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 577

나그네

제 고장을 떠나서 객지를 떠다니는 사람. 고독한 사람, 단독자로서 인생의 근원적 모습을 형상한 말. 江(강) 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남도) 三百里(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 '나그네', "상아탑", 1946년 5월) 죽음아, 내 너한테 가마 세상을 걷다가 떨어진 신발 이젠 아주 벗어던지고 맨발로 맨발로 너한테 가마. (김형영, '나그네 · 2', "다른 하늘이 열릴 때", p. 18) 만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문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면 이미 나그네가 아니다. 덧없는 짝사랑의 소유자일 뿐 정처 없이 떠나는 바람이 아니다. 나그네는 어둠에 기대지 않으며 사랑의 쓸쓸함에 물들지 않는다. 길은 언제나 열려 ..

자갈

돌자갈. 영락하여 그럭저럭 사는 생활, 또는 성격이 닳아서 둥글어진 모습을 비유한 말. 파락호 이하응 여기저기 굴러 다니던 시절 자갈의 시절 (고은, '고종', "만인보 · 8", p. 92) 눈길이 순해지면 세상을 순하게 보는 나이가 되면 화를 내지 않는다. 강바닥의 자갈처럼 모서리는 닳아 둥그스럼해지고 여럿 속에 있어도 늘 고요하다. (유자효, '자갈', "짧은 사랑", p.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