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643

그리스: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Constantine P. Cavafy)

노인 앉아 있다 시끄러운 카페 한가운데 탁자 위로 몸을 옹송그리고 한 노인이; 신문 그 앞에 두고, 홀로 그리고 비참한 노년의 노여움으로 생각한다 정말 즐기지 못했구나 시절, 활력, 논리와 잘생긴 얼굴 소유자였던 시절을. 그는 안다 자신이 아주 늙었다는 것을; 느끼고 본다. 그렇지만 그가 젊었던 그때 마치 어제 같다. 너무 짧다. 그 간격, 너무 짧아. 그리고 그가 곰곰 생각한다. 사려분별이 날 기막히게 속였군; 그리고 난 언제나 신뢰했지 - 멍청한 놈! - 그 거짓말쟁이 말을; "앞으로 시간은 아주 많아." 회상한다 멈출 수 있었던 충동을; 참으로 많은 기쁨을 희생했구나. 그의 멍청한 지식을 놓쳐버렸던 기회들이 이제 도처에서 비웃는다 ---- 그러나 많이 곰곰 생각하고 많이 기억해 낸 탓에 그 노인 어..

그리스: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Constantine P. Cavafy)

알렉산드리아 왕들 모였다 알렉산드리아인들 본다 클레오파트라의 아이들, 카이사리온과 그의 남동생들, 알렉산드로스와 프롤레마이오스, 처음으로 데려왔다 경기장으로, 거기서 선포될 참이지 왕으로, 찬란한 부대 대형의 와중. 알렉산드로스 - 사람들이 그를 왕으로 칭했다 아르메니아, 메디아와, 파르티아의, 프톨레마이오스 - 사람들이 그를 왕으로 칭했다 킬리키아, 시리아와, 페키니키아의. 카리사리온이 서 있었다 좀 더 앞에. 장밋빛 비단옷 차림. 가슴에 히아신스 부케, 벨트는 사파이어의 자수정의 두 열, 신발을 묶은 하얀 핑크빛 리본이 진주로 장식되었고. 사람들이 그를 칭했다 동생들보다 더 높이, 그를 칭했다 왕중왕으로. 알렉산드리아인들 분명 느꼈다. 이런 것들 단어이고 연극이라는 것을. 그러나 날이 따스하고 시적이..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 朔太郎)

애련(愛憐) 질끈 귀엽고 굳은 치아로 초록색 풀을 깨무는 여자여 여자여 그 여리게 푸른 풀의 잉크로 남김없이 내 얼굴을 칠하여 내 정욕을 고양시켜 우거진 풀밭에 남몰래 놀자 보아라 여기에는 은방울풀이 머리를 흔들고 저기에는 용담풀의 손이 살랑살랑 움직인다 아아 나는 힘껏 네 유방을 끌어안는다 너는 네 힘껏 내 몸을 누르고 있다 그리하여 이 인기척 없는 들판 속에서 * * * * * * * * * * * * * * * 이 시는 대담한 에로티시즘을 관능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 때문에 시집 는 판금 조치를 받았다. * * * * * * * * * * * * * * *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 朔太郎, 1886년 11월 1일 ~ 1942년 5월 11일)는 일본 근대의 시인이다. 일본 근대시의 아버지라고도..

팔레스타인: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내 어머니께 어머니의 빵이 그립습니다 어머니의 커피도 어머니의 손길도 아이의 마음이 내 속에서 자라납니다 하루 또 하루 저는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제가 죽으면, 어머니의 눈물이 부끄러우니까요! 저를 받아주세요, 언제고 제가 돌아간다면 어머니 속눈썹의 장식 띠로 당신의 순결한 영광으로 세례를 받은 풀로 저의 뼈를 덮어주세요 그리고 저의 몸을 꼭 묶어주세요 당신의 머릿단으로 당신의 치맛자락에 나풀거리는 실밥으로 어쩌면 저는 신이 될 거예요 신이 될 거예요, 당신의 가슴 그 깊은 곳을 만지기만 한다면! 저를 써주세요, 제가 돌아만 간다면 당신의 빵틀에 불 지필 땔감으로 당신 집 지붕의 빨랫줄로 당신의 낮 기도가 없으면 저는 어디에고 머무를 수가 없으니까요 저도 늙었습니다, 그러니 유년의 별들을 돌려주세요 당신..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 朔太郎)

개구리의 죽음 개구리가 살해되었다 어린이들은 원을 이루고 손을 들었다 모두들 함께, 귀여운, 피투성이 손을 들었다, 달이 떠올랐다, 언덕 위에 사람이 서 있다, 모자 아래 얼굴이 있다. * * * * * * * * * * * * * * * 죄 없는 어린이들이 자기들의 놀이 친구인 죄 없는 개구리를 살해하고 말았다. 미워서 죽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노릇인가. 세상에서는 이와 비슷한 참극이 행해지고 있다. 그것도 온화한 봄날 저녁에 그런 일이 행해진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서도 망연하게 서 있는 인간 - 자신도 그중 한 명이지만,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인가. 인간의 원죄를 슬퍼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 * * * * * * * * * * * * * * 하기..

