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6 3

쿠사노 신페이(草野心平)

가을밤의 회화 춥구나 그래 춥구나 벌레가 운다 그래 벌레가 운다 곧 땅 속에 들어가야지 땅 속은 싫어 파리해졌구나 너도 무척 파리해졌구나 어디가 이렇게 죄어올까 배일까 배라면 죽고 말 거야 죽고 싶지는 않아 춥구나 그래 벌레가 운다 * * * * * * * * * * * * * * * 이 시의 주제는 명확하다. 추위에 떨고 굶주림에 비틀거리며, 서글픔 속에서도 이기고 살아가는 의지, 그것을 시시껄렁한 말은 없으면서 일상어로 노래하고 있다. 이 시가 풍기는 슬프면서 아름다운 세계는 달리 비할 바 없다. 두 마리 개구리에 기탁되어 묘사되고 있는 것은 인생 그 자체이다. 가을의 싸늘함이 몸에 스며드는 밤, 삶의 슬픔과 괴로움을 벌레에게 공감을 기탁하면서 말하는 정경에는, 작자의 젊은 날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다..

시비에 흔들리는 마음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시비를 건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다짜고짜 싸우자고 덤비는데... 어떻게 참을 수가 있냐고요... 부처님께서도 참 대단하시죠? 아니 어떻게 죽이려고 덤벼드는 사람에게 '부처가 된다.'라고 수기를 내리시냐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죠?" 그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스님께서 이런 법문을 하셨다. "엄마가 갓난아기를 대하듯이 하면 피하지 못할 싸움이 없고, 사랑하지 못할 원수가 없다." 아기를 대하는 엄마들의 마음이 그렇다. 똥오줌을 가리든 못 가리든, 울고불고 투정을 하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든, 그것을 상대로 화를 내거나 원망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그럴 수 있겠거니, 이해하고 받아주는..