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56

도무지

"며느리가 외국 사람인데 매번 올 때마다 영어로 ‘샬라샬라’ 하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학생이 괴발개발 그린 글씨는 도무지 뭐라고 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도무지'는 '아무리 하여도', '이러하고 저러하고 할 것 없이'란 뜻을 가진 부사어이다. 구한말에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을사보호 조약이 체결되고 나라를 빼앗기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황현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보면 엄격한 가정의 윤리 도덕을 어그러 뜨렸을 때 아비가 눈물을 머금고, 그 자식에게 비밀리에 내렸던 '도모지(塗貌紙)'라는 사형(私刑)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뜻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얼굴에 종이를 바른다는 뜻이다.자식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고, 물을 묻힌 조선종이, 즉 창호지를 얼굴에 몇 겁..

마투랭 레니에(Mathurin Régnier)

내가 나에게 눈을 던질 때  서른 살이 되어 나 자신을 바라볼 때,내 늙음을 보니두려움의 마음이 줄어들고,한순간에늙었으니 젊어졌다고말할 수밖에 없다.달리는 요람에서 관까지,낮은 내 눈에서 숨고,나의 불안한 감각은 사라진다.인간은 눈물 속에서 태어나 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는 꽃과 같다.그들의 나이는 날아가 버린화살처럼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그리고 여기서 그토록 유명한 그들의 이름은,그들이 죽자마자 군주만큼이나 가난한 사람들도 죽는다.한때 푸르렀고, 건강하고 힘찼고,꽃이 만발한 산사나무처럼 나의 봄은 맛있었다.쾌락이 내 가슴에 머물렀다.그리고 그다음에는 나의 모든 목적이 사랑의 게임과 식탁에 있었다.그러나 지쳤다! 내 운명은 잘 바뀌었다.나의 나이는 하찮은 것에 제한되어 있고,연약함은 나의 희망을 시들..

씨족신 신앙(氏族神 信仰)

씨족신이란 씨족 공동체가 수호신으로 믿는 신이나 정령(精靈)을 말한다.한국의 신(神)들은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인 점에서 공통되고, 또 특수성이 있다.덕물산신(德物山神)인 최영(崔瑩) 장군, 흑석산신(黑石山神)인 임경업(林慶業) 장군이 극히 많은 그 일례다. 지리산의 마고(麻姑 : 단군신화 이전, 한반도 태초의 신),  단군은 장당경(藏唐京 : 단군왕검이 옮긴 도읍지. 황해도 구월산(九月山) 밑에 있었음)으로 옮겼다가 뒤에 돌아와 아사달(阿斯達)에서 산신(山神)이 되었고, 단종(端宗)은 태백산의 산신이 되고, 강릉의 김유신(金庾信) 장군 등 산신이 역사적 사건들과 연결되어 인격신으로 추앙되는 경우가 많다. 전남 순천(順天)의 신들은 씨족신인 점에서 이례적이다.순천김 씨(順天金氏) 시조인 신라 시대 김알지의..

오무래미

"황 노인은 이가 몽땅 빠져서 오무래미가 된 입을 벌리고 사람 좋게 웃었다.""자, 선생님이 합죽이가 되자고 하면 여러분들은 ‘합’이라고 하고 조용히 하는 겁니다." '오무래미'는 비속어(卑俗語) 명사로서, '이가 다 빠져 합죽해진 입으로 늘 오물거리는 늙은이를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오무래미'는 '오므러미'로 소급하며, 이는 의태성(擬態性) 어근 '오믈'과 '어미[母]'가 결합된 어형이다. '호물때기'는 '오무래미'의 방언으로,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에서 사용되며, '호문댕이(평안도)', '치쪼개(함경남도)', '호물떼기, 후물떼기, 흐물떼기(황해도)'로도 사용된다. '합죽이'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로, '이가 빠져 입과 볼이 움푹 들어간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합죽이' 역시 차별 또는..

무위자연(無爲自然)

흐르는 곡은, Wilma Goich - In Un Fiore(꽃의 속삭임) * * * * * * * * * * * * * * * 무위자연(無爲自然)                                                  高巖  살아 보니 그러하더라. 산다는 것 자체가고뇌(苦惱)이고, 고독(孤獨)인걸.혹시나 하면 역시나. 돌처럼, 물처럼,구르는 대로, 흐르는 대로가야 하더라. 인생에, 사랑에,답도 없고, 대책도 없는 것.답이 있다면 누가 현실에 살겠는가. 살다 보니 알겠더라.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미지(未知)의 길, 불확실의 세계.태양이 뜨고, 자연이 숨 쉬는 한,이게 행복이라는 불씨로 평생 사는 거야.  * 무위자연(無爲自然) :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