팔레스타인: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희망에 대하여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예멘의 목동이나 되어 부활을 노래했으면’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하바나의 급사나 되어 억압받는 사람들의 승리나 기원했으면’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아스완댐의 젊은 수문장이나 되어 바위를 위해 노래했으면’ 나의 친구여 나일강은 볼가강으로 흐르지는 않네 콩고강이나 요단강이 유프라테스강으로 흐르는 것도 아닐세 모든 강은 그 자신의 시원(始原)이 따로 있고 제 가는 길이 따로 있고 제 삶이 따로 있지. 우리의 조국은 친구여, 황폐한 나라가 아니라네. 때가 되면 모든 나라는 새로 태어나고 모든 전사(戰士)는 새벽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니. ​ * * * * * * * * * * * * * * *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1941년 3..

칼 윌슨 베이커(Karle Wilson Baker)

시인의 노래 신의 날개에서 깃털을 떨어뜨렸다. 나의 작은 노래와 날치기는, 너무 가벼워서 그는 그들이 떨어지는 것을 듣지 않는다. 내가 발견한 하나님의 날개에서 깃털을 떨어뜨리고 내 머리를 땋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것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그들은 단지 내 영혼을 더 공평하게 만들 뿐이다. ​ * * * * * * * * * * * * * * Poet's Song Dropp’d feather from the wings of God My little songs and snatches are, So light He does not hear them fall As He goes by, from star to star. Dropp’d feathers from the wings of God I find, and..

팔레스타인: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신분증 적어둬라! 나는 아랍인 내 등록번호는 50000번이다 아이가 여덟이고 아홉 번째 아이가 올여름 태어난다 … 적어둬라! 나는 아랍인 내게 직함 따윈 없다 인내하라, 그곳 분노한 이들이 사는 곳에선. … 내게 증오는 없다 남의 권리를 앗을 마음도 없다 하지만 내가 굶주린다면 착취자의 살점이 내 밥이 되리라 조심하라 조심하라 내 굶주림을 내 분노를. ​ * * * * * * * * * * * * * * *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1941년 3월 13일 ~ 2008년 8월 9일 향년 67세)는 팔레스타인의 시인이다. 다르위시는 1941년 팔레스타인의 한적한 갈릴리 호숫가의 작은 마을 아크레(Acre)에서 태어났다. 십 대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60년 첫 시집 를 펴낸 이..

칼 윌슨 베이커(Karle Wilson Baker)

나는 조용한 것들로 사랑받을 것이다 나는 조용한 것들로 사랑받을 것이다 - 햇볕에 흰 비둘기, 하나씩 속삭이는 곱슬곱슬 한 노란 잎사귀; 연기의 은빛 과묵함 탄생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는 불타는 고통 속에서 지구를 돌리는 것; 구름 섬; 나무의 팔에 도달; 닳고 간절한 작은달 그것은 높은 푸른 오후를 통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길을 잃습니다. 내 마음의 천둥이 가야 한다 먼지의 숨 막히는 아래— 내 회색 드레스가 그것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풀은 그래야 합니다. 그것은 충분히 크게 두들겨 맞았고, 모든 것이 말할 때, 내가 죽을 때 그 조용한 부분만 살 것입니다. ​ * * * * * * * * * * * * * * * 칼 윌슨 베이커(Karle Wilson Baker, 1878년 10월 13일 ~ 1960..

팔레스타인: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유랑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강 언덕 위의 이방인, 강처럼 물은 너의 이름에 나를 묶는다. 그 무엇도 이 먼 곳으로부터 나를 오아시스로 돌려보내 주지 않는다. 평화도, 전쟁도 그 무엇도 내가 복음서로 들어가는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그 무엇도 티그리스 강과 나일 강 사이의 썰물과 밀물의 해안에서는 빛나지 않는다. 그 무엇도 파라오의 전차에서 나를 내려주지 않는다. 그 무엇도 나를 돌봐주거나, 혹은 내게 생각을 품게 해 주지 않는다. 향수도, 전망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그리고 강물을 응시하는 긴 밤이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강물은 나를 너의 이름에 묶는다. 그 무엇도 꿈의 나비들로부터 나를 빼내지 못한다. 그 무엇도 나에게 현실을 주지 못한다. 먼지도 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