 없다. 등 쪽은 황갈색에 불규칙한 어두운 갈색 무늬가 있고, 배 부분은 흰색이다. 우리나라, 일본, 캄차카 등지에 분포한다. '도루묵'의 옛 형태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청주 출토 순천 김 씨 묘 출토 간찰(16세기)에 기록된 '돌목'이다. 조항범은 이 이름이 '목'이라는 이름에 상대적으로 조잡한 생물에 붙이는 '돌-'이 붙은 것으로 추정했다.이후 발음이 변하여 조재삼의 《송낭잡지》(19세기 후반)에 '도로목(都路木)'이라는 차자 표기가 확인된다. 조선시대 초에는 도루묵을 '은어(銀魚)'로 ..

레이첼 필드(Rachel Field)

어린아이의 기도 이 우유를 축복하고 이 빵을 축복해 주세요.날 기다리는 부드러운 침대를 축복하여내가 곧 안전하게 달콤한 잠에 들게 하소서.어둠 속에서, 밤중 내내내 잠을 무섭게 하는 어떤 위험도일어나지 않기를 빌어요, 아침이 다시창가에 손짓할 때까지.내 눈에 익숙한 장난감을 축복해 주세요.날 여기저기, 아래위로, 사방 곳곳에데리고 다니는 신발을 축복해 주세요.내 작은 색칠한 의자를 축복해 주세요.등불 빛을 축복하고, 그 불을 축복하고,싫증 내지 않고 한결같이 사랑스럽게날 돌보아 주는 손을 축복해 주세요.친구들과 가족들을 축복해 주세요.아빠와 엄마를 축복해 주고우리 모두를 서로 가깝게 있도록 해 주세요.다른 아이들도 축복해 주세요,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두려움으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롭게 지켜 주세요.내가 ..

다복다복

천천히 느리게 가는 모습. 또는 풀이나 나무 같은 것이 여기저기 한데 뭉쳐서 다보록하게 있는 모양.  마치 봄두렁에 황소 한 마리노랑나비 달고 다복다복 가드끼...... (허수경, '산수화, "혼자 가는 먼 집", p. 47)  천년을 나지 않은 불모의 이 들에뿜는듯 뿌려가면 그 자리 마다다복다복 꽃밭들이 솟아나게 하세요. (박두진, '禱願도원', "거미와 성좌", , p.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