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710

인도:카비르 다스(Kabir Das)

숨을 멈추면 죽은 이의 몸으로 무엇을 하나? 숨이 멈추면 시신은 곧장 버려지고 썩은 살은 태우거나 땅에 묻는다. 힌두교는 화장을 하고 회교도는 매장을 하고 그대의 몸은 집을 떠난다. 고기를 잡는 어부처럼 죽음은 운명의 그물을 던진다. 신을 모르는 인간은 거리의 쇠똥구리와 같다. 카비르는 말한다. 살아서 지내는 집을 떠나 님의 집으로 가는 날에 후회하리라,라고. * * * * * * * * * * * * * * * * 카비르 다스(Kabir Das, 1398년 ~ 1518년, 또는 1440년 ~ 1518년)는 인도의 철학자, 성자, 시인이다. 카비르는 델리 술탄국 말엽 바라나시 출신의 힌두 사상가 겸 시인으로, 1398년 ~ 1518년까지 무려 120세까지 살았다. 카비르는 원래 비나레스 브라만 계급의 한..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소년 시절 내 소년이었을 적에 신께서는 인간들의 거친 소리와 채찍으로부터 나를 숱하게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 시절에 나는 동산의 꽃들과 어울려 평화롭고 흡족하게 놀았으며, 하늘의 나긋한 바람결도 나의 친구로서 놀이를 즐겼습니다. 또한 초목들이 당신을 마주 향하여 그 부드러운 팔을 내밀 때 당신께서 그들의 마음을 흥겹게 하시듯 그처럼 당신께선 나의 마음을 즐겁게 하셨습니다 아버지 헬리오스여! 그리고 엔디미온처럼 나는 그대가 가장 아끼는 아이였습니다 거룩하신 루나 여신이여! 오 모두들 신실하시고 다정하신 신드리여 나의 영혼 어마나 당신들을 사랑했는지 모두들 알고 있으리이다! 그 시절에 나는 이름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당신들을 부르진 않았습니다. 당신들도 나를 부르실 때 이름을 호명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서..

인도:카비르 다스(Kabir Das)

님이 계신 나라 님이 계신 나라로 떠나자! 거기엔 두레박줄이 없어도 물기 가득한 물 항아리가 있고, 거기엔 늘 비가 내려 땅을 적셔 주지. 네가 몸을 가지고 있다면 현관 앞에 앉지 말고! 나가서 빗속을 걸어! 거기엔 가을의 달이 한 달 내내 하늘을 여행하고, 태양이 오직 하나뿐이다. 하면 바보같이 들릴 만큼 그 나라의 빛은 수많은 태양이 만든다. * * * * * * * * * * * * * * * * 카비르 다스(Kabir Das, 1398년 ~ 1518년, 또는 1440년 ~ 1518년)는 인도의 철학자, 성자, 시인이다. 카비르는 델리 술탄국 말엽 바라나시 출신의 힌두 사상가 겸 시인으로, 1398년 ~ 1518년까지 무려 120세까지 살았다. 카비르는 원래 비나레스 브라만 계급의 한 과부의 아들이..

인도:카비르 다스(Kabir Das)

사랑이 그네를 매달 시간 사랑의 그네를 매달 시간이다! 몸을 묶고 마음을 묶어라. 내 사랑하는 비밀스러운 님의 팔에서 몸과 마음이 그네를 타도록, 네 눈에 빗물이 흐르게 하라. 네 마음 모두 밤의 그림자로 덮어라, 네 얼굴을 님의 귀에 가까이 대고, 진정 원하는 일만 이야기하라. 카비르는 말한다, 형제여, 내 말을 들어, 네 마음속 거룩한 님의 모습과 님의 얼굴과 향기를 가져오라. * * * * * * * * * * * * * * * * 카비르 다스(Kabir Das, 1398년 ~ 1518년, 또는 1440년 ~ 1518년)는 인도의 철학자, 성자, 시인이다. 카비르는 델리 술탄국 말엽 바라나시 출신의 힌두 사상가 겸 시인으로, 1398년 ~ 1518년까지 무려 120세까지 살았다. 카비르는 원래 비나..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반평생 노란 배들 영글어 있고 야생의 장미꽃들 만발한 땅이 호수 속에 깃든다. 그대들 사랑스러운 백조들이여 서로의 입맞춤에 취해 맑게 깨어 있는 거룩한 물속에 머리를 적시는가. 아, 겨울이 오면 나는 어디에서 꽃을 얻어야 하나? 또 어디에서 태양의 빛살과 대지의 그림자를 가져야 하나? 싸늘히 식은 성벽 말없이 서 있고, 바람에 부딪혀 풍향계만 녹슨 소리 울려댄다. * * * * * * * * * * * * * * * *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1770년 3월 20일 ~ 1843년 7월 6일)은 독일의 시인이다. 생전에는 괴테와 실러의 그늘에 가려져 인정받지 못했으며, 반평생을 가난과 정신 착란에 시달리며 불운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20세기 ..

