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74. 歸 蜀 途

높은바위 2005. 7. 11. 06:01
 

74. 歸 蜀 途

                               서 정 주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西域 三萬里.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巴蜀 三萬里.


  신이나 삼어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 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을로 가신 님아.

 

                        1943. 춘추

 

* 이 시의 지배적인 정서는 사랑하는 임을 사별한 여인의 정한이라 할 수 있다. 각 구절마다 그 비유의 주지를 쉾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심상의 속성은 아주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 시의 주된 심상은 상징에 의해 제시되고 있다. 3연으로 짜여진 이 시는 1연에서 임의 떠남(죽음), 2연에서 시적 화자인 ‘나’의 회한과 탄식, 그리고 3연에서 귀촉도의 한 맺힌 울음으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또 「귀촉도」의 가락에는 이미 다분히 우리 고유한 것인 슬픔이나 한, 체념들이 배어 있다. ‘육날 메투리’, ‘은장도’, ‘머리털’ 등 한국의 전통적 소재의 등장은 이 시가 우리 고유의 감수성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