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동 천 78. 동 천 서 정 주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현대문학. 139호(1966. 5.) * 이 시는 7.5조의 정형율을 기반으로 한 단 5행의 작품이지만, 일체의 설명적 요소를 배제하고 고..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77. 춘 향 유 문 77. 춘 향 유 문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다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76. 무 등 을 보며 76. 무 등 을 보며 서 정 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산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75. 밀 어 75. 밀 어 서 정 주 순이야, 영이야, 또 돌아간 남아. 굳이 잠긴 잿빛의 문을 열고 나와서 하늘 가에 머무른 꽃봉오릴 보아라. 한없는 누에실의 올과 날로 짜 늘인 채일을 두른 듯, 아늑한 하늘 가에 뺨 부비며 열려 있는 꽃봉오릴 보아라. 순이야. 영이야. 또 돌아간 남아. 저, 가슴같이 따뜻한 삼월의 하..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74. 歸 蜀 途 74. 歸 蜀 途 서 정 주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西域 三萬里.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巴蜀 三萬里. 신이나 삼어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73. 자 화 상 73. 자 화 상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 먹고 싶다 하였으나 …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72. 花 蛇 72. 花 蛇 麝香 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아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뚱아리냐 꽃다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든 달변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71. 문 둥 이 71. 문 둥 이 서 정 주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시인부락 창간호, 1936. 11. * 관능적인 심상과 처절한 울음이 감각의 차원을 넘어 근원적인 체험에 도달하도록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시는 단순히 시적 자아의 존재에 대한 울음..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70. 달․葡萄․잎사귀 70. 달․葡萄․잎사귀 장 만 영(1914 - 1975) 順伊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어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順伊 포도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69. 南으로 창을 내겠소 69. 南으로 창을 내겠소 김 상 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1934. 문학 * 이 시는 자연과 함께 사는 인생의 즐거움을 노래했다. 이 시의 서정적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