스모키 린(A.W.Smokey Linn)

소방관의 기도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이 다하게 되거든, 부디 은총의 손길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주소서. * * * * * * * * * * * * * * * A Fireman's Prayer When I am called to duty, God wheneve..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저녁 환상 오두막 앞 그늘 속에 편히 앉아 농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평화로운 마을을 지나는 나그네에게 저녁 종소리 다정스레 울려온다. 이제 어부들도 항구로 돌아오고 먼 도시에서는 시장터의 시끌벅쩍한 소리 흥겨이 잦아드는데, 고요한 정자엔 우정 어린 만찬의 불빛이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이 땅의 사람들은 모두 다 노동과 그 보답으로 살아가고, 수고와 안식을 번갈아 가며 모든 것이 평화롭기만 한데, 어찌하여 내 가슴속에 박혀 있는 가시는 도무지 잠들 줄 모르는가? 저녁 하늘에 봄은 꽃몽오리를 열고, 장미 송이들 수없이 피어나서 고요히 빛나는 황금빛 세계, 오 저곳으로 나를 데려가다오 진홍빛 구름이여! 저 아득히 높은 곳의 빛과 바람 속에서 나의 사랑도 고뇌도..

오션 브엉(Ocean Vuong)

총상으로서의 자화상 대신, 이것이 빗소리가 가린 모든 발자국의 메아리가 되게 하고, 가라앉은 배에 내던진 이름처럼 공기를 마비시키고, 도로에 묻힌 뼈들을 잊으려 도시의 부식과 쇠를 지나 케이폭 나무껍질을 흩뿌리고, 연기와 부르다 만 찬송가에 병든 난민 캠프를 지나, 할머니 Baa Ngoai의 마지막 촛불로 밝힌, 검게 녹슨 판잣집, 형제로 오해해 붙든 돼지의 얼굴들을 지나,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승리를 위한 증언으로 하얀 원더 브레드 식빵과 마요네즈를 갈라진 입술에 갖다 대는 이들의 방, 오직 웃음만으로 장식된, 눈발 덕에 환해진 방에 진입하길, 생선 내장과 말보로 냄새가 휘감은 아버지의 팔에 들어 올려진 갓난 아기의 상기된 볼을 스치길, 존 웨인의 M16으로 쓰러지는 또 한 마리 갈색 동양놈들을 보며 ..

오션 브엉(Ocean Vuong)

수음(手淫)의 송가 너는 절대로 성스럽지 않았고 그저 낚시 바늘이 입에 걸린 채 발견될 정도로 아름다웠기에 너를 물에서 뺐을 때 물이 불꽃처럼 흔들렸지 그리고 가끔 내 손이 스스로를 지구상에 잡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무엇이고 기도 말고 소리가 천둥 속으로 들어가지 널 깨우는 번개가 아니라 뒷좌석에서 자정의 네온 주차장 성수가 허벅지 사이를 적신 채 거기선 그 어떤 남자도 심한 갈증으로 익사한 적은 없었지 사정(射精)은 씹힌 별들의 예술 표현이니 들어라 굳어진 기쁨으로 덮인 엄지를 그리고 아낌없이 영양분을 혀에 가르치라 이미지에 빠진다는 건 그 안에서 문을 찾는다는 뜻이다 눈을 감고 열어봐 밑으로 뻗어봐 갈비뼈 하나하나가 연주되지 않은 건반의 절박함으로 떨면서 누군가는 이게 인간됨이라 말하지만 넌 이미 ..

찰스 램(Charles Lamb)

그리운 얼굴들 내 어린 시절, 즐거운 학창 시절에 내겐 소꿉친구 마음친구 다 있었지.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난 함께 웃어대고 떠들어댔었지. 마음 벗들과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아리따운 여인과 한때 사랑도 했었어. 그녀의 문이 닫혀버려 더는 만날 수 없다네.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나의 벗 하나, 그보다 더 다정한 벗 있었을까. 난 배신자처럼 그 친구를 훌쩍 떠나고 말았네. 떠난 뒤로 그리운 얼굴들 곰곰이 생각하였지만. 난 유령처럼 어릴 적 놀던 곳을 맴돌았지. 세상은 내가 건너야 할 사막만 같았네. 그리운 얼굴들 찾기 위해 건너야 할 내 진정한 벗, 형제보다 더한 벗이여. 왜 자넨 내 가족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