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0 3

메리앤 무어(Marianne Moore)

시 나도 시가 싫다. 이 하찮은 말장난보다 중요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 말장난을 아무리 완전히 경멸하면서 읽으려 해도, 결국엔 그 안에 뭔가 진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뭔가를 잡을 수 있는 손, 크게 떠질 수 있는 눈, 때론 일어서는 머리카락,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 거창한 해석을 그 위에 갖다 붙여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원래의 뜻을 너무 많이 손대고 변형시켜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이건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겠지만 - 즉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거꾸로 매달려 먹이를 찾는 박쥐, 밀어붙이는 코끼리, 몸을 뒤집는 야생마, 나무 아래 지칠 줄 모르는 늑대, 몸에 붙은 벼룩에 언짢아하는 말처럼 살을 꼬집는 냉엄한 비평가, ..

가슴 뛰는 삶

한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책 중에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책은 읽지 않았다 해도 제목만큼은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책 제목도 제목이지만, 주위에 많은 사람이 얘기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슴 뛰는 경험이 얼마나 있었던가?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 그저 남과 다르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서, 남의 생각이 내 생각인 것처럼 착각하면서 살다 보니 재미있는 일도 없고, 가슴 설렐 일도 없는 것이다. 시간과 돈과 성공에 매달려서 달리다 보니, '이제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라는 사람도 많다.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먹고살아야 하니까... 일은 해야 하니까...' 하기는 하는데, 몸만 바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