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이씨네와 김씨네라는 대조적인 두 집안이 있었다.
김씨네는 무척 가난하고 자식들도 많았지만. 늘 화목해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반면 이씨네는 집안살림도 넉넉하고 자식도 적었지만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서로 다투고 시끄럽기만 했다.
이 씨는 김씨네가 뭣 때문에 매일 즐거운 것인지 의아해하던 중에, 하루는 그 까닭을 물어보기 위해 김 씨 집을 찾았다.
이때 갑자기 김씨네 막내아들이 뛰어들어오며 외쳤다.
『아버지 큰일 났어요. 소가 보리밭에 들어가 보리를 마구 뜯어먹고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식구들은 모두 집 앞 보리밥으로 달려갔다.
가보니 소가 보리를 뜯어먹고 있다가 사람들이 몰려오자 놀라서 이리저리 뛰며 보리를 마구 짓밟는 것이 아닌가.
온 식구들이 합심하여 간신히 소를 붙잡아 외양간에다 넣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이 씨는 생각했다.
「이제 식구 중 누군가가 호되게 꾸지람을 듣겠군.」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김 씨는 이렇게 말했다.
『허 그것 참. 아침 일찍 소를 풀밭 근처에다 매어놓았어야 했는데 내가 실수를 했구나.』
그러자 부인이 말했다.
『아니에요. 아침에 여물을 배부르게 먹였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제 잘못이지요.』
이번에는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점심때 소를 몰고 뒷산 풀밭에 갔다 오려고 했는데 깜빡 잊어버렸던 탓이에요.』
냇가에서 빨래를 하다가 온 며느리가 말했다.
『오늘따라 빨래하기에 정신이 팔려 소 간수를 하지 못해 이렇게 되었습니다.』
서로 자기의 잘못이라고 스스로를 질책하는 김씨네 식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