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행복한 사람

높은바위 2025. 2. 22. 07:02

 

어느 나라에 모든 것이 풍족한 왕이 살고 있었다.

이 왕이 이상한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놀란 왕자들과 신하들은 전국의 용하다는 의원을 불러들여 진찰해 보았지만, 어떤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희귀한 병으로 판명되었다.

그런데 한 시골의사가 왕을 진맥해 보고는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입어야 병이 낫는다는 처방을 알려 주었다.


왕자와 신하들은 전국적으로 흩어져 행복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이 사람이다」고 생각하고 다가가 보면 그에겐 몇 가지의 불만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었다.


부자도, 명예가 있는 자도 모두 불행한 사람들이었다.

왕자는 크게 실망을 하고 궁궐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때 산속 어디선가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왕자는 소리 나는 곳으로 말을 몰았다.

그곳은 아주 초라한 작은 집이었는데 왕자는 몰래 다가가 집의 조그만 창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사람들은 지쳐 보였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로 보이는 두 사람과 그들의 어린 자식들은 마냥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옳지, 이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행복해 보이는군」


이렇게 생각한 왕자는 얼른 그 집안으로 들어가 사정을 얘기했다.

 

왕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행복한 사람들의 속옷이 필요하니 제발 벗어달라는 왕자의 말에,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의 윗도리를 걷어 올렸다.

 

『왕자님, 저희는 분명 행복한 사람들이지만 보시다시피 저희는 너무 가난해서 속옷을 입지 못했습니다.』

 

왕자는 행복한 사람의 말을 듣고 멍하니 서 있었다.

 

행복은 자신을 알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